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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씬스틸러' ISS, LG·금호석유화학 주총 판 흔들까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ISS가 의결권 자문 맡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씬스틸러'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ISS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일부 기업의 주총 주요 안건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ISS는 오는 26일 주총에서 논의될 예정인 LG의 계열사 분할과 '조카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금호석유화학의 박철완 상무 측 안건에 대해 각각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의 주총 통과 가능성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일각에선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는 ISS의 이 같은 입장이 정작 기존 주주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ISS '반대'로 LG그룹 인적분할 주총 통과 불확실성↑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LG그룹이 LG와 LX홀딩스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에 대해 "계열사 분리를 할 이유가 없다"며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사업상 정당성이 부족하고, 가장 중요한 이슈인 자산관리와 순자산가치(NAV) 저평가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며 "분할 후 주식 교환은 가족간 승계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LG는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계열사 분리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LG는 전자·화학·통신 사업을 관할하고, 분할 신설되는 LX는 상사·건자재·물류 사업을 맡게 된다. 경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문화하기 위해서다. 주총에서 안건이 최종 결의되면 구본준 LG고문이 이끄는 신설지주 'LX'는 오는 5월 출범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LG그룹의 계열 분리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LG상사가 LX홀딩스의 주력 자회사로 거듭나면서 성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고문이 한 지붕 아래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는 한 의사결정 시기와 방향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한국형 지배구조의 한계점"이라며 "기업 분할로 각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시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장기 지주사의 NAV 할인율 축소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LG그룹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기업 분할이 결정된 이후 ▲LG-마그나 합작법인(JV) 설립 ▲LG전자의 MC사업부 매각 추진 등 굵직한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반대 의견을 내며 인적 분할 안건의 주총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인적 분할은 상법상 특별 결의 요건에 해당돼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 LG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6.06%로 높아 주총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러나 외국인(35.02%) 주주의 대부분이 의결권 자문 기관의 반대 의견에 따르고, 여기에 국민연금(7.81%)까지 반대표를 덜질 경우 인적 분할 안건의 주총 통과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통상 전체 주주의 주총 참석률은 60~70% 수준이고,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면 참석률은 70~80%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분할 안건이 안정적으로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게인 지분 외에 약 6~8%의 우호 지분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ISS의 반대 의견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ISS,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적극 개입…박찬구 회장 측 지지

ISS는 '조카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주총에서는 현 경영진인 삼촌 박찬구 회장의 안건에 전부 '찬성' 의견을 제시하고, 반기를 든 조카 박철완 상무 측 주주 제안에는 모두 '반대'하며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도 적극 개입하는 모습이다.

ISS는 "금호석유화학 측이 제안한 정관 변경과 이사회 후보 안건이 향후 장기적으로도 회사의 지배구조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배당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박 회장 측의 배당안에 찬성하며 "금호석유화학의 총주주수익률(TSR)과 이익 창출 능력이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총주주수익률이란 주주들이 일정 기간 주식 보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총 수익률로, 배당소득과 주식평가이익을 더해 계산한다.

반면 박 상무 측 제안에 대해서는 "시장 환경이 어려울 때 회사에 무리한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배당안과 관련해 박 회장 측은 주당 4천200원(보통주 기준)을 제시했고, 박 상무 측은 주당 1만1천원의 배당안을 제안했다.

박 회장 측은 회장 본인(6.69%)과 아들 박준경 전무(7.17%), 딸 박주형 지분(0.98%) 등 14.84%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박 상무는 본인 지분 10.0%를 바탕으로 표 대결을 벌여야 한다.

박 상무 측의 주주 제안이 소액주주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에 주총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경우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박 상무 측은 배당성향 상향 조정과 함께 ▲자사주 소각 ▲이사회 독립성 강화 ▲신규 이사 후보 추천 ▲신사업 진출 등의 내용도 제시하고 있다.

ISS가 박 회장 측에 손을 들어 주면서 외국인 투자자(지분율 27.46%)의 표심이 사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결국 변수는 국민연금(8.25%)과 소액주주(21.1%)다.

 [자료=유안타증권]
[자료=유안타증권]

◆ISS,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 맡아…26일 주총 결과 주목

LG의 인적 분할 안건과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에서 불가피하게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쥔 가운데, ISS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를 맡고 있어 두 기업의 주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16년 이후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행되면서 의결권 자문기관의 영향력은 상당히 커진 상태다. 기업 입장에서도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해당 기업이 그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기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의결권 자문사가 내놓는 의견의 무게는 더 커지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반드시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따를 필요는 없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 때 ISS의 권고와 달리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ISS의 LG와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입장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누구를 위한 의결권 자문기관인가?'라는 보고서를 내고 "LG 이사회가 결정한 기업분할 안건,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배당 정책과 지배구조 선진화 안건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ISS의 의견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의결권 자문 기관의 반대 의견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LG와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ISS의 권고 내용이 과연 소액주주가 원하는 기업 가치 유지를 보장해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6일 예정된 LG와 금호석유화학의 주총은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인 만큼 소액주주들은 의결권 자문 기관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말고 오롯이 기업 가치에 대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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