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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자사주 활용법…주가부양·성과급·전략적 제휴까지


지난해 코스피社 자사주 매입 공시 역대 최다…주가 상승에 시장 가치↑

 [그래픽=아이뉴스24 DB]
[그래픽=아이뉴스24 DB]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는 총 229건으로 자사주 매입이 전면 허용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다. 금액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4조4천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2019년 연간 4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지난해 3월 증시가 폭락하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가운데 정부의 시장안정화 조치 발표와 기업들의 주가 방어 의지가 자사주 매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에만 코스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가 104건이었다. 이는 2012년 이후 월평균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가 1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례없이 높은 수준이다.

현재 정부의 자사주 취득 한도 확대 조치는 다음달 15일까지 6개월 연장된 상황이다.

◆주가 부양 통한 주주가치 제고 효과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효과다.

우선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는 사실은 기업 스스로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시장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 발표를 주가 저평가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에 더해 수급 측면에서 자사주 취득이 유통주식수 하락으로 이어지며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공시를 발표한 이후 주가도 긍적적인 흐름을 보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2월까지 10년 동안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250거래일 뒤 주가수익률은 평균 12.5%였다. 특히 신탁계약 체결을 통한 간접취득 보다 기업이 직접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경우, 자사주 매입 발표 직후 5거래일까지 평균 주가수익률이 높았다.

 [자료=대신증권]
[자료=대신증권]

◆성과급 논란 해소할 대안 부상

최근 일부 기업에서 성과급 갈등이 논란으로 불거지며 자사주가 그 해법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언택트 수혜'를 보며 높은 실적 성장을 보였지만, 예상보다 성과급이 적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성과급 기준을 투명화하고 직원들과 더 많은 이익을 공유하기로 약속하며 자사주를 성과급의 일부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지난 8일 전체 임직원에 자사주를 10주씩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개인당 455만원 상당으로, 카카오가 전 직원에게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나눠주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카카오측은 "자사주를 지급해 임직원들이 회사와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도 최근 소속 임원 90명에게 총 8천820주(31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성과급의 일부로 지급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쿠팡은 일선 직원들에게 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나눠주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임직원에게 동기부여 차원에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톡옵션은 수년간 보호예수 기간이 설정되거나 일정 조건이 붙어 곧 바로 팔 수 없는 반면, 자사주는 언제든 매각해 현금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략적 제휴·M&A에도 활용

네이버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캐나다의 왓패드 주식 100%(2억4천854만3779주)을 6천532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네이버는 지분 인수 대금을 왓패드 기존 주주의 선택에 따라 현금 또는 자사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3천억원(네이버 자사주 104만7천120주),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는 각각 1천500억원(자사주 52만3천560주) 규모로 총 6천억원의 지분 교환이 이뤄졌다.

2017년에는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가 5천억원 규모의 지분스왑(주식교환)을 진행했다. 네이버가 자사주 56만3천63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넘기고, 그 대가로 미래에셋대우 자사주 4천739만3천364주를 받는 계약이었다.

이후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활용한 네이버통장, 네이버쇼핑 내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 대상 소액 대출 등 다수의 신사업을 공유하고 있다.

카카오도 2018년 SK텔레콤과 지분 교환을 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127만주를 넘기고, 카카오 주식 218만주를 받는 방식이었다. 당시 SK텔레콤이 받은 카카오의 주식은 주당 13만7천789원이었는데, 카카오의 현재 주가는 48만원을 웃돌아 그 가치는 1조원을 웃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매수했을 때보다 시장가치가 커진 자사주로 지분스왑을 진행할 경우, 자산은 늘어나고 자기자본의 차감항목으로 들어가 있는 자사주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서 지분 교환을 하게 되면 사업 확장도 가능해지고, 우호지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기업간 전략적 제휴와 지분 인수 등에 자사주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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