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썰과 툴


임문영(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세상을 움직이는 것을 크게 둘로 나누면 '썰'과 '툴'이다. 썰(說)은 우리의 생각, 우리의 말, 우리의 마음에 해당되는 것이고 툴(Tool)은 우리의 행동, 우리의 도구, 세상의 원리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이뤄진 복잡한 툴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주고 받는 수많은 소식과 의견들은 썰이다. 영화 대부에서 ‘금융은 총과 같고 정치는 언제 그 방아쇠를 당기는 지 아는 것’이라는 말은 썰과 툴의 또 다른 표현이다. 어쨌든 썰과 툴, 이 두 가지가 서로 때맞춤으로 돌아가야 세상은 더 잘 움직인다.

우리는 오랫동안 썰과 툴을 나누어 생각했고 별개로 다뤘다. 고등학교 갈 무렵부터 문과, 이과를 나눴다. 과학기술 하는 사람은 정치사회 같은 것은 안들여봐야 ‘순수하다’ 했고 정치인문하는 사람은 과학기술 ‘그 딴거 몰라도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게 썰과 툴 사이에 틈이 벌어지면 세상을 움직이는데 엇박자가 난다. 썰이 차고 넘쳐봤자 툴이 없으면 말의 성찬에 불과하고, 마찬가지로 툴이 제 아무리 뛰어나도 썰이 받쳐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둘이 결합되어야 힘이 된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드러났다. 민주주의 제도가 앞섰다는 나라, 수백년동안 찬란한 과학문명이 앞선 나라, 다 소용 없었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몇배나 크고 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80~220 나노미터 크기의 바이러스에게 속수무책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구 최강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 프랑스 대통령, 영국 총리를 감염시켰을 뿐 아니라 마지막 미오염지라는 남극까지 퍼졌다. 우리나라가 이런 코로나19를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은 민주 시민의식이라는 썰이 과학과 인프라라는 툴의 방아쇠와 잘 결합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을 성취해낸 국민들은 개인 사생활 정보를 일부 내주면서도 공동체의 방역을 위해 협력했다. 우리는 방역도 하며 최소한의 사회 기능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방역당국과 지방정부는 현장에서 열심히 뛰었다. 여기에 전국민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려 있으며, PC통신시절부터 인터넷, 모바일 시대를 거쳐 국민들의 디지털 역량이 축적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 감염병 위기속에서 수천만명이 참여해 선거를 치렀고 투표과정에서 단 한명의 감염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모바일 앱을 만들어 마스크 수급을 관리했다. 썰과 툴이 훌륭하게 맞물린 것이다.

썰과 툴은 따로 따로 놀기 쉽다. 하지만 이 둘을 잘 결합시키는 촉매제가 바로 IT다. 이름부터가 정보와 기술이라는 두가지 성질, 썰과 툴이 합쳐져 있지 않은가. IT는 세상의 모든 것을 원자에서 비트로 전환해 연결시킨다. 이런 힘은 IT에 수평성, 효율성, 혁신성이라는 특성을 부여한다. IT를 이용한 모든 것은 혁신을 일으키고 더 똑똑해진다.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와 연결된다. 국가서비스도 마찬가지로 더 똑똑해지고 더 다양해질 것이다. 공공은 불가피하게 비효율적이다는 썰은 옛말이다. 코로나19 위기로 더욱 빨라진 디지털 전환, 지능정보화를 공공이 따라가지 못하면 국민의 회초리를 맞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국가운영이 지능정보화 되어야 한다. IT는 특정산업분야가 아니라 모든 국정 운영의 수단이자 기반이다. 그래서 나라 전체의 최고정보책임자가 필요하다. 국가 지식을 축적하고 평가와 분석을 공유하며 조직이 협력하게 해야 한다. 데이터기반의 합리적 행정, 지능정보를 활용한 효율적 의사결정, 네트워크 협력 시스템이 그런 방법들이다. 단순 행정문서처리를 위한 전자정부를 발전시키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컴퓨터처럼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IT를 미래와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컴퓨터와 휴대폰 없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국가도 그렇다. IT는 무심하고 제각각이었던 산업, 의료, 국방, 복지, 예술 모든 분야에서 마치 영혼의 숨결을 불어 넣듯이 혁신을 불러 일으키고 서로를 융합시키고 있다. 인프라, 데이터, 인재 등 IT자원을 전체 산업에 체계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미래 먹고 사는 문제는 모두 혁신에 달려 있다. 모든 분야에서 IT를 동력으로 삼아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통합적인 발상과 기획이 필요하다. 디지털은 성격상 그 자체로서는 효율적이지만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기 전에는 오히려 불편한 역설이 발생한다. 메모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것보다 볼펜과 종이를 꺼내드는 것이 더 간편하다. 하지만 컴퓨터 메모는 분석과 공유가 가능하고 다른 일정과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IT를 이용해 현재의 단순 문제를 자동화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거대 과제를 해결하는 통합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썰은 생각이고 말이다. 현재에서 미래를 보는 방향이다. 툴은 수단이고 도구다.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길이다. 세종은 장영실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의 치세는 길어야 30년이나 너의 기술은 100년 아니 500년 더 길게 살아남아 이 나라를 지탱할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정치는 생각과 말이다. 과학기술은 미래로 가는 도구다. 세종은 그 의미를 정확히 갈파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인 공공 서비스, 빠르고 강력한 위기대응 리더십이 필요하다. 세계적 디지털 전환은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썰과 툴이 함께 필요하다. IT를 활용하자.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임문영 정책관은 하이텔 길라잡이 저자였고 나우누리 운영자를 거쳐 iMBC미디어센터장, 국회뉴스ON편집장 등을 지냈다. 정치외교학과 전공으로 언론홍보로 석사, 기술경영공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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