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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핫스팟] 리딩뱅크만큼 치열한 ‘리딩 캘린더’ 경쟁…중고거래가로 판가름 촉각


전년보다 제작 물량 줄어 올해 ‘품귀현상’…갈수록 퀄리티 높아져 핫아이템 등극

5대 은행의 신축년 달력. 왼쪽부터 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정소희 기자]
5대 은행의 신축년 달력. 왼쪽부터 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내년 달력 받을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지금 다 떨어졌습니다."

2021 신축년 달력을 구하려는 손님들로 은행 영업점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많은 기업이 고객을 위해 달력을 배포하고 있지만, 은행 달력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은행 달력을 집 안에 걸어두면 새해에 돈이 들어온다'라는 속설이 있어서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개당 1만원선에서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알고 있다. 은행원들 사이에선 중고거래 플랫폼상에서의 거래가로 경쟁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부쩍 달력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을 고려해 국내 여행지를 조명하거나, 달력 뒷면에 콘텐츠를 담아 '실용성'을 부각한 곳이 눈에 띈다. 또한 삽화로 유명 화가의 작품을 사용하는 등 달력을 아예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곳도 있다.

24일 리딩뱅크만큼 치열한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의 '리딩 캘린더' 경쟁을 들여다봤다.

◆"뒷면도 다시 보자" 풍성한 콘텐츠의 국민은행…'가족의 따뜻함' 강조한 우리은행

국민은행 달력의 표지 문구는 '나의 살던 고향은'이다. 전체적인 콘셉트도 '고향'이다. 활기찬 어촌,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한껏 뽐내는 나무, 함박눈이 내리는 농촌 등 특별하진 않지만, 누구나 가슴 한 쪽에 간직하고 있는 고향 마을의 정겨운 풍경을 서정적을 전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새해 달력은 '정겨운 고향'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정소희 기자]
KB국민은행의 새해 달력은 '정겨운 고향'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정소희 기자]

삽화로는 박구환 작가의 작품이 실렸다. 판화와 유화를 넘나들며 따뜻한 남도의 모습을 표현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순수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원래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지난 1991년 일본 유학 과정에서 판화를 접하면서 판화가로 전향했다. 지난 2019년까지 광주·서울·부산·대전·전주를 비롯해 뉴욕·동경·타이페이 등 총 47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국민은행 달력엔 반전이 있다. 달력 뒷면의 윷놀이판, 태극기 그리기, 저금통 만들기, 스도쿠, 오목놀이판 등이 주인공이다. 한 장의 종이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겠다는 국민은행의 의지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ESG 경영을 제대로 실천한 셈이다. 뒷면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한다. 달력 뒷면을 넘기면서 무슨 콘텐츠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KB국민은행의 달력 뒷면엔 플래너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겼다. [정소희 기자]
KB국민은행의 달력 뒷면엔 플래너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겼다. [정소희 기자]

우리은행의 달력은 '새해엔 꽃길만 걸어요'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이 달력의 콘셉트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일상'이다. 가족을 소재로 사람들의 일상을 표현하는 박정민 화가의 그림이 실렸다. 1월은 가족과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눈 내리는 오후', 7월엔 제주도의 자연 풍경을 묘사한 '천지연폭포', 11월엔 가족과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여행' 등 박 화가의 대표작들을 우리은행 달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한 달이 지날 때마다 달력을 찢을 필요 없이 뒤로 넘기면 되는 방식이라 편리하다.

탁상형 달력에도 박 화가의 작품이 그대로 적용돼있다. 2021년 우리은행 탁상형 달력은 2020년도보다 세로로 더 길어져, 메모하기가 더 용이해진 게 특징이다.

우리은행의 2021년 달력에는 '가족'을 소재로한 박정민 화가의 작품이 실려있다.  [정소희 기자]
우리은행의 2021년 달력에는 '가족'을 소재로한 박정민 화가의 작품이 실려있다. [정소희 기자]

우리은행의 2021년 달력은 '새해엔  꽃길만 걸어요'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정소희 기자]
우리은행의 2021년 달력은 '새해엔 꽃길만 걸어요'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정소희 기자]

◆"한국이 가장 아름답다" 국내 관광지 홍보 신한은행…실용성 강조한 하나은행·농협은행

신한은행은 '오늘도 내일도 아름다운 여기, 대한민국'이라는 표지 문구로 국내 관광지를 강조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실망한 이들에게, 해외 못지않게 아름답고 흥미로운 여행지가 국내에도 많다는 것을 알리자는 취지다.

계절마다 가볼 법한 관광지가 삽화로 묘사돼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엔 벚꽃 축제가 열리는 경남 창원을,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은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를 소개한다. 가을이 무르익는 10월엔 경상남도 거제시 바람의 언덕이 꼽혔다. 특히 각 관광지를 사진이 아닌 삽화로 표현해 한껏 세련된 느낌을 준다.

신한은행의 2021년 달력은 국내 관광 명소를 삽화로 묘사했다. [정소희 기자]
신한은행의 2021년 달력은 국내 관광 명소를 삽화로 묘사했다. [정소희 기자]

신한은행의 2021년 달력은 계절마다 가볼 법한 관광지가 삽화로 묘사돼있다. [정소희 기자]
신한은행의 2021년 달력은 계절마다 가볼 법한 관광지가 삽화로 묘사돼있다. [정소희 기자]

달력은 모름지기 한눈에 들어와야 하는 법.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이런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농협은행의 벽걸이용 달력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크다. 그도 그럴 게 한 장에 3개월 치의 달력을 모두 담았다. 다음 달 계획을 세우기 위해 굳이 달력을 뒤로 넘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별다른 삽화 없이 오직 달력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다.

대신 탁상용 달력엔 이승희 화가의 작품을 담았다. 나무·꽃·새 등의 소재로 조금씩 다른 화면 구조를 만들어 순수한 이미지가 강조돼있다.

농협은행의 2021년 달력은 5대 은행 중 가장 크다. [정소희 기자]
농협은행의 2021년 달력은 5대 은행 중 가장 크다. [정소희 기자]

농협은행의 2021년 탁상용 달력은 이승희 화가의 작품을 담았다. [정소희 기자]
농협은행의 2021년 탁상용 달력은 이승희 화가의 작품을 담았다. [정소희 기자]

하나은행의 벽걸이 달력은 메모할 공간이 넓은 게 특징이다. 날짜마다 기념일들이 표기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할 여백이 넓다. 전월과 다음 달 분의 날짜를 굳이 표기하지 않고, 해당 공간을 한 칸으로 합쳐 활용할 수 있게 해놨다.

하나은행의 2021년 달력은 메모할 공간이 넓은 게 특징이다. [정소희 기자]
하나은행의 2021년 달력은 메모할 공간이 넓은 게 특징이다. [정소희 기자]

하나은행의 2021년 탁상용 달력엔 한국 현대화가들의 작품을 담았다. [정소희 기자]
하나은행의 2021년 탁상용 달력엔 한국 현대화가들의 작품을 담았다. [정소희 기자]

핀테크 업계의 달력도 주목된다. 토스의 탁상용 달력엔 은행과 달리 별다른 삽화는 담겨있지 않으며, 특유의 '심플함'이 강조돼있다. '회의 중' '식사 중‘ ’휴가 중' '부재 중' '출장 중' 등 자신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문구가 다양하다. 패키지 안쪽엔 '2021년은 더 좋은 한 해가 될 거에요'라는 응원 문구가 담겨있다.

NHN페이코는 탁상용 달력, 다이어리, 노트 등으로 이뤄진 패키지를 준비했다. 전면에 '2021'이라는 문구 외엔 따로 꾸미지 않았으나, 주황·빨강·파랑색으로 구성돼 한 눈에 들어온다.

핀크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공통 탁상용 달력을 마련했다. 국내 신진 현대미술 작가 9인(최영욱, 이두원, 이정록, 김범수, 박효진, 정다운, 권기수, 이세현, 강예신)의 작품들이 실렸다.

핀테크 업계가 내놓은 달력들은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왼쪽부터 핀크, 토스, 페이코의 달력. [정소희 기자]
핀테크 업계가 내놓은 달력들은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왼쪽부터 핀크, 토스, 페이코의 달력. [정소희 기자]

◆비용 감축 돌입하면서 물량 줄어…중고로 5천~1만원에 거래되기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은행 달력 물량이 줄었다. 저금리 기조 등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면서 비용 감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인터넷 커뮤니티엔 영업점을 찾았으나 금방 동이 났다고 푸념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연말만 되면 중고거래 플랫폼도 바빠진다. 달력을 구하지 못한 이들과 판매하려는 이들이 한데 모이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국내 5대 은행에서 제작한 '은행 달력' 중고거래 순위를 집계한 결과, 우리은행이 26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KB국민은행(192건), NH농협은행(164건), 신한은행(117건), 하나은행(103건) 순이었다.

이 때문에 은행원들 사이에선 서로의 달력이 중고 플랫폼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를 가지고 장난식의 경쟁이 벌어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은행 달력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다. 플랫폼별, 그리고 판매자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벽걸이용 달력의 경우 5천원에서 1만원에도 거래되는 모습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매년 이때쯤에는 항상 은행 달력 거래가 발생한다"라며 "다만 올해는 은행들의 제작 물량이 줄어, 지난해보다는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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