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부가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면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이른바 '두더지 잡기'식 처방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만큼 투기과열지구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조정대상지역으로 수요회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근본적인 원인은 계속되는 전세 품귀현상에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가격이 오르면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책만 내놓으면서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차피 전국이 규제"…규제 덜한 조정지역으로 몰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지자체 의견수렴 및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 법정 지정 절차를 거쳐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뚜렷한 36개 지역을 무더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광역시에선 부산과 대구, 광주, 울산 등 4개 시 23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도시에서는 경기도 파주와 천안 동남·서북구, 논산, 공주, 전주 완산·덕진구, 창원 성산구, 포항 남구, 경산, 여수, 광양, 순천 등 11개 시 13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 창원 의창구는 조정대상지역보다 규제 강도가 강한 투기과열지구로 신규지정됐다.
이로써 조정대상지역은 111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이 됐다. 전국 주요 도시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는 50%가 적용받는 등 대출규제가 생긴다. 반면, 투기과열지구는 LTV·DTI 40% 적용, 재당첨제한 기간 10년, 전매제한,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의무 등의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
시장에서는 파주가 추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만큼 김포와 일산 등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어차피 동일하게 조정대상지역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입지적으로 우위인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 곳곳서 계속되는 신고가 행진…서울도 상승폭 확대
실제로 김포시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거래는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신고가 매매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일 장기동 초당마을 래미안 한강의 전용면적 101㎡의 경우 전 신고가 대비 무려 1억6천만원 증가한 6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구래동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4차' 전용 78㎡는 규제로 지정된 이후인 지난달 27일 6억5천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장기동 청송마을중흥에스클래스 107㎡는 지난 8일 5억4천200만원에 거래되면서 이전 신고가 대비 6천900만원 증가했다.
고양시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2월 둘째주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고양은 무려 0.88% 증가, 파주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교통호재가 있는 일산(0.99%), 덕양(0.84%) 위주로 증가했다.
조정대상지역인 남양주와 광주, 부천, 시흥, 안성, 평택 등 수도권 외곽지역 곳곳에서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 규제로 묶인 만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1% 올라 상승폭이 확대,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규제지역 확대는 비규제 지역 혹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가격이 상승하면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선정하는 방식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실패한 만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