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문자 의미는”…리안갤러리 ‘백남준 개인전’


비디오설치·회화·판화 등 총 27점 전시…내년 1월 16일까지

리안갤러리 '백남준 개인전' 전경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비디오예술가 백남준(1932~2006)의 폭넓은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내년 1월 16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2008년 대구와 2010년 창원에 이어 리안갤러리에서 진행하는 백남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비디오 설치와 회화, 판화 등 총 27점을 전시한다. 1980년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할 당시 백남준의 모습이 담긴 사진 8점도 포함된다.

백남준은 1960년대에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 등과 플럭서스 그룹에서 활동하며 미술, 퍼포먼스, 음악, 이벤트를 넘나드는 전위적인 예술을 선보였다. 기존의 예술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비디오 설치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치미술의 범위를 넓혔고, TV를 넘어 컴퓨터와 각종 과학기술까지 동원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아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사회에 있어 중요한 인물을 TV 모니터와 여러 오브제를 사용해 인간 형상을 만들어왔다.

Nam June Paik, Leeahn gallery, Seoul, Installation View. [리안갤러리]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로봇 작품 ‘볼타’(1992)는 3대의 소형 모니터로 이목구비를 만들고, 몸체에 해당하는 구형 TV 케이스 안에 네온으로 볼트(V)의 형상을 만들어 넣은 비디오 조각이다. 작품명은 연속 전류를 공급해줄 수 있는 전지를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호랑이는 살아있다’(2000)는 새천년을 맞아 DMZ 2000 공연에서 선보였던 첼로와 월금 형태의 대형 비디오 조각을 변주한 작품이다. 1996년 뇌졸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진 백남준은 아이처럼 단순한 선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영상에는 휠체어에 앉아 크레파스로 어린이가 낙서하듯이 천진난만하게 호랑이를 그리는 작가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후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며 북한에서 제작된 호랑이 다큐멘터리,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백남준_Tiger Lives_2000_Oil on Acrylic, LCD Monitor, 1 set, 1 DVD, 1 DVD Player_61 x 72 cm. [리안갤러리]

홍세림 큐레이터는 “역사적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한민족의 모습을 강인한 기상과 생명력으로 굳건하게 산야를 누빈 호랑이에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비디오 아트에서 받은 영감을 평면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은 판화 10점, 회화 6점으로 백남준의 예술적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진화, 혁명, 결의(1989)는 구형 텔레비전과 라디오 케이블을 이용해 높이 3m의 비디오 조각으로 제작됐던 ‘혁명가 가족 로봇’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것이다.

백남준_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 Series 1989 Lithography, etching 70.2 x 52.4 cm (each). [리안갤러리]

각각의 로봇에는 마라, 로베스피에르, 당통, 디드로 등의 제목이 붙어있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 혁명과 관련돼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던 인물들이다. 로봇 이미지에는 ‘암살’(마라), ‘혁명은 폭력을 정당화하느냐’(로베스피에르), ‘웅변’(당통) 등과 같이 인물의 특성과 관련된 문구가 적혀있다. 글과 이미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는 백남준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올림픽 센테니얼’(1992)은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판화다. 비디오 아트에서 영향받은 모티프들과 국문, 영문, 한자로 적힌 메모로 이뤄져 있다.

홍 큐레이터는 “지하 1층에 선보이는 회화 작품에서는 당시 작가가 한국적 색감인 오방색과 색동 문양에 영감을 받았으며, 텔레비전 화면 조정 배경을 즐겨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백남준의 회화에는 문자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며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백남준_Untitled_1994_Oil on canvas_45.5 x 38 cm. [리안갤러리]

‘무제’(1994)에는 오방색 배경 위에 사람 형상이나 눈, 코, 입이 있는 텔레비전 형상이 그려졌다. 백남준은 이같이 단순화한 모니터와 안테나 모습의 TV 드로잉을 다수 제작했다. 한글과 한자로 쓴 내용 옆에 동그란 사람 얼굴을 패턴처럼 그려 넣은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백남준_Untitled_1990_Acrylic, crayon on canvas_45 x 56 cm. [리안갤러리]

백남준_Untitled(Laurie Anderson)_1985_Mixed media on canvas_83 x 111 cm. [리안갤러리]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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