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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서 박혜수 '엄마'라는 힘…'인간극장' 챔피언 박혜수 힘겨운 일상


'인간극장' 챔피언 박혜수 [KBS 1TV]
'인간극장' 챔피언 박혜수 [KBS 1TV]

세계 챔피언 도전 당시 혜수씨는 출산을 한 지 겨우 1년 4개월이 지난 엄마였다. WBF 챔피언 타이틀 매치는 임신과 출산으로 링을 떠났던 그녀의 복귀전이기도 했다. 체육관에서 7개월 아들의 수유와 훈련을 병행하면서 혜수 씨는 무려 18kg을 감량하며 챔피언에 도전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10년이 넘게 육상선수로 활약했던 혜수씨는 발목 부상으로 만년 2위에 그쳤던 육상을 그만뒀다. 그리고 스물한 살에 늦깎이 여성복서로 프로에 데뷔해 4년 만에 PABA 동양 챔피언이 되었고 한참 승승장구하던 그 시절, 그녀의 스파링 상대였던 다섯 살 연하의 남편, 성혁 씨를 만났다.

세계 챔피언이 되어 당당히 링 위로 돌아왔건만 엄마가 된 복서, 혜수 씨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내리막길을 탄 복싱계에선 선수를 후원하는 프로모션을 찾기도 힘들뿐 아니라 코로나 19여파로 시합일정이 계속 취소되고 있는 실정. 남편과 체육관을 운영하나 그 역시 회원이 절반으로 줄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헬스 트레이너로, 할인매장의 판매원으로, 3개월 전부터는 도배일을 하며 육아까지 감당해야 하는 챔피언의 일상은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챔피언 박혜수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남편을 상대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경기를 하고, 챔피언, 그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링위의 권투선수로 살기 위해그 어떤 경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다시, 메이저 기구의 세계 챔피언을 노리는 박혜수. 그 꿈을 향해 오늘도 달리는 그녀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 만년 2위 육상 선수 박혜수, 삶의 터닝포인트는 권투였다

육상선수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서였을까, 혜수 씨는 리듬체조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근 10년간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전국 육상대회에서 2위까지 올랐지만 그녀는 발목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둬야 했다. 인천체고를 다니던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찾게된 복싱 체육관, 그 곳에서 그녀의 뜻밖의 재능을 발견해 준 사람은 1980년대 당시, 한국 챔피언 3차 방어전까지 성공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던 신갑철 관장(63)이었다.

권투를 시작한지 무려 2개월만에 프로에 데뷔한 박혜수 선수, 승패에 연연하지 않던 그녀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프로데뷔 4년만에 PABA 동양챔피언 타이틀(2013년)을 따고 난 뒤였다. 스물한 살에 늦깍이로 권투를 시작한 여성복서 박혜수 삶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였다. 그리고 같은 해, WBA 세계 타이틀에 도전해 판정패를 당한 혜수 씨는 스파링 상대였던 권투선수, 다섯 살 연하의 남편 성혁 씨를 만나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고 링을 떠나게 된다.

링 위에서 전투를 벌이다 링 위에서 만난 사랑, 권투가 그녀의 인생을 바꾼 두 번째 사건이었다. 아들 강민이를 낳은 지 7개월 무렵, 젖먹이 아들을 안고 혜수씨는 다시 복서가 되기 위해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수유를 하며 근력을 키우고 무려 18kg을 감량해야 했던 혹독한 시간이었다.

땀과 눈물의 대가였을까, 누구보다도 강한 엄마라서 가능했을까. 권투가 그녀 인생의 세 번째 터닝 포인트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2017년, WBF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 타이틀 매치전, 그녀는 10살이나 어린 중국 선수 헤이타오징(당시 19세), 7전승에 빛나는 상대를 심판전원일치의 판정승으로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했다.

'인간극장' 챔피언 박혜수 [KBS 1TV]
'인간극장' 챔피언 박혜수 [KBS 1TV]

‘이젠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 예전의 박혜수가 아니다 두 살 아들의 엄마다’. 그녀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것 없는 ‘엄마’라는 돌주먹을 장착한 강한 모습으로 돌변했었다고 한다. 게다가 스파링 상대로 링 위에서 그녀의 주먹을 받아주던 남편, 성혁쓰는 이제 권투 트레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실 결혼 전, 권투를 하겠다고 했을 때 혜수씨 부모님의 반대는 컸다. 맞벌이를 하느라 늘 바빴던 엄마대신 어린 두 동생을 꼼꼼히 챙겨왔던 맏딸. 범상치 않은 줄 알았지만 느닷없이 권투를 하겠다니. 그리고 링위에서 딸이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아버진 글러브와 헤드기어를 찢어버리고 심한 반대를 하셨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데뷔 4년만에 2013년, PABA 동양챔피언 타이틀을 따내는 딸을 보며 혜수 씨의 부모님은 마음을 돌렸다. 가능한 딸이 하는 것이라면 힘껏 응원부터 한다. 누구보다도 아버지의 격려와 응원을 받는 혜수씬 든든하기만 한데. 얼마전 위암수술후 지금도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멈추지 않는 아버지를 보면 복서로서도 경제적으로든, 친정에 보탬이 되는 딸이 되고 싶다.

◆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권투선수가 되고싶다

코로나 19여파로 혜수 씨 부부가 운영하는 인천의 체육관의 회원은 90명에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강제 영업 종료기간동안 입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빚을 져서 부부가 직접 손으로 꾸민 체육관인데 과연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유지가 될지 걱정이다. 혜수씨는 어려운 형편에 마트 행사의 판매원으로, 다른 체육관의 헬스트레이너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3개월 전부턴 은퇴 후 노년을 생각하며 도배일을 시작했는데. 아직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초보다. 오전 오후반으로 나뉘어 도배를 마치면 또다시 기다리는 육아와 가사일, 하지만 권투선수로 살고싶은 혜수 씨는 새벽에도 로드웤을 하고, 틈틈이 체육관에서 훈련에 매진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10월을 끝으로 타이틀 방어전은 커녕 모든 권투시합들이 무기한 일정이 취소되고 있는 형편. 그녀를 챔피언으로 키운 신갑철 관장(63)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특유의 불도저 기질로 혜수 씨의 미트훈련을 강행하며 구슬땀을 함께 흘리는데. 스파링 상대도 찾기 힘든 여성복서의 길. 혜수씨는 열 네살이나 어린 남자선수든, 이제 프로에 데뷔하는 아마추어 선수든 링 위에 설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경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는 권투를 할 때 가장 행복한, ‘박혜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챔피언 박혜수, 아직도 그녀는 배가 고프다.

WBF 권투협회 사이트에 들어가면 여전히 그녀는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이다. 하지만 1년이상 시합을 치루지 못한 챔피언은 언제 강제로 왕관을 벗어야 할지 모른다. 11월초 울산에서 경기가 있다고 해서 그 날짜를 기해 만전의 준비를 다하는데. 역시 ‘인간극장’ 촬영내내 오리무중이다. 설상가상 1970, 80년대 수많은 관중들을 열광케했던 권투의 인기는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인지 선수를 후원하는 프로모션도 잡기 힘든 형편이다. 하지만 훈련에 매진하는 혜수 씨의 열손가락 손마디는 까지고 또 까지며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 무릎 부상 속에서도 로드웤을 매일 최소 5km이상 뛴다. 남편 성혁씨는 아내를 위해 링위의 스파링 파트너로 아내의 주먹을 거침없이 받아준다.

그러던 11월 어느날, KBM 한국 헤비급 타이틀 매치전이 잡혔다. 경기도 인근의 경기장으로 남편성혁씨와 아들 그리고 권투선수 박혜수가 총 출동하는데. 메이저기구의 챔피언 도전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달리는 엄마 복서 박혜수. 이루지 못한 꿈으로 인해 아직도 배가 고픈 챔피언 박혜수. 그녀는 과연 어떤 경기를 시청자에게 선사하게 될까?

KBS 1TV '인간극장'의 '챔피언 박혜수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편은 11월 30일(월)~12월 4일(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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