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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회장 3년차 구광모 체제 구축…계열 분리로 '뉴 LG' 속도


CEO 대부분 유임, 불확실성 대비 '안정 속 혁신' 추구…㈜LG신설지주 설립 결의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안정 속 변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됐던 LG그룹 인사가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 분리와 LG에너지솔루션 출범 등에 따라 폭이 커졌다.

특히 구광모 대표가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지 올해 3년 차를 맞아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구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대부분의 계열사 CEO를 유임하며 안정을 꾀하는 한편, 젊은 인재 발탁과 외부 인재 영입, 여성 임원 확대 등을 통해 '뉴 LG' 체제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건 모습이다.

LG그룹은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이사회를 진행한 곳은 ㈜LG와 LG화학, LG전자,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다. 앞서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는 전날 이사회를 진행한 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LG 임원 인사는 124명의 신규 임원 승진 등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 전진 배치해 미래 준비를 위한 성장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도록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또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부회장단을 비롯해 CEO 대부분은 유임토록 함으로써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등 신구의 조화를 통한 '안정 속 혁신'에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LG그룹 관계자는 "고속 성장하는 미래사업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며 "동시에 경륜있는 최고경영진을 유지해 위기 극복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고자 하는 구광모 대표의 '실용주의'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방수 LG CSR 팀장 사장, 손보익 신리콘웍스 사장 [사진=LG그룹 ]
(왼쪽부터) 이방수 LG CSR 팀장 사장, 손보익 신리콘웍스 사장 [사진=LG그룹 ]

실제로 구 대표는 최근까지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 등을 통해 "고객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질적인 변화와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래성장과 변화를 이끌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육성할 것"을 계속적으로 당부해 이번 임원인사와 맥을 같이 했다.

◆여성인재 확대·외부수혈 발탁…1980년대생 신규 임원도 3명 배출

올해 LG는 177명의 승진 인사와 함께 4명의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을 새로 선임하는 등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 이번 임원 인사 총 규모는 181명으로, 지난해 168명보다 소폭 늘었다.

또 LG는 이번 연말 임원인사 외에도 연중 23명의 외부 인재를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나이, 성별, 경력과 관계 없이 성장 잠재력과 분야별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중용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더불어 LG는 미래준비를 위해 지난해 106명보다 증가한 124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하고,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고 추진력 있는 인재들을 곳곳에 전진 배치했다. 이 중 45세 이하 신규 임원은 24명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최연소 임원은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 지혜경 상무(1983년생)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은 총 3명 발탁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미래 준비의 기반인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LG가 가속화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도 발탁했다. 또 융복합 기술개발 등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R&D 및 엔지니어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젊은 인재에 대한 승진인사도 확대했다.

구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이뤄 낸 미래 성장사업 분야의 인재도 과감하게 발탁했다. 특히 다음달 1일로 예정된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도 이번 그룹 인사에 영향을 미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소속으로 신임 임원 12명이 발탁됐다.

LG는 1990년대 중반 배터리 연구를 시작한 이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한 결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으며,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번에 사업부를 물적 분할키로 했다. LG화학의 인력 배치 계획은 각 부서별로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황으로, 해당 인력들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는 장기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디스플레이 사업 안정화 기반 마련 등에 기여한 플라스틱 OLED 분야에서도 5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여기에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생산∙품질∙영업 등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에 대해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중용했다. 사업부문과 스텝부문에서 계속적으로 성과를 낸 사장 승진자는 5명으로, 전년(1명)보다는 늘었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이들은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사장 ▲손보익 실리콘웍스 CEO 사장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사장 ▲이명관 LG인화원 사장 ▲이방수 LG CSR팀 사장 등이다.

신규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선임도 4명으로, 소폭 교체됐다. 2018년에는 11명, 지난해에는 5명이 교체됐다. 이번에 신규 CEO로 선임된 이들은 ▲황현식 LG유플러스 CEO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CEO 사장이며, 신규 사업본부장으로는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 부사장 ▲남철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 전무 등이 선임됐다.

이번 인사에선 여성 임원도 대폭 확대됐다. LG그룹은 여성 임원 수를 계속적으로 늘려 왔는데, 올해 전무 승진 4명, 신규 임원 선임 11명 등 역대 최다인 15명이 승진하는 등 여성 임원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 여성 임원은 전략∙마케팅∙기술∙R&D∙생산∙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에서 승진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센터 상담사로 입사해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앞장 서 온 LG유플러스 고은정 상무가 대표적이다.

이로써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39명에서 51명으로 증가했다. LG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 비중도 2018년 말 3.2%에서 2020년 말 5.5%로 늘었다.

이 외에 올해 외국인 승진자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자동차전지 생산법인 개발담당 데니 티미크(Denny Thiemig, 독일인) 상무 등 3명 배출하며 글로벌 현장에서 성과를 거둔 현지 핵심 인력을 확대 중용하면서 다양성을 강화했다.

LG 관계자는 "이번 연말 임원인사와는 별도로 2020년 한 해 연중 계속적으로 사업에 필요한 전문역량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영역의 외부 인재를 영입해 순혈주의를 탈피하고 있다"며 "올 한 해 동안 LG CNS 최고전략책임자 윤형봉 티맥스소프트 글로벌사업부문 사장,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글로벌사업추진담당으로 허성우 롯데BP화학 대표 겸 BP(British Petrol)코리아 대표 등 총 23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고 말했다.

◆구광모 품 떠나는 LG상사…구본준, 5개사 중심 신규 지주사 설립

이번 LG그룹의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분리에 따른 조직 변화다.

㈜LG는 이번 이사회에서 LG상사와 LG하우시스, 반도체 설계회사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LG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는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LG 약 0.912, ㈜LG신설지주(가칭) 약 0.088이다.

이에 따라 ㈜LG는 내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친 후 같은해 5월 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 '㈜LG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해 출범할 예정이다.

또 ㈜LG신설지주는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로 구본준 LG 고문(대표이사),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를 ▲사외이사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각각 내정했다. 또 김경석, 이지순, 정순원 사외이사 내정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심화,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따른 디지털 경제 확산 등으로 급변할 전망"이라며 "이번 이사회 결의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영역을 더욱 전문화할 수 있는 구조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분할 이후 존속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신설 지주회사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 회사들을 주력 기업으로 육성해 각각의 지주 회사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구 고문의 측근으로 불리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자리를 옮긴다. LG그룹 입사 후 36년 만의 퇴임이다. 일각에선 하 부회장이 LG상사나 LG하우시스 등으로 이동해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 부회장의 빈자리는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대신하게 됐다. 이번에 LG유플러스 CEO로 선임된 황 사장은 내년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또 이번 분할은 존속 및 신설 지주회사 모두 현재의 지주회사 및 상장회사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LG의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상장 자회사인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및 비상장 자회사인 LG MMA 출자 부문을 인적 분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LG그룹 관계자는 "지난 2018년 구광모 대표가 회장으로 취임한 후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연료전지, 수처리, LCD 편광판 등 비핵심 사업은 매각을 통해 축소했다"며 "반면 배터리, 대형 OLED, 자동차 전장 등 성장동력을 강화해 왔는데 이번 분할이 완료되면 3년간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일단락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선진형 지배구조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는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과 경영 관리 역량을 전문화 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며 "향후 계열분리 추진 시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방향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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