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후위기] ‘빙하 균형점’이 무너지고 있다


사라진 남극 빙하 30%, 눈이 덜 왔기 때문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남극과 북극, 그린란드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남극 빙하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라진 남극 빙하 중 30%는 눈이 덜 내려서 그렇다는 것이다. 극지 빙하는 지구 가열화(Heating)로 위에서 녹고, 따뜻해진 바닷물로 아래에서 녹는 이중효과에 노출돼 있다.

빙하와 빙상은 얼음 큐브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이다. 빙하와 빙상은 눈이 축적되고 수년 동안 새로운 눈이 쌓인 뒤 얼음으로 압축되면서 만들어진다. 빙하에 ‘균형점’이라고 표현할 때 전문가들은 빙하 표면에 쌓이는 눈의 양과 녹는 얼음의 양이 같을 때라고 설명한다.

남극 빙설. [정종오 기자]

최근 지구 가열화, 따뜻해진 바닷물, 덜 내리는 눈 등 여러 요인으로 ‘빙하 균형점’이 음의 값(-)으로 바뀌고 있다. 빙하 녹는 속도는 갈수록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최근 약 10년 동안 감소한 남극 빙하 양의 30%는 강설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남극 빙하량 감소가 전적으로 따뜻해진 해양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바다 온도가 높아져 빙하 이동이 빨라지고, 바다로 유출되는 빙하 양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로 덜 내린 눈이 새로운 원인으로 제시되면서 눈길을 끈다.

남극 빙하 양의 변동은 크게, 눈이 내려 쌓이는 양과 빙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양에 의해 결정된다. 눈이 많이 내리거나 빙하의 이동이 멈추면 남극 얼음은 점점 두꺼워진다. 내리는 눈의 양이 줄거나 빙하 이동이 빨라지면 남극 얼음은 점차 얇아진다.

극지연구소와 서울대, 미국 텍사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중력관측위성 그레이스(GRACE)에서 받은 자료와 남극 대기 관측 결과를 종합해 무엇이 남극 빙하의 양을 변화시키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남극 빙하는 지난 25년(1992~2017년) 동안 매년 평균 1100억 톤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지구 해수면은 약 7.6mm 올랐다. 사라지는 속도는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7년 이후 남극 빙하의 연평균 감소량은 1940억 톤으로 그 이전 470억 톤보다 4배 이상 빨랐다.

2007년을 기점으로 남극 빙하의 손실량이 연평균 1470억 톤 늘어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약 400억 톤은 새로 쌓이는 눈의 양이 줄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사라지는 남극 빙하량. 지구 가열화, 따뜻해진 바닷물, 덜 내린 눈 등으로 빠르게 녹고 있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강설량 감소의 원인으로 남극 진동(Antarctic Oscillation)이 강해진 점을 꼽았다. 남극 진동이 중위도에서 날아오는 수분의 유입을 막아 눈이 충분히 생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극 진동은 남극을 둘러싸는 기압대의 크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바람의 세기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남극 강설량은 남극 진동이 강해지면 줄어들고, 기온이 오르면 증가한다. 두 요인 중 무엇이 더 우세한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로 최근 남극 강설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남극 진동으로 확인됐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장은 “지구의 해수면 상승은 연안 침수 등 사회·경제적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해수면 상승과 직결된 남극 빙하 움직임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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