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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방안-해설] “실행 파일 안 보이고, 국민적 저항 부를 정책 많아”


국가기후환경회의 내놓은 ‘정책제안’ 뜯어보니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외침만 있고 실행 파일은 보이지 않는다.”

23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내놓은 ‘국민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방안’ 정책제안을 두고 드는 생각이다. 이번 대책은 미세먼지에만 집중했다는 인식도 진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 정책제안도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정책제안이 많고, 적기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제안도 있다.

민감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정책제안’이란 전제는 있다. 그런데도 1년 동안 100여 차례 토론회 등을 통해 만든 것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만큼 기후위기도 심각해=국가기후환경회의가 이번에 내놓은 정책제안은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방안’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실상은 기후위기 대책은 거의 없고 미세먼지 대책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 핫이슈이다. 문재인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지금 전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탄소 문명’으로 굴러가고 있다. 공장과 발전도 석유와 석탄, 수송도 석유와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십 년 뒤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고민했다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 중립 정책제안을 구체적이고 상세히 고민했어야 했다.

예컨대 ▲부문별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 ▲대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위한 재생에너지 자유로운 구매(분산형 전력공급시스템) ▲탈원전 흐름에 대한 구체적 정책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후속 이행 계획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에 대한 대응 등이 포함됐어야 한다.

지구 가열화(Heating)에 따른 이상기후 대처방안과 기상청의 잦은 오보 극복방안도 매우 긴급한 과제이다. 기후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정책제안에는 이런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앞으로 ▲친환경 무역규제에 대한 대응 ▲탄소 국경세 등 도입에 따른 우리의 전략 ▲자원과 쓰레기 재활용에 대한 대한민국 로드맵 ▲청정생산기술 연구개발 등의 정책제안도 다뤄졌어야 했다.

무엇보다 기후에너지부(거칭) 신설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조직은 앞으로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기후위기 등과 관련해 많은 부처에 그 역할이 흩어져 있다.

◆수송 분야 정책제안, 갈등의 골 깊어질 듯=국가기후환경회의가 내놓은 이번 정책제안 중에 수송 분야에 대한 갈등이 앞으로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만큼 올려 수요를 누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생계를 위해 경유 차량을 이용하는 국민이 많은 게 현실이다. 경유세를 올리면 많은 국민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데 그 불편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구체적 실행계획은 없어 보인다.

경유차는 요즈음 그야말로 찬밥 신세이다. 미세먼지가 ‘나쁨’ 상태에서 수도권에서는 운행조차 불가능하다.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불협화음에 있다. 경유 승용차를 조기 폐차하고 싶어도 맘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신청하려고 하면 대부분 지자체는 “조기 폐차 지원금이 벌써 바닥났다”며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한다. 조기 폐차하겠다고 하는데도 경유 승용차에 대해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하면서 ‘경유세는 올리고 운행을 제한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이동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35년부터는 친환경차에 국한해 신차로 판매하도록 정책을 제안했다. 이 또한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에 매몰돼 있다. 친환경차에 대한 구체적 생산과 공급 로드맵이 부족하다. 연도별 충분한 공급대책 없이 무작정 밀어붙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자고 주문한 것은 현실의 앞뒤를 구분 못 한 결과물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측은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공제율 40→80%, 한도금액 100만→200만)를 검토하겠다”며 이를 통해 승용차 이용억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내놓았다. 국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내놓은 ‘승용차 이용억제’는 대중교통 확대와 편리한 자전거길 등 인프라를 갖춰 놓으면 자연스럽게 승용차 이용이 줄어들 것이란 사실을 망각한 권위적이고 획일적 정책에 불과하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3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3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석탄화력발전, 2045년까지 운영하자고?=국가기후환경회의는 대표과제 중에서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오는 2045년까지 ‘0(ZERO)’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2045년에 셧다운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보다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았다.

시민단체들은 미세먼지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30년대에는 석탄 화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2030대에 석탄 화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도 설명했듯이 온실가스 대부분과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석탄 화력 발전에서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탄소 중립’은 뜬구름 잡기에 불과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0년대 조기폐쇄가 아닌 2045년까지 석탄 화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가 있긴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여기에 석탄 화력 발전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마당에 지금 우리나라는 7기의 새로운 화력발전소가 건립 중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석탄화력 발전 가동률은 갈수록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30년대에는 20~50%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석탄화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손해를 보전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비판적 시각 나올 듯=국가기후환경회의는 석탄 화력을 줄이면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전 세계 에너지 정책 흐름을 읽지 못한 측면이 크다.

천연가스는 또 다른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중간단계로 건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주민 설명회는 아예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체가 밀어붙이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SK E&S가 여주시에 건립하고 있는 LNG복합화력발전소가 대표적이다. 지역 민원이 매우 높아 갈등의 골이 아주 깊다.

전기요금에 대해 연료비 연동제와 환경분담금을 포함하겠다는 것도 국민 반발에 부닥칠 요소가 많다. 전기요금 인상은 가장 첨예한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구체적 실행계획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사전에 충분히 이뤄지고 객관적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부분이다.

국민은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는가, 왜?”를 물을 것이고 이런 질문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이며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게 정부 몫이다. 국민이 그 답변에 수긍한다면 전기요금 인상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동북아 공동연구와 협약 추진, 가능할까=그동안 미세먼지를 두고 한·중·일 관계 장관이 정기적으로 만나 논의를 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동연구와 대응이란 ‘합의와 협력’ 보다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책임 회피’가 강했다. ‘중국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아니다?’는 불협화음만 울렸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한·중·일을 넘어 더 넓은 동북아 국가를 대상으로 공동연구와 협약을 넓히겠다고 했는데 과연 구체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기후-환경교육을 의무화하고 전담교사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생각할 부분이 적지 않다. 전담교사를 기후변화 전문가를 중심으로 따로 뽑을 것인지, 아니면 현재 있는 교원을 활용할 것인지 구체화하지 않았다. 자칫 이름만 전담교사이고 일선 교육 현장에서 그동안 여러 사례처럼 효과 없는 ‘전시행정’이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번 ‘중장기 국민 정책제안’ 마련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100여 차례에 걸친 분야별 전문위원회·포럼을 거쳐 500여 명으로 구성된 국민 정책참여단의 예비·종합토론회를 통해 제안 내용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1년 동안 100여 차례 500여 명이 만든 뼈대치고는 지나치게 추상적 ‘외침’만 담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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