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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인하①] '24%→20%' 취지는 좋지만…오히려 서민 돈줄 더 막힌다


학계 전문가 "포용금융 아닌 금융소외 가속화"...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든데다, 서민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금리 인하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학계와 금융권은 최고금리를 지금보다 더 내릴 경우 저신용자의 제도권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주려다, 오히려 더 큰 금융소외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를 열고 현행 24%인 법정최고금리를 20%까지 내리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 20%…불법사금융 확대 우려

당정협의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서민과 취약계층은 여전히 고금리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단계적 인하하기로 했고, 지난 2018년에 한 차례 인하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시행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 이자 유예조치 등이 내년 상반기 종료되는데다, 경기 회복 등을 감안해 최대한 늦춘 것이다.

당정의 20% 인하 방침이 나오자 학계 전문가와 업계는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저신용자들의 설 자리를 뺏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사들은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자금조달 비용과 가산금리를 반영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에 대해선 리스크 비용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더 높게 적용한다. 제3금융권으로 분류되는 대부업체들이 고금리를 적용하는 이유다.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금리를 내릴 경우 대부업체 등 금융사들은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어주기 어려워진다.

최고금리를 20%로 내릴 경우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이들은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차주들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대부업 차주 131만명 중 20% 금리 초과대출을 받은 이들은 전체의 99%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전체 166만명 중 49%, 캐피탈은 86만명 중 28%, 카드사는 720만명 중 8%가 20% 초과 대출 차주였다.

대부업체 등 금융회사들의 수익성도 악화된다. 현재 대부업체들은 5~6% 정도의 높은 조달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업계는 받을 수 있는 금리가 20%보다 내려갈 경우 일부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대출 증대를 위한 영업이 아닌 회수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장 자체가 작아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2019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247만3천명이었던 대부업체 이용자수는 지난 2019년말 177만7천명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은 59억4천억원이 감소했다. 일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대출잔액 감축 등의 이슈도 있었지만, 업계는 2018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 효과로 다수 업체들이 대출 공급을 줄인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내릴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조달비용을 적용받는 상위 20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다"라며 "대부업체뿐 아니라 1, 2금융권 금융회사도 대손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고신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머지를 희생시킨다는 논리다"라고 지적했다.

업계도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 대다수 업체들이 영업은 하지 않고 회수에만 몰두할 것이다"라며 "만기연장도 안할 테고, 신용대출도 당연히 안 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시장이 붕괴수준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최고금리 인하 정책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불법사금융 시장을 키운다는 점이다. 자금 수요는 늘 있기 마련인데,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이들의 경우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1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최고금리 인하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최고금리 인하로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 중 31만6천명은 3~4년에 걸쳐 민간 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중 약 4만명은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간 학계 전문가들이 산출한 수치와는 괴리가 있는 숫자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고금리 4%포인트 인하 시 약 3조원의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데,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을 524만7천원으로 가정 시 약 60만명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나온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그간 취약계층에 대한 서베이 자료 등 통계가 잘 축적되지 않은 탓에, 금융위원회나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숫자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도 "연구한 결과들을 정리해보니 아무리 오차가 있어도 (최고금리를 내릴 경우) 30만~50만명 정도는 대부업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중 정말 대출이 절실한 이들은 불법사금융으로 갈 텐데, 몇 퍼센트라고 이야기하긴 쉽지 않지만 4만명은 좀 낮춰서 추산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취약계층 금융 소외 가속화 우려…윤창현 "정부, 너무 낙관적" 비판

당정의 취지대로 최고금리를 20%로 내릴 경우 다수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경감되긴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최고금리 4%포인트(p) 인하 시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 중 약 87%인 208만명의 이자부담이 매년 4천830억원 줄어든다.

이러한 이자 경감효과에도 불구하고 금융 축소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 보고 있으나, 이날 기준 다시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는 등 3차 대유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최 교수는 "고금리가 적용되는 이유는 돈을 빌리는 이들의 신용도가 낮기 때문인데, 이를 좀 낮춰서 이자를 줄여주자는 건 좋은 취지다"라며 "다만 대부업체로부터 거액을 빌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자 자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자를 절감시켜주기 위해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인데, 나중에 가면 대출을 못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라며 "취지가 나쁜 건 아니나, 정책의 결과가 더 큰 금융소외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당정의 최고금리 인하 방침에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고금리 인하로 20% 이상 고금리 대출자 중 31만6천여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정부 발표와 달리 한 민간 전문가는 퇴출규모를 그보다 높은 57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저축은행업권에선 이보다 높은 84만명까지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 인하로 인해 퇴출 돼 더 큰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금융소비자에 대해 정부는 너무 낙관적이다"라며 "통계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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