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끌 투자로 집사면 죄인되는 시대


[뉴시스 ]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금과 대출을 활용하는, 영혼까지 끌어서 모은다는 '영끌' 투자가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됐다.

단어가 새로 생겼을 뿐이지 사실 영끌 투자는 어느 시기에나 있었다. 지금은 일상 용어인 하우스푸어가 신조어였던 시절만 돌이켜봐도 주택담보대출을 한도까지 받고 가족·지인에게 돈을 빌려 겨우겨우 아파트 매매 중도금, 잔금을 치뤘다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들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영끌 투자는 일종의 무리수이자 '에라 모르겠다'라는 모르쇠 투자 내지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만 여겨지나보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을 받아 집 사는데 보태서는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내놓고 30일부터 개인이 신용대출로 1억원 이상 빌려 1년 이내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2주안에 대출을 회수하기로 했다.

단적인 예로 서울은 현재 25개 자치구 전체가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돼 있어 30일 이후부터는 개인이 서울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집 사는데 보태면 잘못이니 대출을 토해내라는 얘기다.

그럼 당장 집을 마련해야 하는 예비부부·신혼부부, 천정부지로 높아진 집값·전셋값에 이제라도 주택 구입에 나서는 무주택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의 집값은 지붕을 뚫고 고공행진중인데,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줄어든 상황에서 사실상 현금 뭉칫돈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주택 구입에 나서기 힘들다. 서울처럼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최대 40%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신용대출까지 다 끌어모아서 말 그대로 '주택 쇼핑'에 나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수요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 받아 주택 구입에 보태는 모든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

사실 신용대출이 주택 구입으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다.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신용대출은 말 그대로 개인의 소득·직장·신용등급 등을 바탕으로 하는 상품이기에 실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대출 목적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신용대출을 받아 공모주 청약이나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쓴다는 합리적 추정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이번 신용대출 규제는 규모가 큰 신용대출로 주택 구입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벌써부터 변칙이 많아 보인다.

부인이 신용대출 1억원을 받고 남편의 명의로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재산세 납부는 남편이 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 9천만원만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도 규제 대상은 아니다.

이렇게 신용대출 규제를 피할 구멍이 많아서일까. 금융당국은 이번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내놓은 후 논란이 가중되자 이번 방안은 무주택자 등 실소유자의 주택구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국의 설명에도 일반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른가보다. 현재 은행에서는 신용대출 규제 실행 시점인 30일 이전에 대출부터 받아놓자는 수요로 문의가 늘고 신용대출 신청이 늘고 있다.

규제가 바뀌니 나중에라도 투자자금이든, 생활자금이든 목돈이 필요할 것을 대비해 신용대출을 받아놓자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부디 이같은 불안감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금융당국의 해명대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원래 취지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모두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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