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감독원의 제 식구 감싸기, 도를 넘었다


금융감독 주체 아닌 개혁 대상으로 전락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2019년 8월 21일. 이날은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를 시작한 날이다. 펀드 환매가 중단되기 전이었지만,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되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금감원이 뒤늦게 검사에 돌입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이었다.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소속 조모 선임검사역이 '라임 검사계획'이 담긴 문건을 전 팀장이던 김모 당시 청와대 행정관에게 건넨 날 말이다. 이 문건은 이날 곧장 라임의 전주(錢主)이자 그들의 술값을 계산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넘어갔다. 라임이 금감원 검사 첫날 이미 그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단 추론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금감원은 그런데도 비위 직원을 감싸기 바빴다. 조 선임검사역에 대해 3개월 감봉이란 경징계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 내부정보를 빼돌려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동시에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사모펀드 사기사건에 연루된 것 치곤 상당히 관대한 조치로 읽힌다. 이마저도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1년도 더 지나 마치 의식이라도 한 듯, 올해 국정감사를 일주일 앞두고서야 이뤄졌다.

그런 그들이 이번엔 금융회사에 징계를 통보하고, 제재 심의를 진행 중이다.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기관 제재와 최고경영자(CEO) 중징계가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다. 물론 사기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증권사는 조치돼야 마땅하다. 어찌됐든 금감원 또한 금융회사를 검사·감독하고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그것도 '라임'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범죄사건에 같이 연루됐단 점에선 금감원과 증권사 모두 해당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증권사가 내부통제에 실패해 라임 같은 불량 펀드를 팔았다면, 금감원 역시 내부 직원과 시스템 통제에 실패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부 직원에겐 경징계를 내려놓고, 금융회사엔 중징계를 통보했으니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주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원장은 금감원의 칼이 날카롭지 못하다고 자성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그 칼은 날카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편파적이기까지 하다. 금감원이 금융감독의 주체가 아닌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이유다.

이미 자본시장 도처엔 사모펀드 말고도 금융감독 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돼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필두로 한 불공정거래와 최근 유튜브 등을 타고 번지는 유사투자자문의 무차별 종목 추천 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지금처럼 자성 없이 '제 식구 감싸기'로만 일관한다면 시장은 또 다른 사후약방문,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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