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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주’ 민우혁 “배우들 힘이 가장 큰 강점”


“한국판 ‘레미제라블’ 탄생했단 평 제일 듣고 싶어”

뮤지컬배우 민우혁 [사진=배지훈 작가]
뮤지컬배우 민우혁 [사진=배지훈 작가]

뮤지컬 ‘광주’에 출연 중인 민우혁은 “표현력이 과한 편이라 지금까지는 극을 마주했을 때 슬프면 그대로 슬퍼하고 무너지는 연기를 해왔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무조건 다 보여줘야 그 감정이 보이는 건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출님이 ‘딛고 일어서야 된다’는 걸 가장 강조하셨어요. 공연을 하면서 말이 안 나올 만큼의 슬픔을 느끼는데 오히려 ‘저 사람은 왜 감정이 없어’라고 할 정도로 노래하려고 노력해요. 표현을 안 하니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다른 작품을 맞이했을 때 그동안 제가 뻔히 했던 연기스타일과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민우혁은 고선웅 연출과의 작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은 연출님들이 디렉션을 주시면 따라가는 편이었다”며 “이번 작업에선 연출님과 대본을 놓고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다,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도 이렇게 하면 연출님 생각과 내 생각이 더해져서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작업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은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배우 민우혁 [사진=배지훈 작가]
뮤지컬배우 민우혁 [사진=배지훈 작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창작된 뮤지컬 ‘광주’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치열한 항쟁으로 금남로를 적셨던 광주시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민우혁은 마지막 임무를 위해 광주에 파견된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 역을 맡아 테이·서은광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박한수는 5·18민주화운동을 폭도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변질시키기 위해 시위대 사이에 잠입하는 편의대원이지만, 광주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상황을 외면하지 못해 갈등하는 인물이다.

뮤지컬 '광주' 민우혁 공연 사진.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뮤지컬 '광주' 민우혁 공연 사진.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처음엔 박한수를 악마였다가 점점 인간적으로 변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어요. 군대에서 세뇌 당해 군인으로서 임무에 충실하고자 했으나 나약한 이들을 마주하면서 무너지거든요. 원래 하지 않던 폭력을 행사하고 고문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굉장히 많이 흔들렸을 것 같아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군인은 목숨을 걸고 명령에 복종해야하기 때문에 혼란이 있었겠죠. 목숨을 내던지는 건 그동안 했던 악마 같은 짓들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하지만 민우혁은 캐릭터 표현의 중점 포인트를 바꿨다. “악마가 되기 싫었지만 어쨌든 한 일이잖아요. 인간적인 모습을 너무 보여주면 그 행위들을 용서받기 위한 것처럼 비칠 것 같아 어렵고 혼란스러웠어요. 이렇게도 저렇게도 표현하면 안될 것 같아 런 스루를 할 때마다 계속 바꿨어요. 최종적으로는 피해의식이나 억울함을 보여주면 안 되겠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뮤지컬 '광주' 민우혁 공연 사진.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뮤지컬 '광주' 민우혁 공연 사진.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곡이 궁금해서 이성준 음악감독님께 연습 2주 전에 한곡을 피아노 반주로 먼저 받았어요. 듣고 바로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웃음) 처음엔 박자뿐만 아니라 음정 잡기도 힘들었어요. ‘피아노 외에 다른 악기들이 들어오면 도움이 좀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악기가 합쳐지니까 피아노 소리까지 안 들려서 정말 어렵더라고요. 무대에서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민우혁은 “‘임을 위한 행진곡’를 부를 땐 광주사람이 된 것처럼 뜨거워지더라”며 “처음 단체로 불렀을 때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배우들끼리 ‘우리가 그 시대에 태어나서 그 시간 광주에 이 감정으로 있었으면 왠지 목숨을 걸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얘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뭉클하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는 “이 작품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가슴이 계속 먹먹해지더라”며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다르다”고 했다. 이어 “무거운 박수 소리를 들으면 먹먹한 감정이 더 오랫동안 남는다”며 “소재에서 오는 책임감과 부담감, 조심스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뮤지컬 ‘영웅본색’의 조기폐막 이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민우혁은 ‘광주’로 8개월 만에 관객과 만났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에 대해 그는 “배우는 그 장면에만 몰입해야 되지 않나”라며 “처음 등장해서 마스크를 다 쓰고 계신 관객들을 보고 감사한 마음에 울컥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광주' 민우혁 캐릭터 포스터.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뮤지컬 '광주' 민우혁 캐릭터 포스터.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그는 “훌륭한 연출님·배우들과의 작업이고 코로나19 여파로 오랫동안 쉬었다 만나서 내게 아주 소중한 작품”이라며 “관객들에게 많이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고 전했다. “어렴풋이 인지만 하고 있던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그분들이 어떤 각오와 마음으로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희생을 하셨는지 바로 알 수 있도록 배우들이 사명감을 갖고 연기하고 있어요. 이 작품이 40주년 기념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한국의 ‘레미제라블’이 탄생했다는 말을 제일 듣고 싶어요.”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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