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미래유산] '배부르고 시원하게' 64년 이어온 전통의 맛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더욱 생각나는 '부민옥' 육개장

아이뉴스24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손잡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포(老鋪)’들을 찾아 '미각도 문화다, 감수성도 유산이다'를 주제로 음식점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합니다. 서울시 미래유산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이번 작업은 기존의 단순한 자료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박찬일 셰프의 인터뷰, 음식 문헌연구가인 고영 작가의 고증작업 등을 통해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2대, 3대를 이어 온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를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 100년 후 미래세대에게 전해줄 우리의 보물 이야기가 '맛있게' 펼쳐집니다. <편집자 주>
서울 중구 다동에 자리를 잡은 '부민옥' [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가을이 깊어졌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코 끝이 시릴 정도다. 언제 먹어도 배를 두둑하게 채워주는 '육개장'은 특히 쌀쌀한 간절기 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시기에 더욱 생각이 난다.

1956년부터 서울 중구 다동에 자리를 잡은 부민옥은 '육개장 맛집'으로 손꼽힌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지금은 어엿한 다동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무교동 골목길에 들어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붉은 간판이 손님을 맞이한다.

파와 고기가 가득 들어간 부민옥 육개장은 달큰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보통의 기름진 육개장들과는 다르게 개운한 맛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푹 익어 물러진 대파와 손가락 마디 굵기로 찢겨 나오는 고기를 함께 먹으면 최상의 맛을 자랑한다.

양지와 사태로 국물을 우려낸 후 미리 고기를 꺼내 찢어놓아 육향과 씹는 맛이 살아 있다. 양도 매우 푸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원한 맛을 내는 이 집 육개장은 술안주로도 제법 잘 어울린다. 육개장이라기보단 잘 끓인 소고기 뭇국을 떠올리게 한다.

무려 6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온 부민옥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과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김승철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부민옥'의 살아있는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Q. 64년 전통 이어온 '부민옥'의 역사는.

A. 부민옥의 가장 긴 역사는 사장의 어머님이 담보하셨다. 부민옥의 맛을 지켜왔으며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다. 금융기관, 언론사 각종 기업들의 본사들이 몰려있는, 서울의 오피스 타운의 중심에서 성업을 했었다. 지금 가게는 3번째 자리다. 초기에는 80평 정도로 운영됐다. 3층으로 운영했으며 적지 않은 규모의 가게로 기억하고 있다.

'부민옥' 2대 사장 김승철 대표. [아이뉴스24 DB]

Q. '부민옥'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배경은.

A. 어머니가 대전 출신이다. 대전에서 사시다가 초등학교부터 부산에서 쭉 지냈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가 부산 서구에 위치한 부민초등학교를 나오셔서 '부민옥'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그래서 부산 사람의 정서를 담고 있는 가게라고 생각한다. 경상도 스타일이어서 터프하고 그런 면이 많은 것 같다.

Q. 형제들 중 막내라고 들었다. 어머니가 운영한 가게를 이어받게 된 이유가 있다면.

A. 나는 대기업 제약회사 연구직 직원이었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고, 부모님은 공부를 하길 바랬고, 자식에게 장사일을 시키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민옥'을 쭉 지켜봐왔고 애정이 있었다. 형제가 4명인데 아무도 가업을 이어받지 않으면, '내가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2002년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까지 '부민옥' 대표를 맡고 있다.

Q. 부민옥 대표 메뉴는 무엇이며, 장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A. 식사류로는 육개장, 선지국, 비빔밥, 우거지국 등이 있다. 기억에 남는 일화는 근처에 친한 형님이 계신데 저희 가게에 쌀을 배달했었다. 그 분이 말하길, 한창 부민옥이 장사가 잘될 때에는 '너희 집에 하루에 80kg짜리 2가마를 배달했었다'라고 말했었다. 밥을 만드는 아줌마가 2명 있었고, 밥 퍼는 아줌마 1명 있었다. 밥하는 아줌마만 총 3명이었던 셈이다.

Q.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A. 우리나라 사회를 이끌어가던 회사원들이 주요 고객이다. 첫 번째로는 금융업 종사자분들, 두 번째는 신문사 등에 근무하고 있는 언론인분들이 많이 오셨었다. 또 옆에 서울시청이 있는데 그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분들도 많이 왔었고, 지금 시민회관 자리가 예전 국회의사당 자리였는데 정치인분들도 상당수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Q. 가게 운영 모토가 있다면.

A. 우리 가게의 모토는 '손님분들이 배불리 먹고, 시원하게 먹게 하는 것'이다. 이는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고, 그 말씀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손님분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다보니 해장을 하기 위해 주로 가게를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시원한 맛'을 고집했던 것 같다.

Q. '부민옥'은 단골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노포 중 하나다. 일부 손님들이 '예전에 비해 맛이 변했다'라고 지적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A. 우선 그렇게 느끼는 손님분들께 '잘못했습니다'라고 말씀 드린다. 맛이 변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때그때 손님분들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 틀린 것 같다는 생각도 있다. 예전에 비해 크게 맛이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Q. 긴 시간동안 손님들의 큰 사랑을 받은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변하지 않는 맛'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육개장은 경상도식으로 '시원한 맛'을 내는데 흔히 '아재들이 좋아하는 맛'이다. 어머니가 부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맵지 않고 담백한 서울식 음식 느낌이 강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

Q. 오랜시간 '변치 않는 맛'을 유지하는 비결은.

A.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이 오랫동안 가게와 함께 한 것이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근처 식당들과 비교해보면 적은 것도 많은 것도 아닌 급여를 준다. 한번은 직원분들에게 '왜 이렇게 오래 다니냐'라고 물어봤더니 '재밌어', '편하잖아'라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경영인과 직원들이 서로 가족처럼 편하게 지내다보니 오래 근무하게 된 것 같다(웃음). 그러다보니 '음식의 맛'도 유지할 수 있었고, 단골손님분들도 꾸준히 가게를 찾는 것 같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