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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귀 닫은 정부·여당, 경제계 외침 들어라


지난 22일 국회를 방문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지난 22일 국회를 방문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업들 일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병든 닭 몇 마리를 골라내기 위해서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인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과 만나 쏟아낸 이 작심 발언은 많은 기업인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공정경제 3법'에 반발하는 재계 목소리를 듣겠다던 여당이 당일 보인 태도는 본인들의 입장만 관철시키기 위해 되레 기업인들을 설득하려는 '미봉책'이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은 지난 20대 국회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다 174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의 탄생 덕에 이번 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다.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기 위해선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경제계 압박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해놓고선 "20대 국회 때부터 많이 논의되면서 나름대로 검토를 많이 했으니 연내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만 드러냈다.

올해 6월 법무부와 공정위가 각각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경제계는 여러 차례 해외 투기 펀드로 인한 경영권 위협을 우려하며 정부와 여당에 적극 의견을 개진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 박용만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등도 국회로 넘어가 경제계의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여겨졌던 야당까지 이번엔 여당 편을 들어 경제계는 더 난감해 했다. 퇴로가 막힌 기업들에게 남은 희망마저 사라진 듯한 모습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이상과 다른 현실이다. 공정경제만 운운하면서 자신들의 그림에 끼워 맞추기엔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어 규제만 강화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기업을 제대로 경영해보지 않은 이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앞세워 법안 개혁 의지만 고수하기엔 경제계가 부담해야 할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실제로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및 집단소송제 입법 예고안만 해도 통과될 경우 30대 그룹 기준 소송비용이 최대 10조 원까지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담은 상법개정안과 관련해선 해외 경쟁사에 기술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중국 자본에 현대자동차 수소 산업 기술을 유출할 가능성이 제기됐던 지난해 엘리엇 사태가 일상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제계의 계속된 호소에 여당은 다음달 초 다시 한 번 공청회를 개최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며 또 다시 당근책을 제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르는 이번 공청회에서 경제계는 '3%룰 폐지' 등을 집중 건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될까 걱정하는 눈치다.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를 앞두고 경제계 목소리를 듣긴 했다는 명분용으로 이를 삼을 지, 경제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줄 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굳이 지금, 이 시기에 정부가 기업들을 더 옥죌 필요가 있을까. 정부와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쏟아낸 '반(反) 기업' 프레임에 맞춰 칼날을 들이대기 이전에 기업의 어려움도 헤아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또 기업들도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활동에 대한 무지와 오해를 언제까지 원망만 할 수는 없는 만큼, 정책과 입법에 대한 체계적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 서로 더 힘을 뭉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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