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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호소 외면한 여당…'공정경제 3법' 입장차 못 좁혀


"기업 목소리 듣는다더니"…대한상의·경총 릴레이 간담회서 법안 처리 입장만 고수

대한상공회의소와 민주당 공정경제TF는 14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와 민주당 공정경제TF는 14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대한상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재계와 여당이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당이 "경제계 의견을 듣겠다"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결국 연내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오후에 걸쳐 각각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연합회를 방문해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공정경제 3법'을 두고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여당이 "일단 입장을 들어보겠다"며 나선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공정경제 TF 유동수 위원장과 김병욱·백혜련·오기형·홍성국·이용욱·송기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환담한 후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종갑 전무, 이경상 상무, 임진 SGI 원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또 오후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송원근 산업연합포럼 소장,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와 만났다. 오는 15일에는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 SK경영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실무임원들이 참석해 여당 측에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할 방침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의]

두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간담회에서 기업 옥죄기에 혈안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도 정부와 여당이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회장은 "이번 법개정을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정부, 기업 등 어느 한 쪽이 강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운을 띄운 후 '공정경제 3법' 연내 처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박 회장은 규제가 과연 필요한지, 사안별로 봐서 해결책이 반드시 법 개정 뿐인지, 법 개정을 한다면 현실적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여당이 면밀히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박 회장은 "문제가 되는 게 일부 기업 문제인지, 전체 기업 문제인지를 먼저 파악해달라"며 "기업들도 그 동안 개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것을 감안했을 때 규제를 하는 게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회장은 해결 방법과 대안을 고려해주길 요청하며 여당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기업들 일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병든 닭 몇 마리를 골라내기 위해서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인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나"며 "해결책이 이거 하나인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경제로 갈수록 법보다 규범에 의해서 해결할 일이 많아진다"며 "법만으로 모든 걸 규정하다보면 지나치게 되는 우려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어디까지를 규범으로 하고, 어디까지를 법으로 할 지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총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성우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총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성우 기자]

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와 여당이 재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공정경제 3법'을 중점 입법과제로 정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또 청와대는 지난 7일 "그 동안 논의를 할 만큼 했다"고 밝히며 관련 법안에 대한 사실상 수정·재검토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란 이유로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재계에선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와 '3%룰'을 두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이사를 먼저 선출한 후 이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한다. 또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각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은 처음부터 이사와 분리해 선임해야 한다. 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모두 합산해 총 3%만 의결권을 가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 지분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들은 헤지펀드의 사냥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위원은 핵심인사로, 외부 영향력으로 뽑게 되면 이사회는 물론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느 감사위원이 협조하기 위해 이사회에 들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기 위해선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재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이 나날이 거세지자 최근 최대 쟁점인 '3%룰'과 관련해선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주 경총 회장단과 만나 '공정경제 3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개정 법안 처리를 경제 정상화 이후로 미뤄 달라는 재계 요구를 일축하고 법 개정 강행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3%룰'에 대해선 "외국 헤지펀드가 한국 기업을 노리도록 틈을 열어주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혀 관련 내용을 보완할 것이란 재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날 유동수 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은 20대 국회 때부터 많이 논의되면서 나름대로 검토를 많이 한 법"이라며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며 연내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경식 경총 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손경식 경총 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이날 오후에 진행된 경총과의 간담회에서도 여당의 이 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드러났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잘못된 규제이며 후회스러운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유 위원장은 "어떻게든 처리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손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투명성이나 윤리성 등에서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면서도 "그 동안 기업지배구조와 공정거래에 대한 정부규제가 계속 강화돼 왔고 기업들도 글로벌 패러다임에 맞춰 진화하면서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평가받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기업들이 법을 위반하거나 반칙을 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아야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사전적이고 원천적으로 경영이나 사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가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뛰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공정경제 3법'은 대부분 규제로, 이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규제가 손실을 가져온다면 이는 잘못된 규제라고도 지적했다.

손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해외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기술, 신산업을 위한 경영전략과 과감한 실물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상법, 공정거래법 등 경영제도 관련 문제들은 이것만 따로 떼어내어 볼 것이 아니라,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한 경영권 방어제도와 종합적인 관점에서 함께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은 재계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20대 국회부터 오랫동안 검토하고 고민한 법안들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처리 강행 의지만 반복해서 드러냈다.

유 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3법을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무조건 '안된다', '어렵다' 하기보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주면 경청해서 듣고 합리적인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조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이 규제적 제도들만 도입된다면 경제 회복을 위한 기업 활동조차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만큼은 여당도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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