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 지사의 '기본 시리즈'가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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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요즘처럼 지역자치단체장 이름이 신문 경제면에 자주 오르내린 적이 있었나 싶다. 최고금리를 10%로 내리자고 하는가 하면, 서민에게 장기간 저리대출을 지원하는 '기본대출권'을 도입하자고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이야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한 지자체장들이 더러 있긴 했으나, 보통의 지자체장이라면 시정과 도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 지사는 좀 다르다. 성남시장 때부터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는데, 경기도 지사가 되고 나선 더욱 적극적으로 보편복지 정책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더욱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시작은 '기본주택'이었다. 역세권에 중산층용의 고급 공공주택을 30년 이상 장기로 무주택자 누구나 입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공택지의 요지에 싸고 품질 좋은 고급의 중산층용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해 싱가포르처럼 모든 국민이 집을 사지 않고도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이 지사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방향을 금융으로 틀었다. 내용도 더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고금리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이 많으니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10%로 낮추자는 것이다.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오늘 날,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박정희 정권 시절과 최고금리 수준이 같다는 지적이다. 그렇잖아도 국회엔 최고금리를 20% 수준으로 낮추는 이자제한법이 발의된 상황인데, 그의 절반에 해당되는 수준까지 낮추자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화룡점정은 '기본대출권'이다. 모든 시민이 장기간 1~2% 정도의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모든 대출이자를 10%로 제한하고, 그에 따른 불법사금융 이탈 가능성은 불법사채무효화 정책으로 차단하자는 주장이다. 이 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출을 받아 폭등한 고가의 집을 산 후 평생 대출금에 시달리고, 높은 가계부채 이자 갚느라고 소비를 못해 수요부족으로 경제가 죽어간다"라고 밝혔다.

이 지사의 정책 제안은 파격적인 것을 넘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고금리를 10%로 낮추게 되면 저신용자들은 더 이상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결국 불법사금융 시장만 커지는 셈이다. 대부업계뿐만 아니라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금융권을 지탱하는 사업자들도 결국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다. 기본대출권도 논쟁거리가 많다. 부실채권에 대해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건 '빌리고 갚는다'라는 금융의 기본 원칙에 들어맞지 않는다.

굳이 더 언급하지 않아도 그간 정치권, 언론, 학계는 이 지사의 정책에 대해 수없이 비판해왔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어김없이 따랐다. 하지만 그는 경제지 기자들을 겨냥해 "전 국민이 보는 앞에 '기본대출 끝장토론'을 제안한다"라며 응수했다.

'기본 시리즈'가 이토록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은 재정건전성에 매우 민감한 나라다.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을 크게 늘리는 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고령화 등에 대비한 재원도 남겨둬야 한다.

그렇다고 이 지사의 정책이 공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정책엔 한결같이 '불평등'이라는 문제의식이 녹아있다. 불평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한국은 단기간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지만, 사회안전망 구축엔 적극적이지 못했다.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든 오늘 날엔 그 구멍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는 불어날 대로 불어난 탓에, 소득이 생겨도 이자의 늪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를 정책 제안에 담아낸 것이다.

보편 복지에 대한 정책 토론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선 잠시나마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적이 있었지만, 금세 사그러들었다. 지금은 다른 일로 바쁘니 잠시 뒤로 미뤄놓자는 논리였다. 이렇게 계속해서 불씨를 살려주는 이 지사의 정책 제안이 반가운 이유다.

포퓰리즘 딱지를 붙이는 건 가장 쉽게 정치인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 불평등에 대한 문제 의식은 누구나 갖고 있다. 진지한 토론으로 신박한 정책이 탄생하길 기원한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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