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주린이 울리는 '주식 리딩방'…'동학개미' 노린다


주의보 불구 여전히 성행…분석 없이 테마주 위주 추천 "위험 커"

[아이뉴스24 류은혁 기자] '주린이'(주식+어린이)로 불리는 H모 씨는 유망 종목을 추천해주는 '주식 리딩방'을 통해 주식을 접하게 됐다. 24시간 종목을 추천해주면서 '내일 상한가 직행'이라는 광고에 현혹돼 15개의 종목을 담았다. 최근에는 추천받은 종목이 그린뉴딜 수혜주라는 말을 믿고 큰 돈을 투자했지만 손실이 커지고 있다. 뒤늦게 해당 종목이 신재생에너지 매출이 없는 타업종이란 걸 알게 됐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메신저를 중심으로 특정 종목의 매수를 추천하는 이른바 '주식 리딩방'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종목 추천이 이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이 지난달 31일 60조원을 첫 돌파한 뒤 이달 7일 기준 63조1천9억원을 기록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예탁금은 지난해 말 27조3천932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30% 넘게 급증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증시 폭락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다. 특히 신규 투자자인 주린이까지 대거 진입함에 따라 유사 투자자문업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리딩은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하는 이들이 상승 예상 종목의 매수·매도 타이밍을 찍어주는 행위를 말한다. '리더' 혹은 '애널리스트'로 불리는 자칭 주식투자 전문가가 무료로 종목을 찍어준다며 특정 종목의 매수를 추천한다. 이후 추가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며 유료회원 가입을 유도한다.

갓 주식에 입문한 2030세대 주린이들은 증권사나 금융기관에 자문을 구하기보다는 이 같은 유사 투자문업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오픈카톡방, 주식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식 리딩방 운영자의 권유로 유료회원에 가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손실 날 경우 100% 환불'이라는 과장광고에 속아 유료회원을 가입한 개인투자자의 경우 손실이 발생해도 이용료 환불이 사실상 힘들다. 나아가 운영자의 추천대로 주식을 매매했다간 주가조작과 같은 중대 형사사건에 연루될 수도 있다.

◆주식투자 전문가?…사실은 '비전문가 영업사원'

리딩방 운영자들은 '주식투자 전문가'보단 '영업사원'에 가깝다. 텔레그램에서 주식 리딩방을 운영했던 K모 씨는 기업분석을 통한 종목 추천이 아닌 소문에 기댄 종목을 투자자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또한 알 수 없는 세력이 텔레그램으로 접근해 자신이 운영하는 방에 종목을 추천해달라며 광고비를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K씨는 "주식 리딩방에서 추천하는 종목은 대부분은 테마주로, 분석이 아닌 정보지에 의해 추천된다"면서 "가끔은 알수 없는 세력이 자신들의 종목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방 참여자 수에 따라 광고비가 책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광고비의 경우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받게 되며 실제로 개인 매수량이 많아질 경우 추가로 광고료를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식 리딩방 운영자는 정규장이 끝나면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내일 오를 것'이라고 미끼를 던져 참여자 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적인 주식 리딩방이 성행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단속이 쉽지 않다. 이들은 공개된 채팅방에선 테마주 위주의 종목을 추천한 뒤 개별적으로 개인투자자를 접촉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주식 리딩방 운영자들은 유료회원에게 여러 개의 번호를 번갈아가면서 접촉하고 있으며, 특히 텔레그램과 투자자가 직접 전화를 걸 수 없는 번호를 이용해 당국의 감시를 피하고 있다.

인터넷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금융당국에 '유사투자자문사'로 신고만 하면 가능하지만 주식 리딩방 대부분은 신고가 안된 불법 유사 투자자문사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주식 리딩방에서 나온 정보는 폭탄돌리기 형태와 비슷하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주식 리딩방 추천 종목은 통상 출처가 불확실한 소문이나 과장된 광고로 단기 급등하는 테마주"라면서 "비전문가들이 분석 없이 무작위로 추천하기 때문에 투자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류은혁 기자 ehryu@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주린이 울리는 '주식 리딩방'…'동학개미' 노린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