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전장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업황 부진으로 실적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다만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은만큼 기대치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차원의 전장 수주 잔액은 200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초 100조 원 규모에서 2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장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ZKW를 약 1조4천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는 LG그룹 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ZKW는 전장 사업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통한다. 실제 ZKW는 지난해 전장 부품 특허와 관련해 오스트리아에서 1위, 유럽에서 4위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사업 모델 발굴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LG전자는 텔레매틱스 분야 1위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MS, 퀄컴 등과 협업해 자율주행 부품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업황 부진으로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LG전자 전장(VS)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9천122억 원, 영업손실 2천25억 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35.9%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4배로 커졌다. 북미와 유럽 지역 완성차 업체의 공장가동 중단, 신규 프로젝트의 양산 지연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줄면서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다만 실적 부진에도 수주 잔고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업 및 수주 잔고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53조 원으로, 주요 거래선은 북미, 유럽, 중국, 한국 등 완성차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라며 "수주 잔고가 늘어 하반기에는 6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실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를 중심으로 전장 사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전 세계 자동차 전장 시장이 2015년 2천390억 달러(약 283조3천800억 원)에서 올해 3천33억 달러(약 359조6천2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과 LG, SK 등이 전장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다.
또 LG전자는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주요 완성차 업체가 공장을 재가동하며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요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VS사업본부는 완성차 업체의 생산 재개와 신규 프로젝트의 양산 등으로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공개될 예정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신형 모델에 P-OLED(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하기로 했다. P-OLED는 곡선으로 디자인할 수 있고, LCD(액정표시장치)보다 전력 사용량이 30%가량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넓힐 수 있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분기 기준 18.4%의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
특히 차량용 OLED 패널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디스플레이 역시 성장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차량용 OLED 패널 시장 규모가 올해 5천700만 달러(약 675억7천400만 원)에서 2025년 7억8천만 달러(약 9천246억9천만 원)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LG화학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화학은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24.6%로, 전년 대비 82.8%나 성장했다. 상반기 전체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이 23% 감소세를 보인 여건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LG화학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하고 있는데, 배터리 동맹'이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전장 사업을 낙점하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전장 사업이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은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현재 저점을 찍은 상태로 점차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