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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이라도 연체 쌓이면 무섭다…힘 받는 '빅테크 건전성 규제론'


전문가 "빅테크, 금융사 수준 건전성 규제 받아야"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당국이 핀테크 플랫폼에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면서, 건전성 규제가 또 하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결제 한도가 30만원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나, 이용자가 많은 만큼 전문가들은 금융사 수준으로 건전성 규제를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핀테크 플랫폼에 소액 후불 결제를 허용해주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당국이 허용한 후불 한도는 30만원이다. 현재 카드사에선 잔액이 없어도 30만원까지 후불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와 동일한 기능을 갖춘 만큼 한도도 동일하게 설정했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핀테크 플랫폼에 후불 결제 기능이 탑재되면, 이용자의 편의성이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래 과정에서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신속한 결제가 가능해지며,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등 씬 파일러들이 금융 거래 이력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국은 업권 간 충돌 방지를 위해 이자가 발생하는 할부·리볼빙·현금서비스 등은 제한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소액 후불 결제가 되면 물건 구매시 1만~2만원이 부족해 결제할 수 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특히 사회초년생들에겐 금융이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텐데, 금융권이 활용하지 않는 비정형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연체가 발생했을 때다. 소액이더라도 먼저 물건을 사고 나중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인 만큼, 언제든지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 핀테크 후불결제와 동일한 기능이 탑재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3월 기준 3% 중반 수준이다. 일반 신용카드 연체율보다 3~4배 가량 높은 수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호황일 땐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연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라며 "동일한 기능을 가진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만 봐도 연체율이 높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올 1분기 카카오페이는 14조3천억원, 네이버페이는 5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신용카드와 비교해 30만원이라는 한도는 적은 건 사실이나, 빅테크 플랫폼의 이용자 수를 고려하면 연체 규모도 무시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혁신방안을 통해 후불결제가 핀테크 플랫폼의 주 업무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전분기 총 결제 규모의 최대 50% 내로 후불결제 규모를 제한하기로 했다.

연체 발생 시 손실 흡수 능력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신용판매가 본업인 카드사들은 리스크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에 반해 핀테크 플랫폼은 충당금 적립 의무가 없다. 회사채도 발행할 여건이 아니라 자금 조달책도 마땅치 않다. 결국 고객 충전금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연체가 발생할 경우 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서 교수는 "소액이더라도 빅테크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 만큼, 연체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카드사 등 다른 금융사처럼 손실흡수 능력이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연체가 발생 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한도가 크지 않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볼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엔 핀테크 플랫폼에 대손충당금 적립, 사업자간 연체정보 공유 등 건전성 관리 계획이 담겼다. 다만 적립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라 할지라도 기존 금융사와 거래, 회사 규모가 차이 나는 건 사실이라 동일 수준의 규제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그래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크기에 비례한 건전성 규제를 적용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카드사와 동일한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후불 결제 허용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건전성 유지를 위해선 대손충당금 적립 등 그에 합당한 규제도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카드사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가 적용돼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신전문금융업법 적용이 여의치 않다면, 전자금융거래법의 하위 규정 정도로 대손충당금 등 건전성 규제를 만들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요주의 분류 자산은 100분의 1이상 ▲고정 분류 자산은 100분의 20이상 ▲회수 의문 분류 자산은 100분의 75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핀테크 업계도 고민이 많다. 플랫폼 특성상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해야하는데, 그 때문에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대 빅테크 회사(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지난해 1천942억원의 적자를 봤다. 대손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건전성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라면서 "세부 내용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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