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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 나 그리고 당신의 내일이라면…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2020년 5월 10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최희석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열흘 가까이 이어진 입주민의 계속된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버린 60세의 노인 노동자. 이 고령의 경비노동자를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내몰았던 원인은 무엇일까. 노인이 되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열악한 노동 환경. 그 개선책은 없을까.

故 최희석 경비원의 죽음은 과연 한 주민의 갑질이 부른 참상에 불과한 걸까.

‘시사직격’ [KBS1TV]
‘시사직격’ [KBS1TV]

하지만 그들은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도, 법적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자칫 불만을 제기했다가는 바로 해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입주민이 5백 명이면 5백 명이 주인으로 군림하는 그들의 서글픈 현실이다.

경비노동자들은 소위 감단직(감시단속직)이라 불리며, 근로기준법의 보호에서 벗어나 있다. 감시단속직 노동자란 생산 노동자와 달리 감시단속 업무만 하는 것으로 그들의 휴게시간은 무노동, 무임금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아파트 경비원들은 24시간 교대 근무 시스템으로, 근무하는 날에도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등 임금을 받지 못하는 시간에도 일터에 머물러야 하는 기이한 형태로 근무를 하고 있다.

화장실 변기 옆에서 식사를 하고 변기 위에 얹은 널빤지 한 장에 의지해 잠을 자고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떨어지는 지하에서 쉬는 경우도 있다. 1년 미만의 짧은 계약 현실도 그들의 고용 불안을 부추기는 문제 중 하나다. 최근엔 6개월 미만, 3개월짜리, 1개월짜리 계약서를 쓰는 곳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약을 위해서는 아무리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한다

한 경비노동자는 “에어컨 리모컨을 바로 안 줬다고. 욕이란 욕을 다 하고 뒷목을 잡아요. 밖으로 나오라고. 문 앞에 있는데 잡아당기고 욕을 한다구요, 개xx 소xx 죽인다니 어쩐다니”라고 암울한 현실을 전한다.

또다른 경비노동자는 “신고 안 해요. 목소리 낸다고 해서 바뀌는 게 없어요. 잘 지내다 순간적으로 해까닥 하면 그건 감당 불가능이에요. 말한 나만 나쁜 놈 되어버리고 끝나는 거예요. 그게 현실이에요”라고 체념하듯 말한다.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은퇴 시기가 빨라지는 데다 자식들 키우느라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채 노인이 된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한 작가는 ‘임계장’ 즉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라 칭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 국내 취업자 약 2,693만 명 중 만 60세 이상 취업자가 512만 1000명(19.0%)이며, 이러한 ‘임계장’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들의 오늘이 우리의 내일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아파트 경비업무, 청소부, 지하철 택배원 등은 젊은이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고된 일들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이곳에는 특별한 계약서가 있다. 입주민과 아파트 경비원이 맺는 ‘동행(同幸)계약서’이다. ‘동행계약서’는 고용 연속성을 유지해주고, 급여가 용역중개료로 빠지지 않으며, 임금체불과 무단 경비 교체, 해고가 없도록 하는 계약 조항이 있어 경비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이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낡은 아파트의 중앙난방을 개별난방으로 바꾸고 조명을 LED로 바꾸는 등, 아파트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여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에 쓴 것이라고 답했다.

입주민과 아파트 경비원이 함께 만드는 행복한 아파트에서 노인노동의 희망을 엿본다.

KBS1TV ‘시사직격’ 17일 밤 10시 방송.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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