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모펀드 사기, 전수조사로 끝날 일인가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위험한 운용형태나 투자구조를 갖고 있지 않고 큰 문제가 없다."

역대급 금융사기라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고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운용사 50여곳과 사모펀드 1천700여개를 점검한 후 내놓은 말이다. 지난 2월, 그러니까 불과 4개월 전이다.

이 발표가 무색하게 사고는 또 터졌다. 문제가 없다던 금융당국이 이제는 아예 사모펀드 전체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전담조직을 만들어 검사인력을 투입하고, 3년이란 시간을 쓰겠단 약속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DB]

시장의 회의론은 짙다. 사기 사모펀드가 나오게 된 원인과 전수조사란 사후대책이 얼마나 잘 들어맞을 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먼저 최근 잇따른 사모펀드 사고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나왔다. 현행 규정상 운용사는 사모펀드 운용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사모펀드 판매사나 수탁사 역시 운용사의 펀드 내역을 감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운용사가 맘을 먹고 속이면 알 방도가 없다. 라임이 해외투자 자산의 부실을 알고도 돌려막기식 운용을 일삼고,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안전한 공공기관에 투자한다고 끌어모은 돈을 사채업자에게 빼돌렸던 게 가능했던 이유다.

더군다나 운용사와 판매사는 펀드를 팔 때 수수료를 챙긴다. 해당 펀드에서 손실이 대거 발생하든 원금이 다 날아가든, 수익률에 상관없이 돈을 떼어가는 것이다. 이들이 사기를 치면서까지 투자를 유치했던 또 하나의 유인이다.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탓도 크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규제 개혁의 바람은 사모펀드에도 가 닿았다. 언제나 그랬듯 투자를 늘려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잔 취지였다. 운용사 설립은 사전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고 최소 자본금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이후 다시 10억원으로 완화됐다. 2년 이상 경력이 요구됐던 운용인력 조건은 아예 없어졌다. 개인 최소 투자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됐다.

결과적으로 이후 5년간 국내 사모펀드 시장(설정액)은 두 배 넘게 불어났다. 20여곳에 불과했던 '자칭' 전문운용사 수도 10배 이상 많아졌다. 시장이 단기간에 몸집을 키우면서 부실 운용사와 사모펀드도 늘어났다. 감시망엔 구멍이 뚫린 채 규제만 대폭 완화됐으니 어쩌면 사고가 터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금융당국이 1순위 대책으로 내놓은 건 사모펀드 전수조사다. 규제 완화와 허술한 법망 같은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조사부터 하겠다니 사태의 본질에서 한참을 벗어난 처사다. 당장 시장의 거센 비판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보인다면 과장일까.

전수조사 기간으로 정한 3년 역시 현실성이 없다. 실제 사모펀드가 통상 3년에서 5년 안에 청산되는 걸 감안하면 당국이 조사하는 사이에 사라질 펀드가 부지기수 일 것이다. 금감원 노조가 최근 성명서에서 "(조사에서 문제를) 발견한다고 한들, 관련자들은 이미 '먹튀'하고 잠적할 것이 뻔하다"고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시장에선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매 중단이 예정된 부실 사모펀드가 널려 있다는 건 업계의 정설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한 피해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걸 금융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라도 사모펀드 사기를 원천차단하는 강공법이 절실하다. 전수조사를 진행하더라도, 완화된 규제를 손보고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작업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는 결국 현 사모펀드 제도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한수연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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