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전수조사 '실효성 의문'…수년 걸린다는데 어떻게?

교차검증 이후 현장검사…일각에선 '날림조사' 우려도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사상 초유의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 금융당국이 전수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1만개가 넘는 사모펀드를 당국의 한정된 인원으로 어떻게 살필 지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현재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되는 운용사-판매사 간 교차검증 역시 공급자들에게만 의존한 것이어서 정작 피해가 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조사의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 한국거래소와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과 사모펀드 전수조사 방식 및 일정 등을 확정해 발표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원금손실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에 이어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연기 사태까지 터지자 이제라도 사모펀드 하나하나를 전부 점검하겠단 복안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1만256개 VS 32명…"수십 년 걸릴 일"

사모펀드 1만여개와 한국형 헤지펀드로 불리는 전문사모운용사 230여 곳이 조사의 타깃이 될 전망이다. 지난 26일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사모펀드는 총 1만256개로 순자산이 423조1천80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조사 인력인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인원은 5개팀, 32명에 불과하다. 단순히 검사국 인원 1명이 하루 1개의 사모펀드만 들여다 본다고 쳐도 1년은 족히 걸리는 셈이다. 앞서 지난 25일 금감원 노조가 "자산운용검사국이 1만개가 넘는 펀드를 정밀검사하려면 수십 년은 걸릴 일"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는 전수조사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파다하다. 사모펀드 부실 논란을 의식해 형식상 '수박 겉핥기'식으로 전수조사가 진행되면 안 하느니 못한 '날림조사'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도 전일 낸 성명서에서 "1만개가 넘은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조사를 한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사고가 자연치유 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모펀드 전수조사의 실효성이 지적되자 "한 번에 (모든 사모펀드를) 다 볼 수는 없다"라며 "다만 (전수조사) 발표만으로도 (자산운용사가) 잘못된 것을 고치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당국 수장의 바람에 지나지 않는단 지적이다. 특히 라임과 옵티머스에 이어 디스커버리펀드, 홍콩계 채권형펀드, 무역금융펀드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사모펀드 부실사고가 터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메시지만으로 '업계가 스스로 고칠 수 있다'라고 얘기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란 비판마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사채에 불법으로 돈을 넣은 사모펀드까지 드러난 마당에 금융당국이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한 번쯤은 제대로 된 조사로 시장을 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교차검증 한다지만 '신의성실' 문제 걸림돌

금융당국은 일단 유관기관에서 인력을 지원받고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회사, 사무관리회사 등 4자 간 서류 교차검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서로 보유한 사모펀드 자산내역 등이 일치하는 지를 먼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때 정보 불일치나 부실 우려가 확인된 운용사와 환매 중단 가능성이 있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인원을 투입해 현장검사를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신의성실 문제가 만만찮게 제기된다. 4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미 부실이 만연한 사모펀드 업계에 교차 검증을 맡긴다면 그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냔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4자 교차 점검을 하더라도 정보대조 정확성 측면 등 이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사고가 계속 터지다 보니 4자 간 신의성실 여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짙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금까지 부실 판매와 운용 등이 확인된 사모펀드는 5조원 규모에 육박한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DLF(7천950억원)와 라임자산운용(1조6천679억원)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제2의 라임'으로 불리는 옵티머스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5천억원)가 환매를 중단했고, 이어 홍콩계 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의 채권형 펀드(7천억원)도 환매를 연기한 상태다.

한수연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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