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아름다움, 그 이상의 기억”…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국제갤러리 부산점 올해 첫 전시…조각 삼부작·‘인간질서’ 연작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제작과정이에요. 풍선들은 하나의 아름다움을 넘어 숨에 대한 기억도 있는 거죠.”

김홍석 작가는 국제갤러리 부산점 올해 첫 전시인 개인전 ‘작은 사람들’(Short People)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홍석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 안천호) [국제갤러리]

전시명 ‘작은 사람들’은 김 작가의 조각 삼부작 ‘MATERIAL’, ‘Breaths’, ‘Untitled’(Short People)의 일부 부제에서 비롯한다.

작가와 혈연·사회적 관계에 놓인 이들이 각기 다른 크기로 숨을 불어넣은 풍선들이 공장으로 보내져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재료로 제작됐다.

‘MATERIAL’은 작가의 가족의 참여해 완성됐다. ‘Breaths’는 15명의 공장 노동자의 숨을, ‘Untitled’는 4~6명의 소집단으로 이루어진 보통 사람들(작가의 지인들)을 의미한다. 이렇게 총 100개의 ‘형태화된 숨’이 활용됐다.

삼부작은 미술의 자본주의적 생산 구조를 반영하며 일상적 오브제와 예술이라는 가치를 부여 받은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재료의 정치성, 그리고 해석의 모호함이 갖는 가능성을 대리한다.

합의와 협업, 수행과 노동을 수렴하는 제작 과정을 거친 창작물은 일종의 서사를 갖춘 주체적 대상으로 전시장에 놓인 것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설치전경. [국제갤러리]

전시장 중앙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 조각 삼부작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풍선의 시각적 형태를 공통으로 제시한다.

둥글게 부푼 풍선들이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인 모습은 어느 순간, 기체의 밀도에 따라 부유할 수 있고 표면의 곡선과 재질 때문에 똑바로 쌓일 수 없는 풍선이라는 대상의 일반적 물성을 환기시킨다.

이때 관람자는 외형만으로 작품을 수용하기를 멈추고, 대신 경험과 학습으로 체화된 인식 체계를 발동시킨다. 눈앞의 대상이 어떤 재료와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의미와 작가의 목적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김홍석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 안천호) [국제갤러리]

김 작가는 “풍선을 보면 귀엽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징그럽고 흉측하단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친근감을 느끼는 건데 그 이후에 드는 생각은 ‘이렇게 예쁜 것이 왜 존재할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술가가 적정한 시기에 작품을 완성해줘야만 하지만 ‘어디가 그림의 끝일까’는 개인의 판단에 달려있다”며 “완성으로 가기 전의 중간단계를 나는 아름다움이라고 규정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풍선을 보고 ‘아름답다’라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친근감 뒤에는 ‘과연 미술이 관람객들한테 무엇을 제공하는 걸까’ 생각하게 된다”며 “그래서 제작과정을 담고자 숨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시작했을 땐 가족들의 숨을 모아서 형상화했다”며 “이후엔 친한 학생들, 이 브론즈를 떠준 공장의 노동자들의 숨을 모아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작과정에서 벌어진 일들, 그리고 숨이라는 자체가 물질화될 수 없다”며 “결국은 작품이 담고 있는 굉장히 사적인 의미들을 모아서 공적인 자리에 왔을 때 어떻게 내러티브가 형성돼 사람들과 소통될 수 있을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홍석 개인전‘작은 사람들’ 설치전경. [국제갤러리]

한편 풍선 조각 삼부작과 함께 선보이는 6점의 평면 작품 ‘인간질서’ 연작은 전통적인 미술 재료인 캔버스를 사용했다. 밑칠을 하고 그 위에 공업용 은색 페인트가 분무된 작품은 밑칠의 흔적으로 인해 바탕을 수정하는 잠재적 상황인지, 혹은 고의적 완결 상태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 믿음에 근거한 ‘완성’의 상태가 반드시 진정한 완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가시적 ‘미완’이 곧 ‘완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08년 ‘밖으로 들어가기’(In through the outdoor)와 2014년 ‘블루 아워’(Blue Hours)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진행되는 김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8월 1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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