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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③] 트럼프 변덕으로 재개된 싱가포르 정상회담


김영철, 트럼프에게 김정은 친서 전달…'브로맨스 시작 되다'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지 채 12시간이 지나지 않은 그날 저녁 천둥이 내리쳤다. 북한 외무성의 한 관리가 발표한 비교적 온건한 성명이 마음에 꽂힌 트럼프가 우리에게 2018년 6월12일 정상회담을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명백히 잘못된 것이었지만,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회담을 개최하려고 필사적이었던 트럼프는 공개적인 허가증을 발급한 것이었다. 언론들은 세계의 우방국들을 불안케 하는 ‘깜짝 외교’라고 표현했다.

2018년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대화하고 있다. [백악관]
2018년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대화하고 있다. [백악관]

다음날 오전 8시50분 그러한 제안을 전달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전화해 설명했으나 아무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는 우리가 받은 서한(북한 성명)이 ‘극도로 온후한 것’이라고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잡은 기회를 놓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무슨 기회”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는 계속해서 “이것은 거대한 승리다. 협상에 성공한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협상이 될 것이다. 나는 김정은과 북한을 매우 성공한 대상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실망스러웠다. 덫에서 거의 도망칠 수 있었는데….

트럼프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라고 지시한 다음날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DMZ에서 만났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강경화 외무부장관은 김정은이 요청했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 대통령이 즉각 동의했다고 폼페이오에게 말했다.

정의용 실장도 DMZ에 가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이 잘 됐고, 두 지도자들이 CVID에 합의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나에게 보고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싱가포르에서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하기를 기대하면서 광범위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회담을 중지시키는 결정을 한 데 대해 좀 놀랐고, 미국이 다시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서는 매우 안도했다.

우리는 남한의 카운터파트와 거의 상시적으로 접촉했고, 준비 속도는 급속히 빨라졌다. 아베와 일본도 트럼프를 이전의 약속에 따라 붙잡아 놓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었다.

아베는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개념을 옹호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과 사정거리와 관계없이 모든 탄도미사일을 폐기해야 된다는 일본의 오랜 입장을 옹호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

트럼프는 개인적으로 여전히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원하는지에 대해 결정을 못 내린 것처럼 보였다. 폼페이오가 김영철을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출발하기 전 싱가포르 회담 전략을 논의할 때 트럼프는 결단을 내리기 전에 오락가락했다. “싱가포르 회담 취소보다는 개최하고 싶다. 그러나 비핵화를 얻지 못하면,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라고 망설이다가 트럼프는 결국 결단을 내려 “개최하고 싶다. 훌륭한 무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8년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수행원들과 함께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폭스]
2018년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수행원들과 함께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폭스]

좋은 소식은 그가 문 대통령을 원하지도 않았고,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남한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다.

폼페이오는 만찬에서 보고를 하면서 김영철 문제에 도달했다. 트럼프는 “매우 멋있다. 해보자”라고 말했다. 켈리와 나는 우리가 싱가포르 회담을 왜 반대하는 지에 대해 설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펜스 부통령의 허락 하에 김영철과의 만남이 최소한 집무실 밖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득했으나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장군 2명과 집무실에 앉아 있는 사진을 걸어놓고 북한이 과거에도 이러한 게임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했으나 트럼프의 태도를 바꿀 수는 없었다.

국무부 외교안보 담당자가 오후 1시 집무실에서 있을 트럼프와의 회담을 위해 김영철을 뉴욕으로부터 차로 데려왔다. 트럼프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난 펜스는 회담 장소를 외교 접견실 같은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트럼프를 다시 설득했으나 트럼프는 듣지 않았다.

트럼프는 회담을 소규모로 하기를 원했고, 따라서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폼페이오, 그리고 통역이 참석했다. 그리고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과 통역이 참석했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트럼프가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트럼프는 당시 거의 흥분 상태였는데, 김영철에게 주기 위해 기본적인 백악관 방문 기념품을 싸 놓고 있었다. 상자 하나가 조금 찌그러져 있었는데, 트럼프는 직원에게 “네가 이것을 망쳤다. 다른 것을 가져와라”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오후 1시15분에 도착했다. 켈리가 집무실로 안내했다. 김영철이 매우 긴장한 것처럼 보였고, 웨스트 윙에 들어갈 때 김영철은 김정은 친서를 차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고 켈리가 후에 우리에게 이야기해 줬다. 북한 통역이 급히 차로 달려가 친서를 가지고 왔다.

‘위대한 후계자’의 친서를 잊어버렸다는 것을 김영철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에 맡긴다. 우리는 부통령 집무실에서 텔레비전으로 장면을 지켜봤다. 회담은 오후 2시45분에 끝났다.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김영철과 함께 집무실에서 나와 그의 차가 기다리고 있는 데까지 같이 걸었다. 그리고 트럼프는 집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회견을 했다.

김영철이 떠나자 펜스와 내가 들어갔고, 켈리는 김정은 친서 원본과 대략적인 번역본을 나에게 주었다. 친서는 순전히 과장된 칭찬이었고, 아마 북한의 선전·선동 부서에서 썼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편지를 좋아했다. 이것이 트럼프와 김정은 브로맨스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펜스 집무실에 모여 켈리와 폼페이오의 브리핑을 들었다. 김영철은 북한의 입장에 대해 전혀 새롭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은 주장을 했다. 명백히 북한은 어떠한 비핵화 합의를 하기에 앞서 정치적 보장을 원했고, 트럼프는 그것을 그들에게 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놀라운 것은 북한과의 초기 논의 과정에서 경제 봉쇄는 2차적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북한이 미국의 경제적 압력보다 군사력을 더 두려워하고, 따라서 경제 봉쇄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철이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일과 관련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가지고 떠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켈리가 말했다. 트럼프는 한미군사훈련을 기꺼이 축소할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들면서 도발적인 것인가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것이 가장 최악의 사태였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미군 통수권자로부터 들은 것이다.

이것은 문 대통령과 그의 ‘햇볕 정책’ 옹호자들조차도 놀라게 할 양보였는데, 그들은 강력한 미군의 존재를 전제로 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남한의 정치적 좌파가 ‘햇볕 정책’이라는 환타지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미군의 존재였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한국은 스스로 헤쳐 나갈 것이고, 그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결과를 인식하게 될 것인데, 그것은 그들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트럼프를 절벽으로부터 물러서게 할 수 있었다고 느꼈고, 따라서 실질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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