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두고 한국노총 vs 민주노총 정면충돌…왜

양대 노총에 각각 속한 노동자들 사정 달라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양대 노총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대 노총에 각각 속한 노동자들의 사정이 달라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을 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3일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광주형 일자리는 옳다'는 성명서를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일부 대기업 노조에서 반대논거로 내세우는 낮은 임금과 노동통제를 통한 저숙련 일자리가 아니다"면서 "산업고도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하이로드(high-road) 전략으로 노동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혁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달 민주노총 소속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GM)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연데 대한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가 노동권 침해와 저임금 고착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경제 논리에도 어긋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자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옳다'는 성명서를 낸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뉴시스]

이러한 충돌은 근본적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각각 속한 노동자들의 상황이 다른데 기인한다. 민주노총에 속한 노동자들이 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 완성차 업체 소속인데 반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에 속한 노동자들은 이러한 대기업 완성차 업체의 협력업체 소속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의 초봉 3천500만 원에 대한 시각차가 발생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반값 임금'이라며 저임금 고착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한국노총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협력업체들의 임금은 대기업 완성차업체들만큼 높지 않아서다. 그런데 여기에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들에게 주거·교육·의료 등의 복지를 지원하기 때문에 광주지역 서민들 기준에서는 풍족하진 않아도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 노동권 침해라든지, 수익성이 낮은 경차 생산, 친환경차로의 산업구조 변화 등을 감안하지 않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자리 등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나오는 민주노총의 비판은 사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우려긴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비판에 한국노총이 동조하지 않는 이유는 광주형 일자리 자체가 기존 완성차업계 일자리와 다른 모델이고, 이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노·사·민·정 대타협 프로젝트다. 쉽게 말해 처음부터 끝까지 노동의 참여가 있다.

즉 수익성이나 지속가능성 등은 대타협을 위해 마련된 대화 기구 등을 통해 노동자들이 언제든 참여해서 논의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 한국노총 측 생각이다. 특히 기존 제조업의 저임금·저기술·저부가가치 중심의 로우로드(low-road) 전략을 고기술·고품질·고부가가치를 중심으로 한 하이로드(high-road) 전략으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모델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역량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국내 완성차업계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시된 새로운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수십 년 간 국내 완성차업계에는 신규 투자가 사실상 동결돼 있는데 이는 낮은 생산성과 높은 임금 등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 후진적인 노사관계, 원하청 간 일자리 질과 임금 격차 심화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한국노총에 소속돼 있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는 격차 해소 등이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황금빛 기자]

물론 이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참고한 독일 폭스바겐 AUTO5000 모델과 달리 국내선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배제된 측면이 있긴 하다. AUTO5000 모델의 경우 독일 금속노조와 폭스바겐 간 직접 교섭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노조의 상황이 달라서다. 독일은 산별교섭 체제와 노사 간 협력 체제 등이 오랫동안 잘 정착돼 온 반면, 한국은 산별노조에 속해 있더라도 사실상 기업별 노조인데다 대기업 노조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이고 기업 또한 노동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면서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오지 못해서다.

사실 이러한 한국의 후진적 노사관계 때문에 민주노총이 비판한 지점은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한국노총 또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언제 또다시 반대로 뒤돌아설지 모르는 일이긴 하다.

실제 앞서 지난 4월 1일 한국노총은 원하청 상생방안, 노사책임경영 등의 기본 원칙이 빠졌다며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를 선언했다 광주시·광주글로벌모터스 등과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상생위원회 설치 등에 합의하며 한 달 만에 복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은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 여부는 신뢰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수익성이 있고 없고 지속가능성이 있고 없고는 그때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광주형 일자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생기고 싸우면 당연히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들 모두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약속을 지켜야 지속가능할 것"이라며 "노동이 참여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적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노총 소속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 등 3사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재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사무직 채용을 진행 중이고, 내년 상반기부터 생산직 1천 명 정도의 채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양산은 내년 9월에 들어갈 예정이다.

황금빛기자 gold@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