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이러스연구소 쟁탈전 관전평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정부의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 설립계획안 발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3일 보건복지부와 과기정통부가 감염병 연구개발(R&D)의 콘트롤타워로 '국립 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 설립하고, 기초·핵심원천 연구 강화를 위한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과기부 산하에 별도로 설립한다는 내용의 '감염병 R&D 거버넌스 정비'방안을 발표하자 곧바로 각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를 질병관리본부에서 분리해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남겨두고 질병관리본부의 나머지 조직만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다는 정부조직개편안이 복지부의 부처이기주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비판여론을 수용한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로 국립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의 소관 부처 논란은 일단 사그러든 것처럼 보이지만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정부가 다시 내놓을 안을 기다려봐야 알 것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 제3차 회의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국립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를 복지부 산하에 두느냐 질병관리청 산하에 두느냐 하는 논란에 가려졌지만, 이번 바이러스 R&D 거버넌스 발표의 핵심인, 국립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와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각각 설립하는 방안은 더 근본적인 불씨를 안고 있다.

어쩌면 소관부처 논란보다 더 많은 골치거리가 바이러스연구소의 중복설립으로 인해 생겨날 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부처간 중복설립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관료제의 칸막이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행정편의주의와 실적주의에 급급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국립 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에,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과기부 산하에 각각 설립한다는 이번 정부안은 지난 몇 달 동안 치열하게 전개된 과기부와 복지부의 바이러스연구소 쟁탈전이 빚어낸 결과다.

지난 3월17일 1차 추경에서 국가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 설립 준비를 위한 40억원의 예산이 복지부에 편성되면서 바이러스 R&D의 콘트롤타워는 질본이 맡는 것으로 기운 뒤에도 과기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추진해 오던" 바이러스연구소 설립 의지를 꺾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복수설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결국 과기부가 설립할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콘트롤타워'라는 표현은 복지부에 내주는 대신 '기초'연구를 빌미로 별도의 바이러스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관철해 낸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바이러스기초연구소'에서 기초연구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과기부가 진짜로 기초연구를 맡을 생각이었다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하나 더 설립하겠다고 싸우는 대신 전국 대학의 바이러스 기초연구실 지원에 나섰을 것이다.

과기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출연연은 기초연구보다는 응용·개발연구에 중점을 두는 조직이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출연연에 임무중심형, 국가사회문제해결, 기술사업화, 산학연 협력 등의 역할을 강조해 왔는데 이는 R&D콘트롤타워로서의 바이러스연구소에 어울리는 역할이다. 과기부(출연연)는 기초, 복지부(국립연)는 응용이라는 역할분담 방안에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3일 브리핑에서 "긴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시에 핵심기술을 축적하고 산학연 간 긴밀한 연구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바이러스 분야 기초핵심 원천연구를 확대하고 이를 지원하는 동시에 긴밀한 산학연 협력을 통한 실용화 추진으로 성과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또한 파스퇴르연구소, 한국화학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등의 약물재창출 연구, 치료제 및 백신 연구 등을 거론하면서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그런 여러 가지 연구력이 결집되는 연구소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연 협력의 구심점, 연구개발 플랫폼을 강조해 온 그간의 출연연 역할을 바이러스기초연구소에서도 수행할 것임을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반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립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는 감염병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보다 응용적인 연구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고 과기부 산하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이름 그대로 바이러스에 대한 일반적인, 가장 포괄적인 원천연구를 하는 것"으로 구분했다. "감염병과 관련되지 않은 일반적인 기초연구는 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인체에 직접 관련이 되는 감염병 관련 바이러스는 국립감염병바이러스연구소가 한다"고도 덧붙였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관련된 연구는 복지부 소관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복지부와 과기부의 바이러스연구소 중복설립은 앞으로 많은 논란을 낳을 게 분명하다. 따라서 기왕 대통령의 지시로 바이러스연구소 설립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이상 과기부-복지부의 복수 설립안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연구소 설립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바이러스 연구에서부터 방역에 이르는 종합적인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한 것이 맞다면 부처별로 연구기관을 나눠가지는 것보다는 단일 통합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 옳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방역 연구는 질병관리청이 맡되, 치료제·백신 개발 연구는 공무원 신분의 국립연구소보다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긴밀한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취약한 바이러스 연구역량을 생각할 때 더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소관부처가 어디든지 상관없이.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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