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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로드웨이 42번가’ 양준모 “선배들과의 작업 행복해”


“인물 간 관계 탄탄한 작품…관객에 긍정적 에너지 전달할 수 있을 것”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배우를 하면서 도전한 여러 경험들이 줄리안 마쉬한테 그대로 녹아진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본 적이 없지만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는 거죠.”

양준모는 24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쇼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한번도 안 봤다고 밝혔다. “한번이라도 봤으면 너무 욕심났을 것 같아요. 작품을 더 빨리 보지 못한 건 후회가 되지만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기에 지금도 적정연령은 아니에요. 지금보다 어릴 때 했으면 인물을 이해 못했을 듯해요.”

그는 “내가 줄리안 마쉬와 비슷한 성향이 있다”며 “나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시어터 보이스 스터디’(띠보)라는 걸 만들어서 배우들 40~50명씩 모아 노래 스터디를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멈춘 상태”라고 예를 들었다. 또 “줄리안 마쉬의 감정을 100배 이해를 한다”며 “이 캐릭터가 나한테 정말 잘 와 닿고 있다”고 자신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영화 ‘42번가’(1933년)를 무대용으로 만든 뮤지컬로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페기 소여가 스타로 등극하기까지의 과정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8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국내에는 1996년 처음 소개됐다. 재즈풍의 경쾌한 스윙 음악과 그루브가 살아 숨쉬는 탭댄스의 중독적인 리듬감, 화려한 단체군무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CJ ENM]
[CJ ENM]

명작을 만나 주연배우로서 힘을 쓸 부분이 별로 없다는 양준모는 대중이 평가하는 명작으로서의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확인하고 싶은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확신도 자신감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뮤지컬배우 양준모와의 일문일답.

- 극중 노래를 한곡밖에 안 부르는 캐릭터를 맡아 의외의 캐스팅이라는 반응 많았다.

“내가 데뷔한 지 17년 됐는데 점차 연기와 무대가 재밌어지더라. 옛날엔 작품을 보는 기준이 악보였지만 이제는 대본을 보게 된다. 대본의 깊이를 먼저 파악하는 게 순서가 맞는 것 같다. ‘양준모’ 하면 어떤 캐릭터를 할 거라는 게 예측되지 않나. 내가 해왔던 강한 캐릭터에 대해 너무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걸 벗어나고 싶고 다른 것도 계속 해보고 싶었다. 아직까지도 내 캐릭터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아내(맹성연 작곡가)가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다보니 아내랑 작품 얘기를 많이 한다. 작품을 고를 때도 상의를 하는데 아내가 고민도 없이 무조건 하라고 했다. 알고 보니 아내는 이 작품을 두 번이나 봤더라. 작품을 잘 아는 아내가 나한테도 좋을 거라고 판단했으니 관심이 생겼다.”

-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

“대본을 보니까 웬만한 정극 이상의 깊이가 있는 작품이더라.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명작이란 명작은 다 해봐서 명작의 공통점을 알고 있다. 이 작품은 특히 인물 간의 관계가 정말 탄탄하게 돼 있다. 공연 중반쯤 가봐야 확신이 서겠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왜 명작인지 하면서 더 알고 싶다.”

- 본인이 생각하는 명작의 기준은 무엇인가.

“명작을 했을 때 배우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작품이 빛이 난다. 주연일 경우 오프닝부터 마지막까지 작품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다 파악을 해야 된다. 그래서 공연 내내 압박이 엄청나다. 명작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흐름대로 맡겨도 된다는 걸 나는 경험했다. 대중 예술은 만족할 만한 공통분모를 크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은 배우가 되게 중요하지만 명작은 배우가 크게 노력을 안 해도 공통분모가 호로 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배우가 천천히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시간을 다 써도 그 다음 스피드를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 돼있다. 우리나라에서 24년 이상 한 뮤지컬은 ‘명성황후’랑 ‘브로드웨이 42번가’ 딱 두 작품이다. 그만큼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배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으로 가는 거다. 네임밸류 즉 작품성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구축한 서브텍스트가 있나.

“극중 도로시가 줄리안한테 ‘브로드웨이의 제왕’이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10대 때 데뷔한 연출이라고 하는데 나는 줄리안 마쉬를 노래로 한창 날렸던 배우 출신의 연출이라고 설정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혼자 남았을 때 ‘프리티 레이디’에 나왔던 넘버를 부르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한다. 배우 했을 때부터 그때까지 힘들었던 걸 회상하고 페기의 노란 스카프를 보면서 ‘나한테도 이런 존재가 있었지’ 이런 생각도 하고. 또 줄리안이 페기에게 ‘넌 먼지에 불과한 코러스인데 들떠 있으면 안돼’라고 하는데 페기가 그런 먼지들이 없으면 사람들한테 어떻게 감동을 주냐고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거기서 연출한테 컨펌을 받아 대사 하나를 새롭게 만들었다. 안무가 앤디랑 나가면서 ‘우리도 꿈이 있었지, 옛날 브로드웨이의 꿈’이라고 한다. 그런 걸 되새기면서 페기로 인해 줄리안도 메시지를 받는 거다. 그런 것까지 다 쌓여서 마지막 신에 가면 울컥함이 밀려오더라.”

- 같은 역할의 송일국·이종혁과는 많이 친해졌나.

“종혁이 형이랑은 2011년 ‘미녀는 괴로워‘ 일본 공연을 같이 한 뒤로 쭉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내 공연도 보로 오고 형 아들이 뮤지컬을 해서 아들 얘기도 하시고. 종혁이 형은 오래 하셨으니까 형이 편한 대로 해석한 부분들이 있다. 내가 보여달라고 하면 연출이 놓쳤던 것까지 다 보여준다. 형이 한 것들을 참고하면서 형이 바꾼 대사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송일국 형님은 이번에 처음 봤는데 윤석화 선생님한테 얘길 많이 들었다. ‘열심’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 연습에서 말씀도 안 하시고 무조건 대본만 보고 계신다. 내가 친해지려고 말을 거는데 끝까지 말을 안 놓으신다.”

 [CJ ENM]
[CJ ENM]

“내가 처음 뮤지컬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가 생각나더라. 그때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게 뮤지컬이구나’ ‘많은 사람들한테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배우가 돼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정장을 입고 댄스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춤을 춰본 적도 없는데 안무를 하라고 해서 정장 입고 넥타이를 매고 맨발로 춤을 췄다. 그때 심사위원이 김문정 음악감독님이었는데 옆에 계신 분한테 ‘저 미친놈은 뭐지’라고 하셨다.(웃음)‘

- 후배들에게 해줄 말도 많을 것 같다.

“나도 페기 소여같이 한방에 주인공이 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을 할 때마다 고민을 가진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본다. 내가 맨 처음 뮤지컬배우를 시작할 때 성악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되는지, 마이크를 어떻게 써야 되는지 등 모든 걸 오로지 철저하게 나와의 싸움에서 얻었다. 경험을 했으니까 후배들이 물어보면 많이 얘기해준다. 지금은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중요한 것들을 잃고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을 보면 제일 안타까운 게 유튜브 보고 따라하는 것이다. 오디션 때 정말 심지어는 똑같이 따라한다. 각자가 목소리가 다 다른데 배우 각각의 캐릭터가 있어야 되지 않나. 그런 게 너무 없어서 학생들한테 본인의 매력이 있어야 된다는 얘긴 꼭 하고 있다.”

- 여러 후배들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김수하가 웨스트엔드에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아내가 단국대 학생들을 소개받아서 뮤지컬 데모를 녹음했는데 끝나고 나한테 수하 얘길 하더라. 내가 일본에 가기로 돼 있었는데 수하가 너무 잘 하니까 어떻게 좀 해보라고 추천했다. 성향이 맞는 사람은 말로만 설명해도 소리가 바뀌는데 수하가 딱 그랬다. 몇 마디 안 해도 바로 알아들어서 ‘미스사이공’ 오디션을 한번 볼 수 있겠냐고 토호극단에 소개를 했다. 토호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서 레슨을 계속 시켰는데 영국에서 걔를 보고 데려갔다. 작년에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타는 걸 아내와 집에서 되게 흐뭇하게 봤다. 같이 축하한다고 음성메시지도 보냈다.”

- 함께 작업하면서 감탄한 후배도 있나.

“최재림. 오페라 ‘리타’ 할 때 그 역할이 딱일 것 같아서 내가 캐스팅했는데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탤런트는 정말 특별하다. 노래적인 부분은 내가 잘하는 스타일도 다 부를 수 있다. 연기적인 부분도 나보다 뛰어난 점이 엄청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박강현. 강현이는 마인드도 소리도 좋다. 요즘 친구들 다 잘하는 것 같다. 연습실에서 자매님들과 친구들 춤추는 거 보면서 ‘정말 요즘 애들 너무 잘한다, 우리 때랑 다르다’ 이런 얘길 하고 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 의지하는 선배가 있다면.

“김선영 선배가 내 롤모델이다. 나는 남자 김선영이 되고 싶다고 항상 얘기를 한다. ‘씨왓아이워너씨’ 할 때 분장실에서 누나와 고민을 나눴다. 누나가 10년차에 했던 고민을 내가 10년이 되니까 하고 있더라. 그게 딱 생각이 났다. 누나는 지금도 내가 뭐만 하면 다 도와준다. 내가 무조건 벌려놓고 ‘누나, 일 벌렸어’ 하면 와서 도와주고.(웃음)”

 [CJ ENM]
[CJ ENM]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했던 역할은 10년이 지나도 할 수 있다는 거? 예를 들어 내가 ‘명성황후’의 대원군 역을 26세에 했다. 14년이 지났는데 지금 해도 어린 나이다. 조정석이 나랑 데뷔가 같고 신인 때부터 계속 같이했는데 얘는 고등학생 역할을 하고 나는 할아버지만 하니까 어릴 때는 고민이 많았다. 근데 지금은 그게 내 장점인 거다.”

- 정동극장에서 하는 ‘양준모의 오페라 데이트’도 시작했고 뮤지컬배우 외에 계속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있다. 또 어떤 도전을 할 계획인가.

“두 번째 프로듀싱을 하고 있다. 이번엔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정말 보지 못했던 유니크한 뮤지컬이 될 것 같다. 대본이나 음악 다 나온 상태고 캐스팅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현재 드라마 촬영도 하고 있다.”

-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인이 느끼고 있는 행복을 관객들에게 위로와 응원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나.

“우연치 않게도 작품의 시작부터 공연계 사람들이 일자리를 많이 잃었던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의 오프닝은 ‘줄리안 마쉬라는 유명한 연출가가 작품을 올린대, 그럼 우리도 혹시라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으니 오디션 가자’ 이렇게 시작된다. 중간중간 과정들과 인간관계의 감정을 잘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관객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게 될 것이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모두가 겪을 법한 일이라 더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엔 모두가 힘을 합쳐서 만들어낸 결과에 의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작품 연습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스태프 모두 같은 마음이다. 다들 연습실에서 춤출 때도 다 마스크를 쓰고 있고 밥 먹으러 갈 때도 나눠서 간다. 지금도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고 공연이 올라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공연을 많이 보시는 분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극장이 사람들이 생각는 것보단 안전하다는 인식이 잘 쌓였으면 좋겠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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