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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뜬 중저가폰 '찻잔 속 태풍' vs '시장재편 신호탄'


저렴한 가격 속 판매량 유지…판매 줄어든 플래그십폰과는 대조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프리미엄 제품 위주였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중저가폰들이 득세하고 있다. 기존에도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지만, 올해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중저가 제품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는 중저가폰이 실제로 이전 대비 크게 판매량이 늘었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든 가운데 체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가폰 쪽의 판매가 그나마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분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운터포인트 등 시장조사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중저가폰 판매 비중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1분기 한국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A90 5G'라고 밝혔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이 판매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갤럭시A30과 갤럭시A50도 판매량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0과 갤럭시S20+, 갤럭시S20 울트라의 모습. 갤럭시S20 울트라의 경우 예상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두 모델의 판매는 상당히 부진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갤럭시S20과 갤럭시S20+, 갤럭시S20 울트라의 모습. 갤럭시S20 울트라의 경우 예상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두 모델의 판매는 상당히 부진했다. [출처=삼성전자]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애틀라스리서치앤컨설팅 역시 3월 들어 국내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이 지속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애틀라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3~4월에 걸쳐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와이드4'가 6주 연속 주간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중저가폰인 'Q51'도 4월 들어 주간판매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저가폰이 국내 시장에서 부각되는 가운데 2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20 5G 모델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높게 책정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이동통신사들도 출시 초기 다소 적은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면서 실질적인 스마트폰 판매 가격은 더욱 높아졌다. 지난달 뒤늦게 공시지원금이 최대 50만원까지 상향됐지만 판매량 반등 효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가성비 좋은 중저가폰들이 다수 출시된 것도 중저가폰 비중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31·A51과 갤럭시 퀀텀을 연달아 출시했고 애플은 아이폰SE 2세대를 내놓았다. LG전자 역시 2월 Q51에 이어 지난달 Q61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은 후면 멀티카메라와 커다란 화면을 주무기로 내세웠고 아이폰SE는 보급형 제품에 최신 프로세서가 탑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점을 특화해 가성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정말로 중저가폰의 판매량 자체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비싼 가격 등으로 갤럭시S2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그나마 판매량을 유지하는 중저가폰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량은 이동통신사향 기준으로 전작의 60~7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갤럭시S2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도 비싼 가격 등과 맞물려 많이 줄었다"며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중저가폰이 어느 정도 팔리고 있지만 '열풍'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고 최근 밝혔다. 당초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판매 등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5G 단말기 보조금 제한 정책 등으로 시장이 위축됐다고 카운터포인트는 짚었다.

SKT-삼성전자가 손잡고 지난 15일 세계 최초 양자보안폰 '갤럭시A 퀀텀'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일부 기능을 제외하면 '갤럭시A71'과 스펙이 같다. [출처=SK텔레콤]
SKT-삼성전자가 손잡고 지난 15일 세계 최초 양자보안폰 '갤럭시A 퀀텀'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일부 기능을 제외하면 '갤럭시A71'과 스펙이 같다. [출처=SK텔레콤]

지난해 이통사들이 5G 초기 가입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각 이통사별로 막대한 지원금을 살포하며 출혈 경쟁을 벌였다. 과열경쟁으로 손실이 커지자 이통 3사는 지난 2월 갤럭시S20 출시를 앞두고 '신규 출시 단말기 예약가입 절차 개선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사전예약 기간을 출시 전 1주로 단일화하고, 이 기간 스마트폰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사전예약 기간 예고한 공시지원금은 지원금 변경 시 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해 하향 조정을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이통사들의 단말기에 대한 공시지원금 및 판매지원금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줄었다. 가뜩이나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이 비싼데 지원금까지 쪼그라들면서 고객들은 갤럭시S20 등의 제품을 더욱 외면하게 됐다. 다만 이는 바꿔 말하면 프리미엄폰에 대한 이통사 지원금이 높아질 경우 시장에 다시 변화가 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휴대폰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의 의지에 따라 공시지원금 등을 다시 높인다면 다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이통사들이 과열 경쟁 방지 및 재무 개선 차원에서 전반적 지원금을 줄이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재편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압도적 1위인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삼성전자로서는 한국 시장이 중저가폰 위주로 흘러가는 것은 썩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국은 어디까지나 프리미엄 시장인 만큼 고수익을 내야 하는데, 중저가폰 위주로 재편될 경우 판매 수량이 늘더라도 수익성 면에서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도 삼성전자가 갤럭시A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것이 내수 시장을 겨냥해서라기보다는 전세계에 출시하는 과정에서 한국 역시 출시국 중 하나로 포함한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서 특별히 중저가 스마트폰을 많이 팔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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