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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으로 들여다본 ‘과학자의 예술품 복원 과정’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상처받은 작품을 안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러 가지 보존 도구와 첨단 장비가 놓인 실험실 같은 C의 공간은 과학적이면서도 동시에 상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곳이다. C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살피고, 손상된 곳을 발견하면 서둘러 작품을 치료한다.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살피면서도 작품 속에 새로운 시간이 쌓여갈 수 있도록 돕는다. C의 하루는 작품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과 고민으로 완성되고 또다시 시작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Conservator C’s Day)를 지난달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청주관(미술품수장센터)에서 연다.

이갑경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이갑경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보존과학자의 일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작가와 작품, 관객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보존·복원을 수행하는 한 인물의 일상과 고민 등을 시각화한다.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를 선정해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 등 5개 주제로 나눠 구성했다. 작가 17명의 회화·사진·조각 등 작품 30여점 외에도 보존도구·분석모형 등 자료 1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상처와 마주한 C’는 일상적으로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하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텅 빈 어두운 공간에는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작품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1967)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1967)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C의 도구’ 공간에서는 이 외에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 분석자료 등이 함께 배치돼 보존과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근·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과 오지호(1905~1982)의 유화작품을 분석했다. X선 조사법을 통해 구본웅의 1940년 작 ‘여인’에서는 집과 담장으로 추측되는 이미지가 발견됐다. 오지호의 1927년 작 ‘풍경’에서는 숨겨진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종덕 'The More the Better(다다익선)'(2020)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우종덕 'The More the Better(다다익선)'(2020)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C의 고민’에서는 작품을 보존·복원하는 과정 중에 보존과학자가 겪는 다양한 고민을 시각화 한다. 특히 TV를 표현 매체로 사용하는 뉴미디어 작품들의 복원 문제에서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수용 문제를 다룬다. 우종덕은 최근 이슈가 돼온 백남준 작 ‘다다익선’(1988)의 복원 문제와 관련한 3가지 의견을 영상 설치 작품으로 소개한다.

‘C의 서재’는 유동적인 현대미술을 보존·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연구 공간이다.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설을 비롯해 미술·과학 도서 등의 자료들을 함께 배치했다. 서재는 실험실의 느낌을 주는 아연 도금 강판을 소재로 한 제로랩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제로랩 'C의 서재'(2020)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로랩 'C의 서재'(2020)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은 “청주관이 개방형수장고로 특화된 미술관”이라며 “보존과학 부분을 대중화하는 데 미술관의 특색을 돋보이게 하도록 전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같이 미술품의 생명을 연장하고 치료하는 보존과학자의 다양한 고민들을 시각화한 흥미로운 전시”라며 “하나의 작품을 보존·복원하기까지 작가와 작품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한 연구와 담론, 실재와 상상의 경계 사이에서 보존과학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다음달 2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중계 후에도 영상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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