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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유동적 공감·연대의 장’ 고찰…‘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전


국립현대미술관 아시아 기획전…8개국 작가 그룹 15팀 작품 15점 전시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해결점을 찾는 게 불가능해도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중요하고 그것을 논의할 수 있는 공유의 장이 필요합니다. 이를 함축할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하다가 가족을 떠올렸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를 준비한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21일 오후 서울관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전시 주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사는 “첫 번째 전시에서 ‘아시아’라는 키워드가 지역이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다각적인 시각이라고 의미를 규정했다”며 “그 이후에 ‘어떤 아시아를 보여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 보이지 않는 힘, 사회구조나 제도 안에서 개인을 제한하고 집단적인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며 “‘공공의 정의를 위해서는 개인의 가치를 얼마만큼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들이 전반적으로 있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것에 대한 비판은 잘 할 수 있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은 대답하기가 어렵더라”며 “이런 것들이 과거부터 계속해서 반복해오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해결점을 찾기는 어렵지만 논의를 계속 끌어내야 된다고 얘길 했다”고 부연했다.

두 번째 아시아 기획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로서 ‘가족’을 통해 아시아 지역 내 다양한 문제들을 토론하고 공유하는 공공의 장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미술관은 세대 간, 사회·경제적 계급 간 구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모여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정된다. 이곳에서 작가와 관람객은 유동적인 공감과 연대의 장으로서 ‘또 다른 가족’을 함께 그려본다.

전시는 5전시실, 복도 공용 공간, 전시마당, 6전시실로 이어지며 프로그램에 따라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이 된다. 먼저 5전시실에서는 집단 가운데 개인의 모습을 탐구하고, 이분법적 논리가 전제된 사회 체계 속에서 제한되는 신체와 정신을 이야기한다.

이강승(한국)은 ‘미래의 심상들’이라고 명명한 라운지 형태의 서점을 통해 국내 소수자 커뮤니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치, 상영회 및 드로잉 등으로 그려낸다. 탄디아 페르마디(인도네시아)는 사진 연작을 통해 가족 안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성역할과 자아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듀킴(한국)은 무속신앙의 퍼포먼스에 주목하며 퀴어와 젠더,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에 관한 문제의식을 K-POP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보여준다.

재일교포 정유경은 한국·일본·북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사회 안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신작 ‘이등병의 편지’로 고찰한다. 니 하오(대만)는 나무뿌리처럼 뒤엉킨 리코더 조각 작품을 통해 정규 교육과정 속 잔재하는 서구 제국주의 맥락을 드러낸다. 와타나베 아츠시(일본)는 은둔형 외톨이였던 자신의 경험과 사회로부터 지워졌던 개인의 기억을 콘크리트 집을 허무는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복도 공용 공간 및 전시마당에서는 작품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출발점으로서 ‘또 다른 가족’을 이야기한다. 필리핀 작가그룹 98B 콜라보레이터리, 허브 메이크 랩, 칸티나는 협업프로젝트 ‘투로투로’를 통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토론하며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논의와 연대를 제안한다.

인도네시아의 자티왕이 아트 팩토리와 한국 작가 그룹 버드나무 가게가 협업한 ‘투자로 가는 길’은 삶의 기반인 토지를 투자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적 사고에 의문을 품고 실제 투자 설명 부스를 세워 관람객과 관련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의 작은 마을 공동체 주민들과 함께 협업하는 이 이란은 지역이 품은 역사적 기억과 모순을 전통공예를 기반으로 한 대형 직조작업으로 재현해낸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FDSC뉴스’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6전시실에서는 왕 투오(중국)의 영상 작품 ‘강박’이 펼쳐진다. 최면에 걸린 건축가의 시점으로 베이징 중심에 위치한 1950년대 건물의 역사를 더듬어보며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진 신념에 대한 허무함을 그려낸다.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은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교류와 신작을 통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 국제 사회의 연대와 공존, 특히 아시아 지역의 공명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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