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 그래핀 상용화, 드디어 실현되나?

화학연, 차세대 박리공정 개발, 연내 양산 목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한국화학연구원이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열적·전기적 특성이 뛰어난 그래핀을 파일럿 장치에서 시간당 60그램 규모로 생산할 수 있으며 1그램당 2천원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흑연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엘브스지켐텍에 이전, 올해 안에 그래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꿈의 신소재로 불려온 그래핀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제욱 책임연구원(우)과 권연주 연구원(좌)이 멀티 전극 시스템으로 생산한 그래핀 용액과 가루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두 연구원 뒤에 있는 장치가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이 적용된 멀티 전극 시스템이다. [화학연]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이제욱 박사팀은 그래핀 상용화를 이끌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을 개발하고, 이 공정을 적용한 멀티 전극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멀티 전극 시스템은 전해질 용액 수조에 ‘금속 전극-흑연 전극-금속 전극’을 샌드위치처럼 배치한 묶음을 여러 개 담가놓은 장치다. 흑연 전극에 전기를 흘려보내 그래핀을 아주 얇은 층으로 벗겨내는 방식으로, 이렇게 벗겨진 그래핀은 장치 하단의 필터를 통해 용액과 분리되어 가루 형태로 추출된다.

연구팀은 현재 파일럿 규모인 이 장치로 고품질의 그래핀을 시간당 60g 가량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공정에 최적화된 흑연 전극의 크기는 10cm x 15cm x 5mm 정도다. 이렇게 생산할 그래핀의 가격은 1그램당 2천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기존 그래핀 생산기술인 ‘화학적 합성 공정’보다 생산시간과 가격,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것이다. 화학적 합성 공정은 흑연을 강산으로 처리해 그래핀을 얻는 방식으로, 현재 주로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욱 박사는 “화학적 합성 공정의 경우, 강산 처리로 인해 그래핀의 강도, 열 전도성, 전기전도도 등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나중에 환원처리를 하지만 100% 수준으로 품질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공정으로 생산한 그래핀은 기존 제품에 비해 열적, 전기적 특성이 두 배 가량 뛰어나며 파일럿 스케일을 벗어나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가격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이제욱 박사팀이 개발한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을 적용한 멀티 전극 시스템 [화학연]

한국화학연구원이 기술을 이전한 엘브스지켐텍의 모회사인 엘브스흑연은 국내 흑연광산 채굴권을 확보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채굴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수입하던 흑연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하고, 국산 흑연으로 그래핀까지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화학연과 엘브스지켐텍은 대량 생산되는 그래핀으로 우선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열을 방출하는 방열부품, 전기자동차의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도전재와 전극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전자제품의 방열 부품에는 흑연 시트가 주로 쓰이는데, 유연성이 떨어지는 탓에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생산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그래핀은 유연성과 가공성이 뛰어나 흑연 시트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엘브스지켐텍 박철용 대표는 “값싼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해 지난 10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그래핀 상용화의 문을 2021년까지 활짝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엘브스지켐텍은 안성에 엘브스흑연연구소를 설립하고, 그래핀 양산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핀은 지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꿈의 신소재'다. 탄소 원자 1개 층으로만 이뤄진 2차원 물질이다. 강도와 열 전도성, 전기전도성 등 기존의 물질들이 갖지 못한 뛰어난 물성으로 꿈의 신소재로 일컬어졌지만, 아직도 대량생산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평가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그래핀 시장은 90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2천40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벤처형전문소재기술개발사업’과 ‘탄소산업기반조성사업(고부가가치 인조흑연 소재기술개발)’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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