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죽을 줄 알면서 왜 그 자리 남아 계엄군 맞았을까”


정도상 “5·18 40주년 앞둔 시점 들어온 질문…‘꽃잎처럼’ 집필 시작”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민주주의의 완성은 평화와 통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정부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훨씬 더 폭넓게 수용해야 됩니다.”

정도상 작가는 지난 11일 진행된 소설 ‘꽃잎처럼’ 출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사회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끝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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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아직 온전히 이룩되지 않았다”며 “지난번 촛불혁명을 통해서 대통령 한분을 바꾸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기획재정부나 외교부 등의 아주 보수적인 공무원들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며 “국회가 야당이 훨씬 강력하게 투쟁하는 구성이었기 때문에 촛불혁명 이후의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발걸음이 매우 더뎠다. 사실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작가는 신작 장편소설 ‘꽃잎처럼’을 통해 40년 만에 5·18 그날을 이야기한다. 소설의 1인칭 화자 스무 살 청년 명수는 1980년 5월 18일 이후 구성된 투쟁위원회의 대변인 상우의 경호원을 자처하며 도청에서 결전의 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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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세계에 대해서 끝없이 질문을 하고 소설가는 이 질문을 발견하는 것이 본연의 일이라고 생각해왔다”며 “5·18 40주년을 앞두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당시 광주에 자주 갔는데 전남도청을 바라보면서 ‘왜 그때 그 사람들은 그 새벽에 도청에 끝까지 남아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나한테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또 “그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 남아서 계엄군을 맞이했다”며 “이 질문을 통해서 비로소 내 안에서 문학적 욕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하고 소설을 썼다”며 “1980년 5월 26일 오후 6시부터 27일 오전 6시까지를 다룬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11시간 정도 전남도청 안에서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다”며 “그 사람들의 실존의 고민을 담아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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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현재 원형복원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전남도청의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라며 “형의 느낌을 받기 위해서 복원용역보고서를 읽으면서 설계도를 통해 전남도청을 느껴보려고 한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설을 쓰다가 작가인 나도 고아의식에 사로잡혀있었다”며 “내가 고아가 아닌데 혼자 고립돼 있었다. 이것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초고에는 엄마 얘기가 거의 없었다. 초고를 써놓고 멍하니 앉아서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며 “‘엄마, 엄마’ 부르면서 한 시간 정도 울다가 고아의식을 버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주인공이 초고에선 고아의식을 못 벗어났다가 재고에선 벗어난 게 엄마를 등장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60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정 작가는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이야기’로 전남대 오월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누망’ ‘낙타’ ‘은행나무 소년’ ‘마음오를꽃’ 등과 창작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등을 저술했다. 제17회 단재상과 제25회 요산문학상, 제7회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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