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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에 또 악재"…경쟁사 비방 댓글에 남양유업 또 '흔들'


대리점 갑질 사태 후 이미지 회복 어려워…"기업·조직 문화 변화 필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남양유업이 이번엔 경쟁사 비방 댓글 의혹까지 연루되면서 사업 근간까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그간 대리점 갑질, 창업주 외손녀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던 터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갑질 이슈가 터진 후 불매운동의 타깃이 돼 매년 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 원유 납품 공장 인근에 원전이 위치해 있다는 비방글을 올렸다. 대부분의 댓글들은 "목장 인근에 원전이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 "우유에서 쇳가루 맛이 난다" 등의 내용이 많았다.

이에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지난해 한 육아정보 인터넷 카페에 지속적으로 비방글이 올라온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이 이번 일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최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특히 홍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2013년 남양유업 사태에 대한 대리점협의회 입장 발표 [사진=아이뉴스24 DB]
2013년 남양유업 사태에 대한 대리점협의회 입장 발표 [사진=아이뉴스24 DB]

경찰은 홍원식 회장을 필두로 남양유업이 조직적으로 이번 일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2013년에도 인터넷 상에 경쟁사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전력이 있던 것도 영향이 컸다.

남양유업도 공식 사과문을 통해 '경쟁사 비방글'과 관련한 부분을 인정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쟁사 비방글 관련 남양유업 사과문 [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캡처]
경쟁사 비방글 관련 남양유업 사과문 [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캡처]

이번 일로 남양유업은 과거 대리점 갑질 사태까지 재조명되면서 위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5월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던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도 본사에서 대리점에 강매하는 '물량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또 여직원이 결혼했을 시 계약직으로 신분을 바꿔 임금을 깎았다는 주장도 나와 공분을 샀다.

이후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을 거쳐 대국민 사과와 함께 갑질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홍원식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아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홍 회장은 지난해 불거진 외조카 황하나 씨 마약 투약 사건에서 사과문을 게재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황 씨가 마약 상습 투약 혐의에 휩싸여 남양유업 외조카란 사실이 함께 언급되며 기업 이미지가 악화되자 사태 수습을 위해 나선 것이다.

당시 홍 회장은 "조카 황하나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물의 일으킨 점,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집안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파문 이후 진행된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사진=아이뉴스24 DB]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파문 이후 진행된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사진=아이뉴스24 DB]

하지만 남양유업의 갑질 사례가 또 터지면서 사태 수습이 어려워졌다. 남양유업이 2016년 1월에도 농협 대리점과 협의없이 수수료율을 2%p 인하한 사안이 공정위에 발각돼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남양유업은 이를 자진 시정하며 최근 '협력이익공유제'를 처음 도입한다고 밝힌 상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사전 약정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2013년 대리점 갑질 파문이 불거진 직후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 이후로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지 못하도록 남양 이름 지우기에만 더 치중했다"며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홍원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어 이미지 회복 속도가 더 더딘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 디저트 카페 '백미당'에 남양 이름을 지웠고, 지난해 11월에는 남양F&B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바꿨다. 지난 2017년 강남 도산대로에 지어진 첫 사옥 건물에는 남양유업이란 이름 없이 '1964 빌딩'만 새겼다.

이처럼 남양유업은 갑질 사태가 터진 후 소비자들의 계속된 비난과 불매운동 여파로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2012년 매출 1조3천650억 원, 영업이익 637억 원을 기록했던 남양유업은 2013년 갑질 파문으로 실적이 급락해 지난해 매출 1조308억 원, 영업이익 4억1천735만 원 기록에 그쳤다. 7년 새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무려 99.4%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 놓이자 남양유업은 3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섰다. 임원을 포함해 팀장급 관리자들은 상여 30%와 휴가비 50%까지 반납하기로 동의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업무지원비와 출장비, 식대 등도 대폭 삭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남양유업이 판관비를 130억 원 이상 감축하며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작년에는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것과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일로 그 나마 있던 고객들까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홍 회장을 필두로 전반적인 기업 및 조직 문화 혁신 없이 기업명 감추기로 주먹구구식 대응만 하는 태도를 이번 기회에 버려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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