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추진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한진칼 유상증자로 이어질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의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최근 열린 국토교통부-항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이달 중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 추진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인 유상증자 방식과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큰 틀에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시가와 방식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은 정부로부터 1조2천억원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았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추진은 정부 지원에 상응하는 자구 계획의 일환이다. 송현동 부지 등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족한 자금을 유상증자로 수혈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는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유상증자 방법과 규모에 따라 대한항공은 물론 한진칼의 지분율까지 요동을 치게 된다. 특히 산업은행은 3천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 인수로 대한항공 지분 10%가량을 확보하게 되면서 국유화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29.96%다. 한진그룹 관련 재단인 정석인하학원(2.73%)과 정석물류학술재단(0.42%)을 포함하면 약 33% 수준이다. 한진칼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진칼도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3자 연합의 지분율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41.3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3자 연합은 42.75%까지 지분을 늘리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양측 모두 주주우선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현재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조 회장 측은 물론 3자 연합 역시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평가다.
당초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율을 50%까지 확대해 경영권 분쟁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계획이었지만 주가 급등으로 더 이상 지분 확대를 못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이후 3자 연합의 추가 지분 취득 공시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한진칼 주가가 급등한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쉽게 지분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상증자까지 참여하게 되면 3자 연합의 자금운용 계획에도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한 한진칼이 3자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조 회장에게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방식을 두고도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이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10% 가까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이 영구채 전환을 통해 10%가량의 지분을 확보하면 정부 지분이 20%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유증 결과에 따라 정부 우호지분이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물론 3자 연합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양측 모두 유증에 불참할 경우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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