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한파에 동대문은 춘래불사춘…매출 80% '증발'

中 보따리상 발길 끊기고 내수 침체까지 덮쳐…정부지원 절실 호소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3월까지만 버티면 되겠지 했는데 4월에도 상황은 변한 게 없습니다.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못 받은 건 둘째 치고, 받아둔 물건도 팔지 못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파산하는 가게가 늘어날까 걱정입니다."

8일 오전 서울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만난 도매상인 A(43·남)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추이를 묻는 질문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꽤 오랫동안 장사를 해 왔는데 이런 불황은 처음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 패션시장의 상징 동대문 의류시장이 코로나19 사태를 이기지 못하고 기울어가고 있다. 주요 고객이었던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은 사태 초기부터 발걸음을 완전히 끊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분위기 확산 속 내국 고객들의 방문도 예전같지는 않은 모습이다.

동대문 패션시장이 코로나19 사태를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진=이현석기자]

이날 동대문 의류시장은 한산했지만 지난달에 방문했을 때에 비해서는 다소 활기가 돌아온 모습이었다. 소매상을 비롯한 몇몇 고객이 종종 가게를 찾았고, 마스크를 쓴 상인들은 이들과 흥정하며 예전과 다름 없이 판매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며 하소연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2월 이후 제때 제품을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유행하는 상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동대문 의류시장 최대 강점이 완전히 사라져 봄철 장사를 완전히 망쳤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B(33·여)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손님이 조금이라도 돌아온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봄철 상품을 발주했던 1~2월 중국 공장이 멈췄고, 지난달부터 재가동되긴 있지만 출국이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려 신상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유행하는 상품을 보러 오는 것"이라며 "상품을 빠르게 공급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장사가 잘 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내국 손님들은 일부 돌아왔지만, 타격은 회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이현석기자]

이들은 큰 매출을 불러일으키던 중국인 보따리상과 국내 소매상들의 발걸음이 완전히 끊긴 것에 사실상 '결정타'를 맞았다고 토로했다. '언택트 소비'가 확산되며 온라인 쇼핑이 호기를 맞아 이들을 상대로 물건을 공급하는 도매상인들은 그래도 여력이 남아 있지만, 오프라인 대량 판매를 수익원으로 삼던 상인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A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매상들의 발걸음은 사실상 끊긴 상태"라며 "우리 가게만 하더라도 매출이 80% 가까이 빠졌고, 요새는 문을 안 여는 가게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창 장사가 잘 될 때 만들어놓은 여력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상황이 점점 악화되기만 하니 눈 앞이 캄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11조7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하고, 시중은행과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을 통해 대출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신용 등의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상인들은 '미니멈 개런티' 방식 임대계약을 맺은 대형쇼핑몰 상인들에게도 직접 지원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사진=이현석기자]

특히 '미니멈 개런티' 계약을 맺고 영업하는 대형쇼핑몰 입점 상인들은 직접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니멈 개런티는 계약 당시 최저 매출을 가정하고, 이 중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지불하는 계약 방식이다. 일례로 최저 매출을 1천만 원으로 보고 임대료율을 10%로 잡으면 최저 임대료는 100만 원이 된다.

동대문의 한 대형쇼핑몰에서 의류 매장을 경영하고 있는 C(48·여) 씨는 "동대문 대형쇼핑몰의 주요 고객은 대부분 외국인이고, 아시다시피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발걸음을 완전히 끊은 상황"이라며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임대료를 비롯한 비용은 그대로라 지난달에는 결국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대출금을 한 번도 연체하지 않고 갚아왔지만, 정부 소상공인 대출은 받지 못했다"며 "정부가 착한 임대인 운동을 넘어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직접적 지원을 보다 확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날 열린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700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개인사업자에 대해 5월 소득세 신고를 3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추가지원책을 제시했다. 또 공공부문의 선결제·선구매 등을 통해 3조3천억 원의 수요를 조기창출하는 등을 포함한 17조7천억 원 규모의 내수보완방안도 제시했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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