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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갈곳 없는 현금…4대 은행 저원가성 예금 일제히 증가


LCR 규제 빨간불 들어온 시중은행엔 희소식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지난달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일제히 늘었다. 코로나19로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동시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일단 지켜보자'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 늘어나면서 유동성 규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은행으로선 일단은 반가운 소식이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3월말 기준 저원가성 예금(요구불+MMDA) 잔액은 464조9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저원가성 예금이란 금리가 연 0.1% 수준인 요구불예금,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을 말한다. 보통 급여통장이나, 통신 또는 카드 자동이체 통장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 초부터 저원가성 예금은 꾸준히 증가해오고 있다. 1월말 기준 427조3천억원이었던 저원가성 예금은 2월엔 445조400억원으로 늘더니 지난달엔 종전보다 약 20조원이 더 증가했다. 3월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올랐다.

저원가성 예금이 늘어나고 있는 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배경으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실물경제 위축으로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주식시장도 요동치면서 시중의 돈들이 갈 곳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시 쉬고 있는 돈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당장 돈이 갈 곳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자가 사실상 없음에도 불구하고 넣어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목돈이 쌓이면 정기예금으로 들어가거나 좋은 투자처가 생기면 바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원가성 예금 증가는 은행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금리가 매우 낮아 예대마진 방어에도 유용하고, 예대율 등 건전성 규제 관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저원가성 예금을 두고 은행권에선 '핵심예금'이라 부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규제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은행으로선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대표적인 규제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다. LCR은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을 말하는데, 유동성 위기가 오더라도 당국의 지원 없이 버티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금융당국이 정한 기준은 100%다.

최근 코로나19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개인의 자금 수요가 은행으로 몰리면서 시중은행의 LCR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떨어진 상황이다. 4대 은행의 올 3월(잠정치) LCR 비율은 103~104.1%로 105.8~107.2%였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은행들의 원화 LCR이 당국에서 제시한 기준인 100%에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너나 할 것 없이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최근 저원가성 예금이 늘어난 데엔 저금리 상황에 더해, 각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원화 예금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금이 늘어나는 건 은행으로선 무조건 좋다"고 덧붙였다.

저원가성 예금뿐만 아니라 은행의 정기예금도 일제히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521조3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8천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의 총 수신은 18조9천700억원 증가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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