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슈베르트 가곡 흐르는 ‘신한음악상’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나네.” 슈베르트(1797~1828)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완성한 <겨울 나그네>의 첫곡 ‘밤 인사(Gute Nacht)’는 겨우 31년의 짧은 생을 예감한 듯 쓸쓸하다. 그는 두 다리 쭉 뻗을 자기 집커녕 변변한 피아노도 한 대 없었지만 모두 998개의 작품을 남겼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중 3분의 2인 633곡이 가곡, 즉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독일 서정 시인들의 시에 선율을 붙인 ‘리트(Lied)’다. 작품 숫자가 이렇게 엄청나니 ‘가곡의 왕’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

슈베르트의 가곡은 이전 세대의 노래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우선 똑같은 멜로디에 1절, 2절 노랫말만 다르게 만든 유절형식을 벗어나 각 가사에 다른 가락을 붙이는 통절형식을 사용했다.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모두 음이 다르게 작곡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가사가 표현하는 장면을 음으로 세밀하게 묘사해 ‘QLED TV급’ 영상으로 보여준다. 노래를 들으면 시냇물 소리, 물레 돌아가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히며 눈앞에 펼쳐진다. 딱딱한 독일어 발음의 ‘ㅍ·ㅌ·ㅊ·ㅋ’ 거센소리도 부드럽게 변신한다. 청각적·시각적 상승작용을 경험하게 해준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신한아트홀에서 '제11회 신한음악상' 시상식을 마친 후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백조의 노래>는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와 함께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집이다. 영어로 ‘송 사이클(Song Cycle)’, 독일어로 ‘리더취클루스(Liederzyklus)’라고 부르는 ‘연가곡(聯歌曲)’은 내용과 특성에서 서로 관련 있는 몇 곡의 가곡이 각각 독립된 완결성을 지니면서 하나로 묶인 음악작품을 뜻한다. 그런데 <백조의 노래>에 수록된 가곡은 서로 연관성이 없다. <겨울 나그네>처럼 절망 속에서 거센 눈보라를 뚫고 가는 방랑자의 고독한 여정을 보여주지도 않고,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처럼 사랑과 실연의 아픔이 처음부터 끝까지 녹아있지도 않다.

<백조의 노래>에 수록된 14곡은 솔직히 콘텐츠 면에서 씨줄과 날줄이 겉돈다. 일관성이 없다. 1~7번은 렐슈타프의 시에, 8~13번은 하이네의 시에, 그리고 마지막 14번은 자이들의 시에 음을 붙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연가곡집이라는 제목을 단 이유는 상술 때문이다. 슈베르트가 죽은 뒤 6개월 후 악보출판업자인 토비아스 하슬링어는 이 14곡을 묶어 <백조의 노래>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출판했다. 판매부수를 높이기 위해 뜬금없이 백조를 끌어 들이는 장사의 기술을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노래는 모두 엑설런트다. <백조의 노래>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바로 네 번째 노래 ‘세레나데(Ständchen)’다. 세레나데(Serenade)는 밤에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는 낭만적인 러브송이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 집 창문 아래에 서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독일어로 ‘슈텐트헨’이라고 부른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바리톤)·제럴드 무어(피아노) 콤비나 마티아스 괴르네(바리톤)·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 콤비가 선사하는 ‘세레나데’를 한번만이라도 듣는다면 금세 빠져든다. 없었던 사랑까지 샘솟는 감동을 느낀다.

‘세레나데’가 주로 남자 성악가의 레퍼토리라면 소프라노들은 뤼케르트의 시에 역시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그대는 나의 안식(Du Bist Die Ruh)’을 자주 부른다. 노랫말이 멋지다. “그대는 나의 안식 / 부드러운 평화 / 그대는 그리움 / 그리고 고요한 그 무엇 / 나를 그대에게 바치나니 / 넘치는 기쁨과 괴로움 / 머물러 있는 / 나의 눈과 나의 심장” 조용히 시작한 노래는 후반부 절정으로 치달으며 연속적으로 고음이 넘실댄다. 특히 콜로라투라의 목소리로 감상하면 더 아름답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할 땐 이만한 만병통치약이 없다.

신한은행은 국내 클래식 유망주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해마다 ‘신한음악상’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실시해 온 대표적인 메세나 사회공헌활동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네 부문에 걸쳐 경연이 열리는데 청소년만 참가할 수 있다. 해외 정규 음악교육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음악상이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각각 장학금을 매년 400만원씩 4년간 지원한다. 적지않은 돈이다. 또한 해외 유명 음악학교 마스터 클래스, 신한아트홀 무료 대관, 수상자 음악회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면서도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올해로 벌써 12회째인 신한음악상의 성악부문 본선 지정곡을 살펴보니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와 ‘그대는 나의 안식’이 올라와 있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힐링이 되는 안성맞춤 곡이다. 그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줄줄이 콘서트가 취소되는 등 요즘 음악계가 죽을 맛이다. 관객의 귀엔 먼지가 앉았고 아티스트의 목엔 거미줄을 치고 있다. 이런 때에 경연이 캔슬되지 않고 일단 진행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접수기간도 늘렸다. 다만 예년에 비해 적극적은 홍보를 하지 않아 ‘옥에 티’다. 올해는 4월1일(수)부터 5월20일(수)까지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이미 접수가 시작됐는데 보도자료 릴리스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신한음악상 홍보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1일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통합 14주년을 맞아 진행된 사내방송에서 코로나19 확산은 금융산업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며 ‘선을 넘는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언택트(비접촉) 소비가 빠르게 일상화되는 상황 역시 주목해야 하며, 디지털 금융을 향한 고객의 눈높이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며 “빠른 정보공유, 민첩한 의사결정, 적극적인 실행 등 ‘선을 넘는 도전’으로 새로운 ‘신한은행 방식’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26일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는 ‘고객 퍼스트’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고객·사회와 같이 성장하고자 했던 창립과 통합의 역사가 일류 신한의 미래를 세우는 토대가 될 것이다”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객에 집중하고 사회와 함께하는 신한다움의 가치를 키우는 일에 모두가 마음을 모아달라”고 했다. 참 좋은 말들이다. 꼭 이루어지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조금 늦었지만 신한음악상도 꼭 챙겨줬으면 좋겠다.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 중요한 때도 있다. 지금이 그렇다.

/민병무 금융부 부국장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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