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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아트’ 이건명·박은석 “탁구처럼 주고받는 대사에 희열”


“‘타인에 대한 이해’ 다룬 블랙코미디…보는 이 따라 다른 해석 매력적”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허투루 하는 공연은 평생 없겠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더 성심성의껏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뮤지컬배우 이건명은 “연극을 한편 하면 뮤지컬 가서 작품을 대하는 자세 자체가 조금은 달라져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하는 연극이 되게 소중하다”고 말하곤 한다. ‘아트’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를 찾은 시기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그 의미가 더 크게 닿았다.

“관객들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으로 오셨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공연 한회 한회가 매우 소중하게 느껴져요. 객석에서 마스크를 다 쓰고 집중해주시는 모습은 늘 감동이에요. 한분 한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지난 7일 백암아트홀에서 개막한 연극 ‘아트’는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 작품으로 15년 간 지속돼 온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일상의 대화를 통해 표현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질투, 소심한 모습까지 거침없이 드러내는 블랙 코미디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와 지적이며 고전을 좋아하는 항공 엔지니어 ‘마크’, 우유부단한 사고방식의 문구 도매업자 ‘이반’이 등장한다. 세르주가 배경 전체가 흰색인 그림을 3억원에 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다음은 배우 이건명·박은석과의 일문일답.

- 이번에 ‘아트’에 합류한 계기가 무엇인가.

이건명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에서 가지고 있기 전에도 섭외가 한번 있었고 재작년에도 얘기가 있었다. 근데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죄송합니다’ 하고 놨던 공연이다. 이번에는 운 좋게 스케줄이 딱 맞아서 ‘할게’ 하고 뛰어들어온 거라 아주 신나게 연습했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지만 지금도 굉장히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박은석 “처음에는 이반으로 갔다가 제대로 재밌게 하려면 그나마 자기 성향에 맞는 인물로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박정복이 원래 마크였는데 흔쾌히 바꿔줬다. 정복이는 오히려 자기는 이반 쪽이라고 하더라. 안 그래도 이반을 하고 싶었다고 해서 ‘그래? 그럼 바꾸자’ 이렇게 된 거다.”

이건명 “좋은 선택 같은데? 은석이는 마크를 해야 된다. 얘의 그 깐족거림을 이반으로 풀 수가 없다.”

- 작품의 매력을 짚어 달라.

박은석 “우리가 가볍게 툭툭 신경질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서로 예민하게 구는 것 같지만 되게 묵직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타인에 대한 이해 등 한 가지를 보고도 많은 시선이 있으니까, 우리 삶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다들 편먹고 ‘쟤는 왜 저래’ ‘쟤는 이상한 애야’ 이런 게 아니라 개개인만의 이유들이 다 있다. 가벼운 것 같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이건명 “첫 공연을 본 박건형 지인이 한·중·일 얘기냐고 물었다고 하더라. 그렇게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지 않나.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정말로 넓게 해석이 될 수 있다. 그게 예술의 매력이겠지만 이 작품의 매력일 수도 있는 거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박은석 “나는 더한 작품도 많이 해서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연극배우지 않나. 대극장 뮤지컬 무대에 서시는 분은 잘 모르겠다.(웃음)”

이건명 “나도 ‘트루웨스트’ ‘미저리’ 등 2인극 연극도 하고 나름 대사가 많은 작품을 몇 번 했다. 물론 쉽진 않다. 특히 코미디 장르는 템포 싸움이기 때문에 대사에 버퍼링이 걸린다거나 살짝 절기라도 하면 김이 빠져서 굉장히 숙달된 스피드가 나와야 된다. 그런 스피드를 만드는 것까지 굉장히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대사 분량보다 코미디의 특성상 템포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게 힘들었던 것 같다.”

- 각자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해 달라.

박은석 “마크라는 인물을 처음 보시는 분들은 ‘왜 저래’라는 물음표를 계속 띄우고 있다. 나의 궁극적인 미션은 마크가 왜 그러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던져주는 거다. 개개인의 해석이 다르니까 나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지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고 했다.”

이건명 “살면서 있어 보이는 거, 멋있는 척 하는 거 되게 많이 했지 않나. 이렇게 치졸하고 유치한 건 사실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처음 해보긴 하지만 내 일상이 그렇다. 솔찬한 나이가 됐지만 아직도 친구들 만나면 남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만큼의 쌍욕을 하면서 장난을 칠 때도 있고 아직도 바보처럼 놀고 있다. 그게 일상이기 때문에 괴리가 느껴지거나 하는 건 전혀 없다. 이런 역할을 무대 위에서 펼친다는 것 자체가 되게 재밌는 한 순간인 거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박은석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유머감각과 센스가 좀 있어야 되는데 형 연습하는 거 보면서 형의 유머감각이나 코드에 ‘형은 됐다, 형은 저렇게 가시면 되겠다, 나는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예전과 똑같이 할 순 없으니까 마크의 말투라든지 친구의 제스처 등을 조금 더 스스로 고민했다. 하다보면 또 나오는 것들이 있다. 진짜 좋은 건 바로 고정시키고 불편하면 빼고. 이런 작업들을 했다.”

이건명 “캐릭터는 낯설지만 내 안에 충분히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끄집어낼 필요도 없다. 이미 나와 있는 건데 무대 위에서 표현해본 적만 없던 거다. 일상을 무대 위로 증폭했을 뿐이다. 누구나 다 있지 않나. 친구랑 싸움도 있을 거고.”

박은석 “친구들끼리 보러 오면 ‘우리 옛날에 저랬었지’라며 되게 좋아하더라.”

이건명 “맞다. 이건 남자들끼리 보러 와도 참 재밌을 것 같다.”

- 미리 맞춰보지 않고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애드리브도 있나.

박은석 “물론이다.”

이건명 “그런 경우들이 있다.”

박은석 “그런 게 또 연극의 매력이고. 근데 사전에 말 되지 않았던 것들이 무대 위에서 반영되면 굉장히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는 비슷한 연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니까 서로 뭘 던져도 다 받는다.”

이건명 “‘하려면 해라, 들어와 들어와’ 이런 식이다.(웃음)”

박은석 “좋다. 너무 좋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이건명 “일단 은석이는 작품과 상황을 너무나 완벽하게 꿰고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2~3배 많은 대사량을 즉흥으로 만들어내더라도 한치의 벗어남이 없는 거다. 정확한 상황 안에서의 애드리브들을 계속 구사하는데 ‘저 입이 어쩜 저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고 어쩜 저렇게 많은 말과 애드리브를 상황에 벗어나지 않고 빠르게 던질 수 있지’라고 감탄하게 된다. 센스가 대단한 배우다.”

박은석 “나는 형의 유머감각이나 세르주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제스처와 반응에 놀란다. 중요한 건 무대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하나도 안 놓친다는 거다. 무대에서 나를 아주 꿰뚫고 있다. 그러니까 빠져나갈 수가 없다. 내가 만들어낸 애드리브들을 형은 그 상황에서 또 물어가지고 던져주니까 되게 시너지가 좋은 거지 않을까. 형은 그대로 받아서 또 새롭게 주신다. 사실 무대 위에서 서로가 보고 듣고 있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대사 치고 동선 익히기도 바쁜데 형은 연륜도 있으시고 경험이 많으시니까 여유 있게 보고 듣고 반응하신다. 소위 플레이어들끼리 만났을 때는 굉장히 큰 희열이 있는 거다. 신인배우들이랑 할 땐 내가 새로운 걸 하면 약간 얼음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전혀 그런 거 없이 진짜 탁구다. 탁탁탁탁! 정말 그런 재미가 있으니까 연습 때보다 한층 더 살아난다.”

이건명 “나도 뮤지컬을 하다보면 신인들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 오신 분들과도 많이 만난다.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안테나가 올곧이 연기에만 서있는 게 아니라 돌발 상황을 대비해서까지 이렇게 열려있다. 이번 우리 멤버들처럼 연륜이 제대로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면 그 상황 외에는 다른 데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거기 딱 들어가서 집중만 하고 있으면 100분은 그냥 지나가는 거다. 이런 작업이 아주 재밌다.”

- 재밌는 애드리브 하나만 소개해 달라.

박은석 “마크와 세르주가 신경전을 벌이면서 말투나 억양 가지고도 트집을 잡지 않나. 형이 ‘세네카를 읽어’라고 했을 때 내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하면 형이 ‘읽어어’라고 했지 않느냐고 한다. 나는 그걸 이렇게 받는다.”

박은석 “아, 뒤에 물결이 2개 정도 있었구나. 물결을 내가 못 봤네. 만약에 문자였으면 내가 볼 수 있었을 텐데.”

이건명 “문자로도 보내줄게. 걱정 마.”

박은석 “아니야. 난 데이터 낭비하고 싶지 않아.”

이건명 “이렇게 왔다갔다 몇 개 더 한다.”

박은석 “그때그때 그런 것들도 달라지고.(웃음)”

이건명 “저번 주부터 살짝 짧은 타이밍이지만 내가 마크 흉내도 좀 내고.(웃음) 얘의 아주 그 얄미운 말투를 내가 두 번째 싸움 들어가기 전에 따라할 때도 있다. 거기서 얘도 웃어주고 관객들도 빵 터지고. 제대로 좀 터졌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박은석 “형은 혀 깨물고 나는 등 돌린다.”

이건명 “거기서 한꺼번에 다 터지면 진짜 큰일 난다. 그래서 누구 한명은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된다.”

- 이건명·박은석·이천희 페어의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박은석 “연습실에서 셋이서 연습을 제일 많이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또 사람의 성향이라는 게 있지 않나. 어쩔 땐 그게 맞아야지 맞는 거지만 오히려 반대면 그게 또 맞아 보일 수 있다. 우리는 셋 다 각자 색깔이 뚜렷해서 극 안에 쓰인 대로만 가도 완벽한 조화가 이뤄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천희 형이 캐스팅 됐을 때 ‘천희 형이 이반이라고?’ 되게 물음표가 많았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다. 형은 이반이다. 삶도 약간 그런 것 같고.”

이건명 “천희는 그냥 이반이다. 연습 막바지에 성종완 연출이랑 나란히 앉아서 연습을 시작했는데 ‘제가 이반입니다’라고 하는 천희를 보고 내가 ‘눈주름도 이반이면 어떡해’라고 했다. 성 연출도 ‘너무 이반이지’라고 하더라. 천희는 첫 표정부터 이반이다.”

박은석 “천희 형은 연극을 안했던 사람이지 않나. 처음에는 좀 힘들어하시다가 지금은 완전 날아다니신다.”

이건명 “요즘 제일 신난 것 같다.”

박은석 “정말 배우는 배우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박은석 “재범이 형은 지난 시즌에도 했고 옛날에는 세르주 역할도 해서 이 작품을 잘 아시는 분이다. 형의 왜소함이 마크의 예민함과 잘 어울리고 형의 유머감각이 함께 했을 때 다른 매력의 마크가 있다. 건형이 형은 정말 예민한 사람.(웃음) 진짜 예민한 사람이 와서 예민한 역할을 하니까 그냥 마크다. 마크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마크.(웃음) 예를 들어서 내 템포가 스포츠카라면 건형이 형은 SUV다. 굵직한 유머감각이 또 웃기다. 참 어떻게 이렇게 3명이서 다 다른 작품이 나오니까.(웃음) 다른 공연들은 자기 것만 열심히 하는데 이 공연은 다른 사람 하는 거 보고 싶어서 일부러 먼저 와서 연습에 참여한다. 같은 상황이 이렇게 다른 게 너무 웃기다. 전형적인 틀이 없으니까 관객들도 섞어서 보는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건명 “엄기준은 평소에도 시크함이 묻어있는 친구지 않나. 그래서 기준이의 세르주를 보면 정말 시크하다. 시크함이 유치함으로 변할 때의 그 재미? 시크한 척하던 걔가 갑자기 약올라도 하고 화도 내는 걸 보면 쾌감으로 다가온다. 필석이, 걔는 왜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필석이가 뭘 하면 되게 귀엽다. 손동작도 귀엽고. 스리피스 슈트를 멋있게 입고 반짝이는 안경을 쓰고 머리도 가르마를 제대로 타고 연기를 하는데 내가 너무 형이라 그런가. 근데 일반 관객들도 필석이의 세르주는 귀여움이 묻어나서 되게 좋아할 것 같다.”

-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한다면 어떤 세르주와 마크가 될 것 같은가.

이건명 “내가 마크를 하면 그렇게까지 독하겐 못할 것 같다. 화가 나면 독해지긴 하지만 내 지인들한테 독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라. 절친 3명의 싸움이지 않나. 내가 마크를 하면 세르주한테 얘처럼 할 수 있을까.(웃음) 조금은 유도리 있는 마크가 나올 것 같은데 마크가 그러면 재미없을 것 같다. 나는 그냥 세르주가 맞는 것 같다.”

박은석 “나는 원래 세르주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시즌엔 형들이 딱 들어오셔서.(웃음) 세르주는 형들이 해야지 내가 아직 넘볼 땐 아닌 것 같다. 세르주를 만약에 하면 조금 더 기고만장한 세르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 세 역할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인물을 연기해보면 재밌을 것 같나.

박은석 “나는 세르주.”

이건명 “나는 이반을 한번 해보든가. 내가 중간자적인 입장에 서 있을 때가 많다. 옛날에 인도여행을 하면서 세상에 흑과 백,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없다는 걸 어느 정도 느끼고 왔다. 그 순간이 아마 기점이 됐을 텐데 뭔가를 판단할 때 중간에 서 있을 때가 굉장히 많다. 회색분자라 그런 게 아니고 ‘이걸 누가 알아’ ‘네가 뭐라고, 놔둬’라고 얘기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반 역할을 잘할 것 같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박은석 “제일 바쁘다.”

이건명 “크기만 컸지 가볍다.”

박은석 “판때기잖아, 판때기.”

이건명 “판때기 아니라니까.”

이건명 “가볍기 때문에 옮기는 데 문제는 없다. 처음 연습할 때는 세워놓으면 쓰러져서 곤란한 상황이 되게 많았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쓰러지지도 않는다.”

박은석 “‘세르주가 그림을 가지고 좀 많이 돌아다닌다’ 이게 연출님의 디렉션이다.”

- 실제로 ‘아트’ 특히 미술에 관심이 있는 편인가.

이건명 “나는 되게 좋아한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은 많이 보니까 익숙하지 않나. 많이 본 작품이 잘 아는 장르가 되고. 한때 사진 찍는 취미를 갖기도 해서 사진전도 많이 간다. 시간이 있을 때 어딘가에 전시가 있다고 하면 쓱 가서 전시도 보고 커피 한잔도 하고. 그냥 한 바퀴 도는 거 좋아한다.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면 쏙쏙 들어오니까 재미있다.”

박은석 “나는 ‘레드’라는 공연을 했을 때 마크 로스코를 연구하면서 작품 안의 다양한 예술을 접했다. 잭슨 폴록과 앙리 마티스 등 공부를 많이 하다가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러 두달 반 동안 유럽여행을 갔을 때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다 들렀다. 작품에서 나왔던 그 그림들을 실제로 가서 보니까 되게 감동스러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작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같은 경우는 물감의 결이 표면에 아직 살아있지 않나. 그런 걸 그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어마어마하더라. 옛날엔 그냥 퍼즐로만 맞추던 그림을 눈앞에서 보니까 관심이 많이 간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박은석 “우리 작품이 무지한 공격성 뒤의 어떤 불안감, 그걸 잘 표현해준다. 어렸을 땐 ‘너 왜 옆 동네 놀이터 가서 놀아, 나 기분 상했어, 나도 데리고 놀아줘’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다 큰 성인이 그렇게는 못 하지 않나. 그러니까 계속 다른 걸로 딴지 걸고.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그러다가 결국엔 수면 다 벗겨지고 진실한 감정들이 남아서 ‘애초에 그렇게 얘길 하지’ 이렇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비슷한 경험들이 많았을 것 같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1년에 몇 번씩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명 “나는 세르주 같은 입장이 몇 번 돼봤다. 나의 초·중·고 학창시절엔 집이 넉넉지가 못했다. 뮤지컬을 꿈꾸던 연극학도일 때도, 신인일 때도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부분에서 언제나 친구들한테 많이 뒤져 있었다. 친구가 용돈을 준 적도 있다. 그러다가 뮤지컬이 이렇게 사랑을 받으면서, 주인공 자리에 쭉 앉아있게 되면서 매스컴에 내 이름과 얼굴이 나오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됐다. 옛날에 그렇게 힘들었던 친구가 어느 정도의 현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오다보니까 그런 친구들이 있다. 술 취하면 ‘옛날에 내가 밥 사주고 술 사주고 그랬는데’라고. 세르주처럼 잘 나가는 위치라서 그런 게 아니라 역전된 어떤 상황, 그래서 세르주 입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 내가 가장 찌질할 때는 언제인가.

이건명 “아직도 과한 절약을 할 때? 그렇다고 내가 절약하는 사람은 아니다. 두루마리 휴지는 막 쓰는데 난 각티슈를 막 못 쓴다. 그게 아마 어릴 때 트라우마일 텐데, 어릴 때 우리집은 각티슈를 쓸 수 있는 집이 아니었다. 각티슈를 두어장 뽑아서 뭘 닦는다? 난 이거 꿈도 못 꾼다. 요즘에도 티슈를 반을 찢어서 쓰고 나머지 반은 다음에 쓴다. 나 각티슈 살 정도로 돈 있는데.(웃음)”

박은석 “나는 글쎄, 언제일까.”

이건명 “찌질함이 없었다는 듯이.”

박은석 “‘찌질’이라는 단어는 나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이건명 “찌질한 기억을 감추려고 하는 이 찌질함이 진짜 찌질한 거 아닌가.”

박은석 “이래서 형님들이랑 있으면 행복하다. 꿰뚫고 있으니까.(웃음) 연애할 때 아마 제일 찌질하지 않을까. ‘너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 이런 감정적인 부분을 드러냈을 때 스스로 느껴지는 기분일 것 같다.”

이건명 “얘 찌질한 승부욕이 좀 있다. 게임할 때.”

박은석 “아! 맞다.”

이건명 “게임하다가 화내고 이런 거 있지 않나. 찌질하다.(웃음)”

박은석 “난 형들이 너무 좋다.(웃음)”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은석 “너무 좋은 작품을 가장 안 좋은 시기에 하게 돼서 안쓰럽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와서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답답한 일상이 돼버린 거지 않나. 그 와중에 비상구 같은 단 하루라도 필요하면 와서 어떤 페어를 봐도 재밌으니까 즐겁게 웃다가셨으면 좋겠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친구들한테서 눈을 떼지 마시고, 도망 가버릴 수 있으니까.(웃음) 답답하더라도 항상 유머감각을 열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제일 안 좋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그 자세가 중요한 거다. 이게 인생의 끝이 아니니까 계속 좋은 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빨리 이 시국이 지나가서 자유롭게 행복하게 와서 다 같이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이건명 “사실은 이 시국에 공연을 봐주시는 분들은 공연문화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분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분들이 다음 작품, 다다음 작품까지 계속 좋아해주시지 않겠나. 일반관객들도 최대한 조심해서 공연장에 오셨으면 좋겠다. 우리 공연이 되게 밝고 재밌는 공연이다 보니까 웃을 수 없는 요즘, 이왕 오신다면 기분 좋게 신나게 웃다 가실 수 있도록 모든 ‘아트’ 팀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시는 분들은 부디 스트레스 한번 풀고 가실 수 있길 바란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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