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과 철학의 만남'…한화, 철학과 교수를 이사로 선임한 배경

김승연 회장 "기업의 자부심은 단순 매출 숫자가 아닌 사회적 신뢰"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한화그룹의 지주사 ㈜한화가 철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기업들은 관가나 법조계, 경영·경제계 출신을 중심으로 이사진을 꾸린다. 이 때문에 경영과 무관한 철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전날 서울 세종호텔에서 제6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화가 인문학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20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사진=SK]

이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를 거쳐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철학과에서 부교수를 거쳐 지금은 서울대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로 있다. 2013년에는 철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저스(ROGERS)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함께 멀리' 정도경영을 강조하는 김승연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른 변화라고 해석한다. 김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 중 하나로 정도경영의 전사적 실천을 주문했다. 경제적 이득만 추구할 경우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없다고 김 회장은 지적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의 자부심은 단지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숫자만이 아닌, 주주와 고객을 비롯한 사회의 신뢰를 얻는데 있다"며 "정도경영은 이제 저의 신념을 넘어, 한화인 모두의 확고한 신조로 뿌리내려야 한다. 희망찬 내일을 향해 '함께 멀리'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한화 이사회도 이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배경에 대해 "서양 근대 철학계 영향력 있는 전문가로서 영국 로저스상을 수상하는 등 오피니언 리더"라며 "한화의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함께 멀리'의 사회적 가치 향상을 위해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인문학은 시장과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다. 기업문화를 정확히 진단하고 기업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수립하는 데는 인문학이 필수라는 것이다. 과거 애플 사(社)의 창업자스티브잡스는 신규 채용자 6천명 중 인문학전공자만 5천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SK의 사회적 가치 관련 사업을 분석·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교수는 현재 재단법인 최종현학술원 이사도 역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현학술원은 SK그룹이 2018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를 맞아 출범시킨 비영리 공익재단으로 이사장은 최태원 SK 회장이다.

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그룹의 핵심 기업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계열사별 경영성과 평가를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평가하는 더블바텀라인(DBL)을 도입했다. 또한 '경영헌법' SKMS(SK 매니지먼트시스템)를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업들은 사회적 명망이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앉혀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며 "이 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철학과 교수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배치한 것은 기업의 상생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트랜드를 받아들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는 주주총회를 열고 옥경석 ㈜한화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서광명 재경본부장(전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로써 ㈜한화 사내이사진은 금춘수 부회장과 이민석 부사장까지 4인 체제가 됐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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