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흐마니노프’ 정욱진 “음악과 가까워지는 데 집중”

“무대 등장 전 새로운 곡 쓰고 싶은 간절함 최대한 새기고 시작”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언제나 그래왔듯이 잘 이겨낼 거라고 믿어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 출연 중인 정욱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수많은 공연들이 취소되는 가운데 어려움 속에서도 무대에 설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지금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힘든 걸음에 보답하고자 매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이 없으면 계속 공연을 할 수가 없잖아요. 모든 공연관계자들, 배우·스태프들의 생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게 감사하죠. 대표님과 이사님께도 이런 시기에 공연을 올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진=정소희 기자]

요즘 문을 연 모든 공연장이 그렇듯 ‘라흐마니노프’가 올려진 예스24스테이지도 전 구역 철저히 방역을 하고 있다. 다 같이 긴장하고 조심하면서 예방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관객은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열감지 화상카메라와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재야만 입장할 수 있다.

2년 만에 돌아온 만큼 많은 관객들이 기다려온 ‘라흐마니노프’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라흐마니노프의 명곡을 바탕으로 작곡된 넘버를 통해 지친 마음과 삶의 무력감을 달랜다.

작품은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숨겨진 3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첫 교향곡 발표 후 혹평과 함께 슬럼프에 빠져 절망하고 있던 시기,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를 만나면서 치유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정욱진은 교향곡 1번의 실패로 마음의 병을 얻어 3년째 집에서 은둔 중인 라흐마니노프 역을 맡았다. 새로운 곡을 써야 한다는 강박과 음악을 하면서 쌓인 겹겹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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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욱진은 무대 위 예민함은 온데간데없이 배시시 웃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첫 공연 후 나흘간 고향집에 내려갔다 왔다”는 그는 재충전 후 최상의 컨디션으로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놨다.

다음은 뮤지컬배우 정욱진과의 일문일답.

- 2016년부터 세 시즌을 이어온 작품인데 이전에 본 적이 있나.

“보진 않았는데 정동화 형이 초연 할 때 작품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동화 형이랑 2인극을 한참 많이 할 때였는데 형이 ‘라흐마니노프’ 또 하면 같이 하자고 했다. 근데 이번에 형은 안 하더라.”

- 어떤 점에 끌려서 출연 결정을 했나.

“창작 초연 작품이면 ‘한번 만들어보자’ 했을 텐데 ‘라흐마니노프’는 이미 만들어져서 해왔던 공연이라 출연 결정이 오히려 쉽지 않았다. 독백이 있고 피아노를 쳐야 되는 부담도 있는데 같이 하는 배우들 명단을 보니까 믿음이 생겼다. 임병근 형이나 정민 형과는 작품을 같이 많이 했다. 유성재 형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정말 잘 맞고 좋다. 라인업을 들으니까 작품에 대한 든든함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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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첫 2주 동안 워라밸이 깨졌다. 나는 보통 연습 초반에 음악 외울 때 악보만 들고 다닌다. 대사는 빨리빨리 외워서 집에 갈 때 대본을 연습실에 두고 간다. 이번에는 독백을 비롯해 워낙 할 게 많은 데다 간만에 피아노를 치려고 하니 그 시간도 되게 오래 걸리더라. 연습 끝나고도 연습실에서 3시간 정도 피아노를 치고 갔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공연이 있을 땐 집에 가서 씻고 새벽 2시까지 대본을 외우다 잤다.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은 무조건 좋다고 하시는 스타일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는데 ‘칭찬은 욱진도 워라밸이 깨지게 한다’고, 이번에 칭찬의 무서움에 대해 느끼게 됐다.(웃음) 분명히 초반이고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못한 상황이라 연기를 너무 못하고 있는데 좋다고만 하시니까 잠이 안 오더라. 게다가 박규원 형이랑 이해준이 되게 빨리 외워왔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는 내 삶이 없고 외우기만 했다. 2주 후엔 워라밸이 다시 급격히 좋아졌다.”

- 피아노를 잘 치는 배우라고 들었다.

“옛날부터 부모님이 음악을 되게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주말에 전축에 클래식을 틀어놓고 듣곤 하셨고 엄마는 나와 누나에게 각각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게 하셨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꽤나 쳤다. 5학년 때는 여수 시민회관에서 하는 콩쿠르에 나가서 연주도 했다. 베토벤까지 하다가 그 이후엔 안 했다.”

- 피아노 연습이 지루하진 않았나.

“재밌었다. 성인이 돼서 피아노 연습을 이렇게까지 한 건 딱 두 번이다. 뮤지컬 ‘원스’ 오디션을 준비할 때 다시 피아노를 하느라고 석달 정도 입시학원을 다녔다. 피아노와 드럼, 기타, 우쿨렐레까지 준비했기 때문에 거의 뮤지션으로 살았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때도 힘든지 모르고 피아노를 쳤다. 초반에 악보를 보면서 익힐 땐 조금 힘들지만 계속 연습하는 건 참 즐겁다.”

[사진=정소희 기자]

- 준비하면서 느낀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피아노와 현악4중주의 연주를 마이크를 통해서 들으니까 어느 순간엔 내가 음악이 된 것 같더라. 내가 한때 다작을 한 적이 있어서 나이에 비해서 작품을 많이 했다. 그 중에서 정말 손꼽을 정도로 노래가 좋다. ‘어쩌면 해피엔딩’과 ‘광화문 연가’에 이어서 정서에 맞고 각별한 작품 음악이 생긴 것 같다. 음악적인 매력이 큰 작품이다.”

- 이렇게 예민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나.

“내 평상시 이미지가 선해서 그런데 ‘더 데빌’이나 ‘트레이스 유’ ‘네버더 시너’에서 더러는 그런 역할들을 해봤다. ‘배우가 되기 전에 사람이 돼라’ 이런 말이 있듯이 배우는 자기 성격대로 연기한다고 믿는다. 평소엔 안 예민한데 예를 들어서 목관리를 할 땐 예민함이 평균 이상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허리디스크 때문에 1년 정도 고생을 하다 보니까 그때부터 없던 예민함이 생겼다. 살아오면서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영향을 안 미치는 정도로 발전했지만 내 안에 예민함이 있어서 이 역할이 많이 힘들진 않았다.”

- 캐릭터를 분석하고 찾아가려고 어떤 노력을 했나.

“처음에 라흐마니노프를 검색을 해봤는데 일단 키가 무척 크더라. 2m 가까이 되시니까 손도 엄청 크고. 실존인물이지만 특수분장을 할 수는 없지 않나. 흑백사진으로 본 머리 가르마를 반듯하게 타서 포마드 같은 걸로 누른 정갈한 느낌의 첫인상이 생각났다. 외형적으로는 그런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음악을 계속 듣고 피아노 연습을 많이 했다. 음악가니까 그 사람이 곧 음악이고 거기에 닿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같은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극중 라흐마니노프처럼 나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고 자존감이 높다가 한번 꺾였을 때의 기분을 안다.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 또 한번 성장하는 걸 나는 경험했다. 접근하는데 있어서는 공감이 많이 되는 인물이다. 다른 참고 자료는 거의 안 봤다. 그냥 대본상 이 인물의 감정을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가장 신경 쓴 건 음악이라는 친구와 최대한 가까워지는 거였다. 그 점에 제일 많은 관심을 갖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 라흐마니노프를 표현함에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을 말하자면.

“아무리 연기지만 배우들이 그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을 하지 않나. 그러다보면 연습할 때든 공연할 때든 어느 순간 진짜로 딱 맞닿아지는 지점이 있다. 매번 100% 그렇게 느낄 순 없다. 동화 형은 그걸 타율이라고 표현하더라. 야구에 빗대면 날아오는 공을 다 홈런을 칠 순 없지 않나. 우리는 홈런을 치기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하는 거다. ‘배우가 점점 노련해지고 경력이 쌓일수록 타율이 더 높아지는 게 아닐까’ 이런 얘길 동화 형과 둘이 했었다. 이 작품의 경우 무대에 등장하기 전에 새로운 곡을 쓰고 싶은 간절함을 마음에 최대한 새기고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무대에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분명해진다. 간절함이 마음에 강하게 자리잡을수록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표가 강할수록 그것이 꺾였을 때 반대로 더 강한 힘도 생길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 정욱진의 라흐마니노프 매력은 무엇인가.

“모르겠다. 멀리서 찍은 리허설 영상을 보고 느낀 건데, 머리도 이렇게 하고 의상을 입으니까 한국인 같지 않더라. 아랍계 러시아인?(웃음) 약간 구릿빛 피부의 러시아인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게 내 매력이 아닌가. 다른 두 분이 워낙 매력이 있고 잘하셔서.”

- 전부 뉴캐스트라서 함께 하는 배우들과 더 쉽게 단합됐을 것 같다.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

“참 좋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성재 형하고 낮 연습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면서 막걸리로 반주를 했다. 집에 가야 되는데 취기에 ‘연습 좀 하자’고 극장에 가서 맞춰보다 보니 둘이서 런 스루를 했다. 연습 2주차에.(웃음) 대관은 돼있었고 음악감독님과 피아니스트, 조연출님도 계셔서 끝까지 간 거다. 그게 되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마신 막걸리 이름에 소백산이 들어가서 조연출님은 성재 형과 나를 ‘소백페어’라고 부른다. 공연 마지막에 라흐마니노프와 달이 언덕을 올라가지 않나. 그 모습이 마치 소백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웃음)”

[사진=정소희 기자]

- 달 박사 3명과의 호흡의 다른 지점들을 짚어 달라.

“성재 형과는 같이 소백산을 등산한 경험이 있으니까.(웃음) ‘런웨이 비트’ 리딩공연을 같이 한 적이 있지만 정식 공연은 처음이다. 친한 친구가 성재 형한테 노래 레슨을 꽤 오래 받기도 해서 연습 초반엔 형이 쯔베레프 선생님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소백페어가 되면서 친해졌다. 셋 다 나와 나이차이가 꽤 많이 나는데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형들이다. 달 박사로서 형들의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정민이 형과 병근이 형이 특히 다르다. 정민이 형은 무뚝뚝하고 엄격한 달 박사와 쯔베레프다. 츤데레 느낌이랄까? 병근이 형은 극중 짜증을 부리는 게 미안할 정도로 굽신굽신한다. 실제로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보다 나이도 많지 않나. 대본상 꺼지라고 하는데 ‘아, 예예’ 이러니까 ‘내가 예의가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열린다. 그 매력이 있다. 첫 공연을 병근이 형과 했는데 녹음해서 들어보니까 너무 웃기더라. 평상시엔 진중하고 캐릭터적으로도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 형이랑 2014년 ‘쓰릴 미’를 같이 할 때 기억이 있다. 그렇게 큰 사람하고 연기를 처음 해봤다. 키 차이도 많이 나고 호흡 이 무거운 배우라는 첫인상이 있다. ‘더 데빌’ 할 때도 형이 신 역할이었으니까 그런 모습을 봤다가 이번에 녹음한 걸 잠결에 듣는데 형이 너무 하찮은 거다. 웃겨서 잠이 다 깰 정도였다. 정민이 형은 같은 서울예대 출신이다. 형이랑도 얘기했는데 우리가 선호하는 연기스타일이 좀 열려있다. 공연이라는 장르는 한번 촬영을 해놓고 방영하는 게 아니라 배우들의 컨디션에 따라 그날그날 다르지 않나. 약속된 것 안에서 변칙적인 호흡을 굉장히 환영한다. 그런 면들이 잘 맞다. 형이랑 나랑 첫 런 스루를 하고 나서 연출님도 ‘두 분 호흡이 굉장히 잘 맞다’고 하셨다. 서로 대충 스타일을 아니까 그런 것 같다. 3명이 다 너무 좋다.”

[사진=정소희 기자]

- 박규원·이해준의 라흐마니노프는 어떤 특징이 있나.

“이해준은 정말 노력파다. 피아노를 아예 칠 줄 몰랐는데 이제 진짜 잘 친다. 친구라서 처음에는 나한테 엄살을 부리더라. ‘못하겠다, 어떻게 쉽게 치지’라고 고민하더니 누가 봐도 하루하루 계속 잘한다. 최종 리허설 돌고 분장실에 가서 잘했다고 하니까 ‘그래? 사실 난 하늘을 보고 피아노를 쳐보고 싶은데 안 되겠지’라고 하더라. 내 생각에는 해준이가 언젠가 하늘을 보고 칠 것 같다.(웃음) 그리고 3명 중에 제일 라흐마니노프처럼 생겼다. 키가 크고 내 느낌에 약간 러시아인처럼 생긴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하고 멋있고 잘하고 재밌는 친구다. 규원이 형은 리허설이나 런 스루 모니터를 하면서 느꼈는데 배우로서 집중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더라. 예상을 뛰어넘는 호흡들이 되게 많아 보인다. 신선하다. 근데 그런 것들이 다 설득이 된다. 처음에 형이 ‘해머가 현을 때린다’는 대사를 하면서 손으로 피아노를 때리더라. ‘이게 해머인가’ 하고 장난을 쳤는데 리허설 딱 보니까 그게 인물로 느껴졌다. 해준이도 그렇고 규원이 형도 그렇고 꼭 한번 같이 무대에 서보고 싶다.”

- 첫 공연을 마쳤을 때의 기분과 만족감을 표현하자면.

“총 첫 공연인 규원이 형과 성재 형의 공연을 봤을 때도 음악이 주는 힘과 음악에 녹아있는 배우들을 보면서 너무 벅찼다. 막상 해보니까 더 좋더라. 어느 순간에 소름이 돋는 부분도 있었다. 마지막에 지휘를 할 땐 ‘한시간 반 동안 힘들게 마음을 썼는데 이렇게 치유를 받는 구나’ 이런 감정이 들더라. 내(라흐마니노프) 음악에 맞춰 나를 보면서 같이 연주를 해주시는 것에 뭉클했다. 그게 객석에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 무대에서 피아니스트로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나.

“옛날부터 ‘안 떨리려면 연습량을 늘려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특히 악기 같은 건 해준이를 보면서 또 느꼈지만 한 만큼인 것 같다. 성과는 노력에 비례한다고 본다. 재능은 그 다음이다. 몇 곡 안 되니까 그걸 정말 많이 연습했다. 처음에 피아노 치기 전에도 다 나만 보고 있을 거 아닌가. 오히려 더 즐기면서 한다. 그게 재밌더라.”

- 김기경·김여랑 피아니스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소개 부탁한다.

“지금까지 뮤지컬을 해오면서 악기를 하시는 분들 중에 성격이 모난 분을 못 봤다. 두 분도 다 성품이 좋으시더라.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꼭 피아노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두 분을 보면서 했다. 연주할 땐 ‘어쩜 저렇게 뒷모습이 섹시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멋있다. 김기경 피아니스트는 나보다 나이가 많고 김여랑 피아니스트는 어리다. 기경이 형은 라흐마니노프처럼 머리가 짧고 깔끔한 이미지다. 여랑이는 머리카락이 길어서 내가 첫 공연 전에 분장선생님께 ‘우리 여랑이 머리 좀 찰랑찰랑하게 해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다. 첫 공연을 보시고 분장선생님도 만족하셨다. 공연 끝나고 여랑이한테 ‘너무 멋있는데 너 목 디스크 생긴다’라고 장난을 쳤다.(웃음) 처음엔 소심하게 하더니 아무래도 콩쿠르도 나가고 무대 경험이 많은 친구니까 관객들의 반응에 에너지를 받아서 피아노를 갖고 놀더라.”

[사진=정소희 기자]

-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배우로서 이 작품을 통해 위로받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어떤가.

“연출님이 초반에 ‘라흐마니노프’에 대해 배우들이 힐링을 받는 작품이라고 하셨다. 공연을 한번 하면 몸은 진짜 힘들지만 치유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 거라고 말씀하셨다.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누군가의 위로와 응원으로 힘듦을 극복하고 다시 열심히 살고 있는 나와 같아 자꾸 마음이 가더라. 결국 딛고 다시 일어나는 걸로 작품이 끝나지 않나. 그런 면에서 굉장히 많은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우리들의 이야기니까.”

- 커튼콜 때 조명이 없는 상태에서도 연주에 맞춰 계속 지휘를 하던데 그 표현의 계기는 무엇인가.

“내 마음의 소리가 아름다운 화성과 선율로 실제로 귀에 들어오니 무척 신나고 벅차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하늘을 나는 물체가 정말로 눈앞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봤을 때의 라이트 형제와 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달 박사를 만난 후 오직 음악만을 사랑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라흐마니노프니까 절로 나오더라.”

- 지금까지 해온 다양한 작품과 비교해 ‘라흐마니노프’만의 장점을 꼽자면.

“아직 초반이지만, 또 올라가면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벌써 든다. 무대 위에서 온전히 집중 받으면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공연도 많지 않거니와 마음이 되게 좋은 작품이다. 만족도가 높다. 감정적으로는 좀 힘들고 땀도 많이 나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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