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성범죄 온상 된 텔레그램 … 규제 못하나

해외 플랫폼은 사각지대…과방위 "대책 논의"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n번방' 사건으로 텔레그램을 비롯한 해외 플랫폼이 성범죄 온상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텔레그램은 메시지를 보내는 기기와 받는 기기만 복호화가 가능한 종단간 암호화( End-to-end encryption) 방식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모바일 메신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를 불법 촬영물 유통 창구로 악용하는 범죄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국내 규제나 심의기관 제재 등 권한 밖의 '사각지대'라는 점도 문제다. 논란이 되자 국회도 이에 대한 규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시적 대책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텔레그램에 요청해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불법촬영물 관련 텔레그램(채팅)방 198개 삭제를 요청했다. 이중 55건은 삭제가 이뤄졌다.

텔레그램 n번방은 피해자를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는 범죄로 파장을 낳고 있다.

텔레그램 서비스 [텔레그램 ]

문제는 이같이 피해자가 명백한 상황에서도 현행법상 텔레그램을 국내 규제 기관이 규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는 불법촬영물을 인식한 경우 바로 삭제, 접속 등 유통방지를 조치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텔레그램 등과 같은 해외 사업자의 경우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서버가 해외 있어 추적이 어렵고 규제도 피해 간다.

방심위가 텔레그램에 즉각 삭제 요청을 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텔레그램은 이용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 서비스로 사후 신고가 들어와야 모니터링에 들어갈 수 있다. 신고가 아니면 커뮤니티나 SNS 등에 올라온 불법 촬영물 관련 채팅창 안내 링크를 추적해야 증거를 잡을 수 있다. 방심위가 이를 심의해 삭제를 요청해도, 텔레그램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야 채팅창이 삭제되는 구조다.

텔레그램만 잡는다고 능사도 아니다. 텔레그램 전에 텀블러가 있었고, 최근엔 디스코드 등 다른 플랫폼에서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현행법 상 텔레그램을 비롯한 해외 플랫폼을 제재하기 어렵다"며 "사후 신고, 다른 채널의 링크를 통해 불법 촬영물 유통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 시작…실효성 있는 법안 논의돼야

이에따라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도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를 의무화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자율규제 시스템으로 들어오게 하거나 입법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국내 자율 규제 시스템에 텔레그램을 포섭하면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현재 상황보다 자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텔레그램이 국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규제기관과 소통에도 비협조적이라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심위는 불법콘텐츠 대응을 위한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운영중으로 현재 네이버, 카카오 외에도 구글, 페이스북 등도 참여하고 있다. 방심위가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즉각 해당 콘텐츠 삭제, 계정 정지 등을 하는 식으로 여전히 한계가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도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다.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과방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불법 촬영물 제작자·유포자 처벌 강화, 플랫폼 사업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골자로 한 'n번방 방지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다만 불법 촬영물 유통을 방조한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해외 사업자도 규제할 수 있는 역외조항을 넣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자칫 국내 사업자 규제 수위만 높아지고 해외 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규제 무풍지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선 역외조항 규정이 들어가야 실효성이 높아진다"며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등 제반 사안을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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