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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의당 류호정 "신뢰 얻기 힘들다는 것 안다"


대리게임 논란 확산…후보 직접 해명 나서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정의당은 지난 6일 류호정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을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인준했다.

류 후보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 출신으로, 게임사 재직 시절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게임 방송 BJ와 대학 게임 동아리 회장 등으로 활동한 전력도 있다.

정의당의 간판격인 비례 1번으로 국회 입성이 거의 확실시되는 그는 1992년생으로 21대 국회에서 최연소 의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 그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 진화되지 않고 있다. 대학 시절 지인에게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대신 하도록 해 게임 등급을 높인 이력으로 촉발된 '대리 게임' 논란은 그의 게임사 입사·퇴사 관련 의혹 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다만 류 후보는 대리 게임 사실은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그 외 의혹들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한 상황. 당 역시 후보의 소명을 받아들여 그를 재신임하기로 결정했다.

류 후보는 "잘못이 있기 때문에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점은 알고 있다"며 "다만 할 수 있는 입증에 최선을 다한 것 뿐, 반성하고 노력해왔다는 점은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류 후보와 만나 그의 입장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

◆지난 15일, 당에서 후보를 재신임하기로 했다.

"재신임 결정 후 당에서 한 얘기는 언론에 알려진 그대로다. 당에 증언과 자료를 제출해 재신임 결정을 받았다. 대리 게임 문제가 취업, 방송 출연 등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들과 엮였다. 그래서 이로 인한 비호감도 컸고, 소명해도 보지 않는 분들이 계셨을 것 같다. 이제 당의 판단에 대해 당원들과 시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잘하려 한다. 이제 시작인데 다시 잘해보겠다는 말을 쓰게 된 자체가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대리 게임으로 만든 LoL 등급으로 과거 게임사 취업 과정에서 부당 이득을 얻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5년 1월 해당 게임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할 당시에는 게임 등급을 적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 이력서에 게임 최고 등급을 '다이아 4'로 적었다. 그러나 이는 직접 실력을 쌓아서 만든 것이다.

논란이 있던 해, (대리 게임으로 '다이아 5'를 달성했던) 본 계정 대신 새로운 부계정을 만들어 '플래티넘 4'로 등급을 올렸다. 그사이 본 계정은 등급이 '플래티넘 2'로 떨어졌다. 이에 다음 시즌 본 계정으로 돌아가 400회 이상 플레이해 등급을 '다이아 4'까지 올렸다.

그때 LoL을 잘하기 위해서 잘하는 지인들에게 플레이 방식을 묻기도 했고, 출퇴근 시간에 게임 리플레이 등을 보며 시뮬레이션했다. 당시 LoL 노트가 있을 정도였다.

사실 당에서도 답답했는지 지금 게임 등급을 다시 달성해볼 수 없겠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LoL을 열심히 해서 최고점을 찍었을 때와 정책을 공부하는 지금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LoL은 앞선 시즌 등급이 그 다음 시즌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본 계정에 대리 게임으로 인해 높은 등급을 얻었던 전적이 남아 있는 만큼, 추후 등급 상승에 이득을 봤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MMR(이용자 실력에 따른 게임 매칭 점수)로 인한 초반 보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실력이 없으면 다이아 4를 달성할 수 없다.

게임 실력과 관련해서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임원이었던 분의 증언이 있다. 그분은 내가 다이아 등급의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도 내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라고 들었다.

(대리 게임이라는) 잘못이 있기 때문에 게이머분들에게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점은 알고 있다. 다만 할 수 있는 입증에 최선을 다한 것 뿐, 반성하고 노력해왔다는 점은 알리고 싶다. 과거에도 사과하고, 지금 또 사과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퇴사 사유를 놓고도 말이 엇갈린다. 권고사직을 당했는데, 비례대표 출마 슬로건에는 해고 노동자라고 돼 있다.

"법적 용어를 따지면 권고사직이 맞다. 그러나 당시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을 뿐, 게임업계에 만연한 사실상의 해고를 당했다고 본다. 그때는 노조가 생기기 전이라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회사 대표와 1대 1 면담을 하고 사직서에 사인할 때까지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

◆노조를 만들다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주장을 놓고도 진위 여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노조 만들다 걸렸으니 자른다고 알려주는 회사는 없다. 사직 강요 압박을 보고 추정하는거다. 당시 근로자 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회사 말에 고분 고분하지 않았던 게 권고사직을 받은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권고사직은 평가가 좋지 않은 사람이나 게임 프로젝트가 드랍된 경우에 받는데 나는 두 가지 다 해당하지 않는다. 팀은 폭파됐어도 게임이 드랍된 건 아니었고, 평가도 좋았다."

◆당에서 회사 측에 입사 및 퇴사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회사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는 과정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권고사직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을 거라고 할 거여서 당에서도 안 하고 있다. 내가 노조를 만들고 있었는지 알았냐고 물어도 몰랐다고 답변할 거다. 법적으로 해고와 권고사직은 차이가 있다. 법적으로 정제된 단어만 쓰여있을 답변에 당시 내 상황이 정확히 담겨있을 거라 기대하기 힘들다.

취업 사실 관계 확인에 있어서는 당이 회사 측에 류호정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다이아 4 랭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질의했고, 회사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그러나 등급 때문에 뽑히려면 프로게이머 정도의 실력은 있어야 한다. 또 애초에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을 만드는 스튜디오여서 다른 장르인 LoL 경력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리 없다.

채용과 관련해서는 같은 스튜디오에 근무했던 관계자 3명의 증언을 가지고 있다. 결정권을 가지고 있던 당시 상사는 게임 등급 때문에 정규직 제안을 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공채를 통해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그 당시 정규직으로 전환할 거 공채로 해서 전환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식으로 대화를 나눴었다."

◆후보자가 게임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있다.

"꼭 게임 분야가 아니어도, 청년 정치인이어서 경력 자체가 짧을 수밖에 없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 차원의 정책으로도 우선 할 수 있다고 본다.

또 게임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개발자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20년을 넘게 해도,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게임 산업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28살까지 개발팀에 2년, 비개발팀에 2년반 근무했는데, 이를 오히려 다양한 시점에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봐주면 좋겠다.

나만의 포트폴리오는 '게임업계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까지 만들려고 했던 열정'이다. 근무환경이 안정되면 개발자는 창의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과 게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정책도 있나.

"노동 관련 법이 곧 게임 관련 법이기도 하다. 게임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인데 만드는 사람이 착취 당하면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없다. 노동법 외로 생각해보면 일단 게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비상업적인 게임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당 정책 위주로는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중소게임사나 1인개발자의 게임에 한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픈 마켓에서 패키지 형태로 팔리는 게임 수수료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수료율 인하가 안 된다면 감세라도 해줘야 한다.

또 중소게임사 위주로 자금을 강화해야 한다. 지원금 사냥꾼만 좋은 제도가 아니라 제대로 인디게임을 돕는 심사제도가 도입돼야 하고, 그러려면 한국게임개발자협회와 같은 단체가 더 커지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소게임사 대상 공동 쇼케이스나 오프라인 이벤트도 지원하려 한다."

◆게임 관련 규제에 관한 생각을 말해달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셧다운제는 철폐해야 옳다. 다만 현실적으로 철폐가 어렵기 때문에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게임 자체에 대한 제약에서 장소로 바꾸는 걸 고려할 수 있겠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문제는 게임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연구비를 아껴 인디게임에 지원하는 게 낫다고 본다. 게임은 문화라 생각하고, 문화인 채로 남겨두길 바란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현행 규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사행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1인당 인앱결제 제한을 고려해야할 거 같다. PC 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가 폐지된지 얼마 안 됐다고 할 수 있지만, 제한을 소액이 아닌 수천만원 단위로 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국산 선정적인 게임 광고 방치 문제는 게임 영역에 대한 해석에 따라 담당부처와 관련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건 제도보다 해결할 의지가 결여된 게 문제다.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내가 챙기겠다.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은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아케이드 게임과 일반 게임을 명확히 구별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용어를 바꿔 편견을 해소하는 것과 게임문화의 날 제정도 좋다고 생각한다. 국회에 가면 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려고 한다.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 해소에 도움이 되고 싶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가장 가고 싶은 상임위원회는 어딘가.

"게임 진흥 정책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 아니겠나. 그래서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고용불안을 없애기 위해 환경노동위원회에 가고 싶다. 다만 당에서 노동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선배들이 계신 만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고려하고 있다."

◆'대리 게임 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이동섭 전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서를 냈다.

"노회한 정치인의 눈에는 모든 게 기술로 보이나보다. 대리 게임을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6년 전에도 지금도 없다. 대리 게임 문제의 본질은 꼼수, 도덕성, 정직에 관한 거다.

페이스북을 통해 남긴 입장은 당시 있었던 일을 정직하게 털어놓으려 한 것이고, 프레임 전환과 같은 정치적 기술은 정치에 첫 발을 딛은 내가 쓸 수 없는 고급 기술이다. 남녀갈등을 조장한다는 말도 억측이다. 성별, 국경, 종교를 넘어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게임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이런 것들로부터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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