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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 목소리 타고 ‘5월 초하루’ ‘해님 달님’ 동화가 가곡으로 탄생


작곡그룹 파르벤의 김민아·박혜진·이승훈·조성옥 신상작품 11곡 초연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새벽 네 시쯤 되었습니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벌써 종달새가 하늘 높이 떠서 은방울을 흔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꽃들이 그 소리를 듣고 문을 딸깍 열고 방긋 웃었네. 참새가 벌써 큰 북을 짊어지고 제비들이 기다란 피리를 가지고 오네, 주섬주섬 모두 모여들어 각각 자리를 잡고 위층 아래층에서 꽃들이 손님을 맞아들이기에 바쁘네. 아침 해 돋을 때가 되어 무도복 입은 나비들이 떼를 지어 오네. 노란 새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꾀꼬리, 선명한 햇빛이 비추기 시작해. 목을 앓는다던 꾀꼬리가 인력거를 타고 당도 하였네. 꾀꼬리가 온 것을 보고 모두들 어떻게 기뻐하는지 모르네. 오월 초하루, 거룩한 햇빛이 비치네. 복사나무 가지 위 꽃그늘 새들이 노래하네. 오월 초하루, 참말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 나비들이 춤을 너울너울.”

테너 조태진이 27일 열린 독창회에서 '5월 초하루'를 부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권혜조가 맡았다.
테너 조태진이 27일 열린 독창회에서 '5월 초하루'를 부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권혜조가 맡았다.

한국 창작가곡이 깊고 넓어졌다. 테너 조태진이 작곡가 그룹 ‘파르벤(Farben)’ 멤버인 김민아·박혜진·이승훈·조성옥의 새 노래 11곡을 선사했다. 조태진은 27일 오후 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창회에서 독특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시도가 돋보이는 4인 4색의 창작곡을 초연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독일어로 ‘색채’라는 뜻의 파르벤은 회원들의 다양한 음악적 개성을 표현해 창작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18년 창단했다. 네 사람 모두 연세대 음대 작곡가 동문이다. 세대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자 ‘파르벤 초청 전문연주자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데, 조태진 리사이틀은 그 두 번째 이벤트다.

이날 가장 귀를 사로잡은 것은 동화의 재발견이다. 계절의 여왕을 빛낼 ‘5월 초하루’에 이어 우리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해님 달님(김민아 곡)’, 그리고 못된 늑대를 물리치는 내용의 서양동화에서 콘텐츠를 얻은 ‘빨간 망토(박혜진 곡)’가 신선함을 선물했다. ‘빨간 망토’는 아예 영어로 부른데다 김보라의 플루트까지 가세해 더 풍성한 노래가 됐다.

테너 조태진이 27일 열린 음악회에서 함께 무대를 꾸민 출연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플루티스트 김보라, 파이니스트 권혜조, 조태진 테너, 지광윤 바리톤.
테너 조태진이 27일 열린 음악회에서 함께 무대를 꾸민 출연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플루티스트 김보라, 파이니스트 권혜조, 조태진 테너, 지광윤 바리톤.

“그립다고 써 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 그립다고 써 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작자 미상의 ‘편지’라는 이 시는 처음에 윤동주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지금도 인터넷에 여전히 윤동주의 시로 적혀있는 곳이 많다. 가수 안치환이 고승하가 작곡한 ‘편지’를 불러 히트 했는데, 이번에 조태진은 박혜진의 클래시컬 포맷 ‘편지’를 선보였다.

“왔다고 할지라도 자취도 없는 / 분명치 못한 꿈을 맘에 안고서 / 어린 듯 개문 밖에 비껴 기대서 / 구름 가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 바라는 볼지라도 하늘 끝에도 / 하늘은 끝에까지 꿈길은 없고 / 오고 가는 구름은 구름은 가도 / 하늘뿐 그리 그냥 늘 있습니다 // 뿌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 그 맘이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 자갯돌 밭에서도 풀이 피듯이 / 기억의 가시밭에 꿈이 핍니다”

조성옥이 새로 곡을 붙인 김소월의 시 ‘기억’도 마찬가지다. 영화음악을 주로 해온 박지만이 먼저 곡을 발표했는데. 조성옥이 이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민아는 슈만과 대결을 벌였다. 장인의 반대에 맞서 긴 법정투쟁 끝에 마침내 웨딩마치를 올리게 된 슈만은 무척 감격했다. 그래서 결혼식 전날 클라라에게 모두 26개의 노래로 이루어진 연가곡집 ‘미르테꽃(Myrten)’을 바쳤다. 그 중 한곡이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를 노래로 만든 ‘Die Lotosblume(연꽃)’다.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한 조태진은 네이티브 스피커급 발음을 구사하며 김민아의 ‘Die Lotosblume’를 멋지게 소화했다.

테너 조태진이 27일 열린 독창회에서 권혜조 피아니스트와 손을 잡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테너 조태진이 27일 열린 독창회에서 권혜조 피아니스트와 손을 잡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태진은 또한 특정한 가사 없이 ‘아아~’ ‘오오~’ ‘우우~’ 등의 모음으로만 부르는 보칼리제 ‘Die Farben(박혜진 곡)’을 불렀다.

플루티스트 김보라와 피아니스트 권혜조는 연주곡 ‘發 for Flute and Pianoforte(이승훈 곡)’를 들려줬다. 1악장 전쟁, 2악장 전쟁 후에 남겨진 사람들과 폐허, 3악장 전쟁의 승리가 눈앞에 환하게 그려질 만큼 집중력 있는 연주솜씨를 보여줬다.

바리톤 지광윤은 우정출연해 한국가곡 ‘산아(신홍철 시·신동수 곡)’와 ‘뱃노래(석호 시·조두남 곡)’를 불렀다. 또한 박혜주는 친절하게 곡 해설을 해줬다.

테너 조태진이 27일 열린 독창회에서 앙코르 곡으로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고 있다.

조태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때문에 한때 무관중 콘서트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라며 “감사하게도 많은 청중이 찾아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작가곡이 더 자주 불려지고 감상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민병무 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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