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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맞서는 대형마트, '풀필먼트' 대안 될까


월마트 등 해외 성공사례 많아…규제 등 유관 과제 먼저 해결해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는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이 연이어 '풀필먼트'를 내세우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풀필먼트는 판매 상품의 입고, 재고관리, 분류, 배송 등 상품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풀필먼트는 조만간 새로운 유통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각에서는 이 체계를 빠르게 정착시키는 회사가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 미국 월마트는 아마존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대신 미국 전역의 4천800여 개 점포를 배송 기지로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또 월마트는 2016년 제트닷컴, 플립카트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하고, 이후 집중 투자를 단행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 수요를 아우르는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5천240억 달러, 순이익 149억 달러를 기록하며 각각 2%, 123%의 성장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풀필먼트를 전면에 내세운 쿠팡이 온라인 쇼핑업계 성장을 주도하는 것을 보면 과거 아마존의 미국 시장 확장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월마트 모델'을 채용하는 것도 앞으론 생존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롯데마트는 광교, 중계점을 다음달부터 '풀필먼트 스토어'로 운영한다.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는 광교, 중계점을 다음달부터 '풀필먼트 스토어'로 운영한다. [사진=롯데마트]

한국 대형마트들도 이 같은 월마트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는 다음달부터 광교·중계점을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로 운영한다. 또 이들 매장 인근 5km 소비자가 주문할 경우 1시간 30분 내 물건을 즉시 배달하는 '바로 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는 매장 내에 상품 이동을 신속히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컨베이어 벨트와 수직 리프트를 설치했다. 또 인근 거주 소비자로부터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 내 직원이 매장 선반에 있는 물건을 집어 벨트에 올리고, 매장 뒤편의 창고에서 목적지에 따라 상품이 자동 분류된 후 배송이 시작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 점포에서는 하루 7차례 정해진 시간에 배송을 진행해 최소 3~4시간이 걸리지만, 롯데마트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신속하게 배송해 시간을 단축시켰다. 롯데마트는 2만 원 이상 주문할 경우 무료 배송 혜택도 제공해 고객 편의를 높인다는 방침으로, 향후 '풀필먼트 스토어'를 9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최근 노조를 결성하고 인력충원 및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최근 노조를 결성하고 인력충원 및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홈플러스는 지난 2018년 계산점을 시작으로 온라인 물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점포 풀필먼트 센터'를 차세대 전략으로 내세웠다. 또 전국 140개 점포를 온라인 물류센터로 전환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올라인'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이에 홈플러스는 계산점에 이어 안양점과 원천점도 풀필먼트 센터로 리뉴얼했다. 기존 10명 수준이던 피커(장보기 전문 사원)는 40여 명으로 늘리고, 시스템 및 물류 관리 직원도 충원하는 등 본격적인 전략 현실화에 착수했다. 특히 안양점의 경우 매장과 풀필먼트 센터 양쪽에서 냉장·냉동 상품을 꺼낼 수 있는 '쌍방향 워크인쿨러'를 적용해 피커들의 업무 편의성도 높였다.

또 홈플러스는 기존 5km였던 배송 반경도 15km 수준으로 확대하고, 피커 및 배송 트럭 등 관련 역량도 확충해 일 배송건수를 3천 건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18년 6천억 원 수준이었던 온라인 사업 매출액을 오는 2021년까지 2조3천억 원까지 상승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경기도 용인과 김포에 위치한 3곳의 첨단 물류센터 '네오'와 함께 서울·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전국 158개 점포 중 100여 곳의 점포에서 직접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일반 매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직원이 직접 돌아다니며 물건을 담는 방식으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국 매장을 풀필먼트 센터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전국 매장을 풀필먼트 센터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사진=홈플러스]

다만 일각에서는 월마트와 달리 한국 대형마트들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안착시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시장과 달리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풀필먼트 서비스로 인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문을 닫는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점포 배송을 할 수 없어 새벽배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최근에는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인력충원 및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등 관련 움직임도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작은 늦었으나 풀필먼트 시스템 구축은 온라인 업계의 강점을 오프라인으로 가져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업계가 추구하고 있는 '옴니채널'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업계 변화에 따른 부대비용 증가 등의 문제도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해야 풀필먼트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휴점 시에는 풀필먼트 센터를 활용한 배송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별도 시스템 구축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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