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날갯짓하듯 쉼없이 음악에 매진...소프라노 박선영 ‘벌새’ 감동


쇼송·라흐마니노프 곡 등으로 독창회...학구적 열정에 박수 세례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벌새는 조류 중에서 가장 작은 새 부류에 속한다. 몸길이는 대략 6.5~21.5cm다. 이 새의 트레이드마크는 어마어마한 날갯짓이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1초에 무려 20~90번을 퍼덕인다. 상상초월의 속도다. 꽃의 꿀을 딸 때는 항상 날개를 빠르게 움직여 정지 상태로 날면서 빨아먹는다. 공중에 그대로 멈춰 생명 유지 활동을 하는 비결은 이런 엄청난 노력 덕에 가능하다.

소프라노 박선영이 8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이날 프로그램 가운데 눈길을 끈 노래는 에르네스트 쇼송의 ‘벌새(Le Colibri)’다. 한미연의 피아노와 신지향의 바이올린을 타고 흐르는 목소리는 프랑스 예술가곡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끼게 해줬다.

소프라노 박선영이 8일 열린 콘서트에서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선영의 섬세하고 예민한 곡 해석력도 돋보였지만 ‘굳은 다짐’이 읽혀져 더 좋았다. 이탈리아 유학시절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절친 소프라노에 따르면 그는 평소 방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을 하고 있나 궁금해 들어가 보면 악보가 새까매질 정도로 깨알같이 적으며 공부하고 있었다. 완성도 높은 연주를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그의 실체다. ‘음악을 위해 나도 이렇게 쉼 없이 날갯짓을 하겠다’는 결심이 이 곡을 선택한 것 같아 더 감동이다.

곧이어 서지원의 첼로까지 가세해 ‘라일락이 필 무렵(Le temps des lilas)’과 ‘영원한 노래(Chanson perpétuelle)’ 등 쇼송의 곡을 잇따라 선사하자 박선영의 학구적 음악열정에 박수가 쏟아졌다.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은 곡들이지만 진심이 오롯이 전해져 울림이 컸다.

클라라 슈만의 ‘여섯 개의 가곡(Sechs Lieder)’에서도 따듯하고 포근한 음색이 빛을 발했다. ‘나는 어두운 꿈속에 서있었다(Ich stand in dunkeln Träumen)’ ‘그들은 서로 사랑했네(Sie liebten sich beide)’ ‘사랑의 마술(Liebeszauber)’ ‘달은 고요히 떠오르네(Der Mond kommt still gegangen)’ ‘나는 당신의 눈에서(Ich hab’ in deinem Auge)’ ‘고요한 연꽃(Die stille Lotosblume)’으로 물 흐르듯 이어졌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꿈’ ‘나를 위해 노래하지 마오’ ‘여기는 좋아요’ ‘친구여 나를 믿지 마세요’는 눈 덮인 설원과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 숲이 연상될 만큼 러시아의 풍경이 한눈에 그려졌다.

오페라 아리아도 2곡 불렀다. 아리고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에 나오는 ‘슬픔에 젖은 바다 위의 어느날 밤(L’altra notte in fondo al mare)’에서는 실제 무대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해 일부러 조명도 바꾸고 나중에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주세페 베르디의 ‘시칠리아의 저녁기도’에 흐르는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벗들이여(Mercè, dilette amiche)’는 이날 레퍼토리 중 가장 귀에 익숙한 곡이라 친근했다.

앙코르 곡은 한국가곡이었다.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담은 ‘연리지 사랑(서영순 시·이안삼 곡)’을 불렀다. 노래에 앞서 먼저 시를 읽어줘 관객은 멋진 시낭송 선물도 받았다.

박선영은 예원학교·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서 성악과 석사과정 디플롬을 취득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콘서바토리 마스터클래스를 수료했으며, 이후 계속적인 음악연구를 위해 이탈리아 가스파레스폰티니 공립음악원에서 연주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10점 만점으로 졸업했다. 현재 계원예술고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민병무기자 min66@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