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웃는 남자’ 이석훈 “연기 희열 보통 아냐…발성 공부 계속”


“극에 대한 메시지 전달에 집중…‘믿보배’ 되기 위해 하나하나 개척 중”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프로는 성장하는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웃는 남자’로 세 번째 뮤지컬 도전에 나선 보컬그룹 SG워너비 멤버 이석훈은 빈틈없는 무대를 보여주고자 이번에도 모든 일정을 멈춘 채 ‘웃는 남자’ 연습에만 매진했다.

“저는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스스로를 혹독하게 대하는 편이죠. 인정하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제가 만족해야 그게 잘하는 거지 남들이 잘한다고 얘길 해도 흔들리지 않아요.”

[EMK뮤지컬컴퍼니]

이름 앞에 붙는 ‘뮤지컬배우’라는 수식어도 이석훈이 인정하는 선에 다다르지 못했다. “가수 이석훈이라고는 얘기할 수 있어요. 뮤지컬배우 이석훈이라고 얘기할 땐 한숨 머금고 얘기하거나 조금 망설여져요. ‘이젠 뮤지컬배우’라고 할 수 있으려면 더 노력해야 해요.”

‘킹키부츠’의 찰리와 ‘광화문 연가’의 월하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아 오디션 없이 ‘웃는 남자’ 타이틀롤을 거머쥐었으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방대한 연습량과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 끝에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무대 공포증이 심해 콘서트에서도 떤다”는 이석훈이 ‘웃는 남자’ 무대에선 캐릭터로서 관객을 만남에 거침이 없다. 스스로도 “이번 작품은 내 인생의 큰 점 하나를 남길 것 같다”며 “자신은 늘 있다”고 말한다.

빅토르 위고의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인 ‘웃는 남자’는 2018년 첫 선을 보인 후 지난달 재연 막을 올렸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른다.

이석훈은 지울 수 없는 웃는 얼굴을 가진 채 유랑극단에서 광대 노릇을 하는 관능적인 젊은 청년 ‘그윈플렌’ 역으로 박강현·엑소 수호·슈퍼주니어 규현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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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명륜2가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석훈은 작품의 매력으로 ‘공감’을 꼽았다. “우리가 현실에 부딪치고 위치에 부딪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늘 항복하는 법을 배우면서 살았잖아요. 그런 깨고 싶지만 용기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윈플렌이 대신해주고 있으니까 관객들이 거기서 희열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다음은 뮤지컬배우 이석훈과의 일문일답.

- 출연 결정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에 ‘킹키부츠’로 뮤지컬을 시작한 계기가 좋은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일단 준비는 됐고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이런 거였다. 막상 덤볐는데 대사가 너무 많아서 진짜 죽을 뻔했다. 나는 다른 배우들보다 두달 먼저 연습을 시작했다. 근데도 못 외웠으니.(웃음) ‘광화문 연가’도 분명히 가수 이석훈과 너무나 다른 캐릭터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되나 한번 해보자’ 했는데 많이 얻었다. 이 ‘웃는 남자’도 똑같다. 도전 후의 성과를 굉장히 즐긴다.”

- 연습벌레고 굉장한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연습을 많이 하는 건 당연하다. 중요한 캐릭터에 나를 썼다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고 그 만족과 진짜 그윈플렌의 모습을 보여드려야만 한다. 나는 연습 들어간 날부터 공연 올리기까지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 강박이 있어서 지금도 계속 머릿속에서 런 스루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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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윈플렌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일단 외형 자체를 많이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그윈플렌은 얼굴에 살이 있으면 안됐다. 풍족하게 먹지 못했고 나름 행복했지만 호화스럽지는 못한 삶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말라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습 들어갈 때 74㎏이었는데 지금 69㎏이다. 4~5킬로그램 정도 살을 뺐다. 극중극을 하고 돌아다니고 마차도 같이 끌었을 텐데 몸이 안 좋을 순 없을 테니 기본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름 외형적으로는 갖춰져 있다고 생각이 든다.”

- 연기의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집중한 부분을 짚어 달라.

“1막에서는 그윈플렌의 순수한 면, 여린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2막 ‘모두의 세상’을 부른 다음부터는 더 이상 그윈플렌이 아닌 클랜찰리 공작이어야 했다. 세상을 밝히겠다고 얘기했으니 그 이후부터 어리숙한 면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윈플렌이라면 그랬을 거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상원에서 얘기할거야’라고 했는데 내 의견마저도 무시해버리는 귀족들한테 화가 난거다. ‘웃는 남자’ 넘버를 부를 때 그윈플렌이 왜 그렇게 미쳐서 노래하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는 거니까 거기에 집중을 했다. 마지막엔 긴장도 안했다. 화가 되게 나 있는 상태였다. 그로 인해 데아가 죽었을 때 우는 연기는 되게 자연스럽게 나왔다.”

- 다른 그윈플렌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내가 뮤지컬 작품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전달이다. 노래나 연기를 기술적으로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진짜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 위해선 극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나는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작업을 하고 있다.”

- 같은 역할을 맡은 박강현·수호·규현과 함께 연습할 때 분위기는 어땠나.

“4명이 연습실에서 모인 날이 며칠 안 된다. 연습을 한달 반 정도밖에 안했다. 거의 보름 안에 다 끝내고 한달 동안 런 스루를 했다고 보면 된다. 그 정도로 빨리 진행을 했다. 수호와 규현이는 스케줄 엄청 많았고 강현이는 콘서트가 있었다. 이들은 너무 바빴다. 다 같이 처음 만났을 때 무척 반가웠다. 진짜 힘이 되더라. 수호는 이번에 처음 만나서 같이 작업한 건데도 보기만 해도 되게 든든하고 왠지 나를 지켜줄 것 같고 의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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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의 연속인 일상 속에 마음의 여유를 찾아준 힐링 요소는 무엇이었나.

“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운동하는 게 되게 좋았다. 당연히 배고프고 힘들긴 하지만 다이어트 방법이나 내 몸을 잘 알기 때문에 먹을 것도 챙겨 먹어서 극한의 고통까지 느끼진 않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헬스장까지 걸어갈 때 되게 뿌듯하다. ‘진짜 너무너무 하기 싫고 미칠 것 같아’ ‘누가 봐주는 몸도 아니고 이걸 왜 하지’ 하다가 운동을 시작하고 펌핑이 된 부위를 느꼈을 때, 거울에 비친 나를 봤을 때 ‘오늘도 해냈다’ ‘난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고 연습실에 가면 일단 텐션부터가 다르다. 신체리듬이 살아서 들어간다. 가끔 헬스장 문 닫는 날 연습실에 가면 처지더라. 거울에 비치는 내가 점점 그윈플렌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을 때 무척 행복하니까 지금도 계속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 몸놀림이나 발걸음 동작도 아주 자연스럽다. 그것도 연습의 결과인가.

“춤이나 안무 걱정은 없다. 몸치가 아닌 걸 내가 잘 알고 있다. 춤 레슨을 받았을 때도 A등급은 아닌데 B등급은 갈 수 있다고 하더라. 원하는 동작이 안 나올 땐 발레무용가인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그 힘으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 로버트 요한슨 연출과의 작업은 어땠나.

“사실 나는 노트 덩어리다. 연출님과 되게 많이 얘기하고 싸우기도 했다. 그런 적은 나도 처음이었다. ‘아, 이래서 로버트가 이렇게 얘기했구나’ ‘로버트가 지금 날 이해하고 있구나’ 등 하나하나 맞춰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특히 ‘웃는 남자’ 넘버를 부를 때나 맨 마지막에 데아가 죽고 나서 부르는 넘버 땐 가감 없이 뱉는다. 내가 그윈플렌으로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을 하나하나 다 잘 보여드리면 관객들이 당연히 이해하실 거라는 걸 깨달았다. 단 연기나 노래가 만족스러울 경우에 가능한 거다.”

- 김문정 음악감독에 대한 신뢰도 두터운 것 같다.

“김문정 감독님 진짜 좋다. 그런 카리스마는 처음 느껴봤다. 나는 사람을 안 무서워하는 편이다. 누굴 마주해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김문정 감독님은 포스가 있더라. 다행히 나를 좋아해주신다.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 가장 감동받은 건 첫 공연 날 대기실에 오셔서 ‘잘할 수 있다, 연습한대로만 해라, 다 믿고 있다’고 응원해주셨다. 내가 ‘근데 가사 까먹으면 어떡하죠’ 하니까 ‘걱정마라, 이거 너 혼자 하는 거 아니야, 우리 둘이 하는 거야’라고 얘기해주셨다. 그때 너무 멋있어서 감탄했다. 그 말에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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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공연까지 풀어야할 숙제는 무엇인가.

“소리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다. 아직은 내가 연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어느 정도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감이 없다. 그 정도 호흡을 안 써도 되는데 쓸데없이 힘을 빼는 경우도 있을 테고, 더 줘야 되는데 덜 줄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계속 연구하고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고 있다. 가요랑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는 발성, 소리다. 가요는 발성이 필요 없다. 그냥 개성 있게 매력 있게 하면 되는 거고 정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뮤지컬도 당연히 개성과 매력을 찾지만 잘 들리는 게 우선이다.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뼈저리게 느꼈다. 이 작품부터 되게 집중하는 부분이 소리다. 발성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발성을 잘 쓰면 호흡도 안정이 되고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다.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킹키부츠’ 때보다 점점 괜찮아지는 것 같다.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사이코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 순간만큼은 가수 이석훈을 지울 수 있는 자극적인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니까 너무 좋은 기회지 않나.”

- 소극장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드라마와 뮤지컬 연기가 다르고 소극장은 또 다르다고 들었다. 나는 처음부터 중극장·대극장을 했기 때문에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주변의 형들이나 누나들이 소극장 공연을 해야 된다고 ‘이거 끝나고 소극장 하나 돌면 딱 좋다’고 하는데 ‘안 할 거야’ 했다.(웃음) 좀 겁난다. 그동안 대극장 콘서트도 많이 했지만 나는 취향이 소극장인 사람이다. 소극장 공연을 하면 진짜 전달이 바로 된다. 노래를 하면서도 관객들의 반응과 표정을 바로 볼 수 있다. 가수로서 자신이 있어도 소극장이 떨리는데 뮤지컬을 소극장에서 하면 기절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은 안 할래’ 한다. 아마 성격상 도전하고 싶을 때 하긴 할 것이다. 지금은 1년 계획이 잡혀있어서 쉽게 할 순 없다. 예전에 뮤지컬 ‘빨래’ 음악을 되게 좋아해서 콘서트장에서 부른 적이 있다. 소극장 뮤지컬 중 좋은 게 많다. 강필석 형이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를 보러 오라고 해서 혼자 가서 봤다. 형이 ‘석훈아, 이거 하자’ 했는데 ‘대사가 너무 많네’라고 했다.(웃음) 2인극은 부담이 된다. 대사가 무서운 거다. 그걸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스킬은 아직 부족하다.”

- 연극은 어떤가.

“너무 좋다. 요즘은 연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연기할 때 희열이 보통이 아니다. 전작들의 경우 집중이 안 될 때는 머릿속으로 다음 대사나 동선을 생각하곤 했다. 그윈플렌은 그런 생각을 아예 안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오히려 상대 대사를 더 들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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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공연을 마치고 객석 바라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울컥하더라. 희한한 기분이었다. 함성이 그 정도까지 나올진 몰랐다. 소리가 너무 커서 놀랐다. 커튼콜 나가기 전에 스스로 물어보긴 했다. ‘석훈아, 잘했어’라고 내가 얘길 하더라.(웃음)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 지인들의 관람평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같이하는 배우들의 ‘초대권 형 회차로 준비했어요’라는 말은 굉장히 힘이 된다. 나는 내 첫 공연에 아내를 초대했다. 내 아내는 국립발레단이었다. 예술의전당을 집처럼 사용하던 사람이다. ‘우리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하는 부부구나’라고 괜히 의미도 부여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아내가 공연 모니터를 해주는 걸 듣고 싶었는데 할 말 없다고 얘기하더라. 집에서 매일 연습하는 걸 지켜본 아내에게 들은 극찬이었다.”

- 관객에게는 어떤 평을 듣고 싶나.

“결국엔 ‘믿고 보는 배우’다. 정말 빠르게 얻고 싶지만 기대하진 않는다. 관객에게도 보고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내가 뮤지컬 쪽에서 다른 배우들처럼 팬덤이 강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된다. 대중한테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로 비치면 좋겠다. 말로 요리조리 잘 포장하는 사람보다 무대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연장에 많이들 찾아와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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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뮤지컬 ‘웃는 남자’를 어필해보자.

“뮤지컬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첫 뮤지컬로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대·조명·영상 모두 한국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나는 공연을 수십 번을 보고 수백 번을 한 사람이라서 딱 보면 나온다. 리허설을 보는데 숨이 멎더라. ‘이건 뭐지? 내가 이걸 한다고?’라는 감탄이 나왔다. 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좋은 작품을 나만 알고 느끼기엔 미안하니까 다 같이 보면 좋겠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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