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게임산업 반전 기회, 외교부 장관이 만들 수 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 판호 문제 해결에 정부 역할 강조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국내 게임산업의 반전 기회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만들 수 있다고 본다."

16일 제10대 한국게임학회장으로 취임한 위정현 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정체 국면에 들어선 국내 게임산업이 터닝포인트를 맞기 위해서는 외교부 장관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학회장인 그가 외교부 장관을 거론하고 나선 이유는 중국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문제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중국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사태가 심화된 이후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약 3년째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진출이 막히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잃은 기회비용은 수조 원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가 이처럼 시름하고 있음에도 판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외교부의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에 그는 지난 9대 학회장 시절 판호 문제와 관련한 외교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외교부 관계자와 만나 장관 차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했다"며 "판호 문제에 실질적인 개선이 있을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외교부에 이 같은 요청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게임학회장을 연임하게 됐다.

"산업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연임하게 돼 짐이 무겁다. 몇 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던 국내 게임산업은 이제는 한 자릿수대에 머물면서 정체하고 있다.

많은 중소 개발사들이 줄 도산하고 있는 데다 3N으로 대표되는 게임사들도 제 코가 석 자다. 앞으로 성장은커녕 산업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어서 산업계도 활력을 잃고 우울해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문제가 살아있고, 확률형 아이템 등 터질 수 있는 지뢰들이 여전히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판호다.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에 판호를 내주지 않는 동안 중국 개발사들의 모바일 게임 개발 경쟁력은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글로벌에서 중국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시장도 보이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임하게 돼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최선의 노력은 다해보려고 한다."

◆지난 학회장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아무래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이슈 대응 부분이라 하겠다. 결국 학회가 중심이 돼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일부 의사들의 움직임을 일단 저지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복지부가 한발 물러난 모양새가 됐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민간에서 공대위가 뒷받침해준 영향이 크다. 부처 간의 대립은 정부에도 부담이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95개 단체가 모여 설립된 공대위가 반대하며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문체부 역시 적극 공세가 가능했다고 본다."

◆도종환 장관 체제 문체부에 점수를 매겼던 적이 있다. 현재 박양우 장관 체제 평가는.

"현재 문체부에 대해서는 나름 적극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장관, 국장이 실제로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문체부보다 외교부에 대해 말하고 싶다. 판호 문제가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외교부 차원의 움직임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과거 게임학회에서 판호 관련 공문을 네 차례나 보냈음에도 실제 외교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최근에 변화가 생겨 외교부 고위 관계자를 겨우 만나게 됐다. 그에게 판호 관련 장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달라고 하니, 장관이 판호에 관심은 많지만 외교는 눈에 안 보이게 조용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강경화 장관은 지난해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무역 갈등에 '일본의 태도가 매우 일방적이고 자의적'이라며 '우리는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고 이를 무역 문제로 처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에는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발언하면서 중국을 향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외교부 장관이 반일 정서에 편승해 인기 영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강경 발언까지는 아니어도 장관이 중국 판호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게임업계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 정도만 해도 괜찮다. 강 장관과 외교부는 게임업계가 판호를 받지 못해 수조 원대의 손실을 입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 도종환 장관에 대한 평가를 내린 적이 있는데, 이는 그냥 내렸던 게 아니다.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통해 평가 내용을 공표하기 몇 달 전, 도 장관을 만나 그 앞에서 관련 내용을 직접 말하고 변화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이후로 변화가 없어 결국 국회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공개적으로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변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강경화 장관에도 그동안 많은 시간과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외교부는 판호 문제를 더이상 문체부의 일로 치부하고 방관해서는 안 되며, 장관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상반기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전까지 장관과 외교부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게임진흥원 설립 움직임이 있다. 어떻게 보는지.

"정부 정책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고 본다. 이제 와서 게임진흥원을 만든다고 게임산업이 살아날지는 모르겠다. 안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지만, 만든다고 달라질 것도 아닌 딜레마 상황인 셈이다.

게임진흥원을 만들고자 했다면 문재인 정부 초반에 했어야 했다. 이제 법적 근거를 만든다 치면 실제 설립까지 2년은 걸릴 텐데 올해는 총선이고 내년은 대선 정국이다. 결국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사이 게임산업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박양우 장관도 많은 무력감을 느낄 것이라 본다. 박 장관이 오고 나서 게임업계 숙원이었던 온라인 게임 결제한도가 풀리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장관이 그 결제한도 하나를 풀기까지 부처 내부에서조차 많은 난관이 있었다고 들었다. 명문화되지도 않은 규제를 없애는데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실제 법을 바꾸고 만드는 것은 더 어렵지 않겠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싱가폴 같은 정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싱가폴은 공무원들의 연봉이 높으며, 우수한 인력이 들어오는 구조다. 우리나라에도 유능하고 의욕적인 공무원들이 많아져야 할 때다."

◆10대 학회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게임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반전 기회를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다. 정부가 진흥은 잘하고 규제는 가급적 많이 완화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개발 및 건의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정책 평가도 많이 할 계획이다. 좋은 정책은 잘했다고 하겠지만,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지난해 판호 이슈를 국회에서 다뤘듯, 대외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 올해 주요 사업들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다. 부정적인 인식은 줄이고 좋은 인식은 확산시키는 게 목표다. 협단체들은 산업적 이해관계로 함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학회가 더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공대위 위원장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어서 공대위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난 몇 년간 질병코드 찬성론자들은 전국적으로 조직적인 활동을 많이 했다. 지방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작업 등이 그 예다. 그러나 공대위는 그런 활동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올해는 공대위 차원에서는 전국적인 풀뿌리 운동의 일환으로 게임 인식 제고 활동 등을 해나가려 한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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