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대위 "한진重·신세계 탄압에 저항할 것"

"30년 터전서 하루아침에 불법점유자 돼…한진·신세계 대화 나서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소작농에게도 밭에 대한 권리가 있듯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30년 동안 터를 잡고 일해온 곳에 대한 권리가 당연히 있으며, 한진중공업과 신세계는 기본적 절차에 따라 대화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15일 오전 서울 갈월동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만난 고희동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한진중공업이 오랜 시간 동안 일해온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을 일방적으로 내쫓고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단독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자금 등의 문제로 인해 지난해 7월 신세계프라퍼티와 합작해 신세계동서울피에프브이(PFV)를 설립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85%, 한진중공업이 10%, 산업은행이 5%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같은 해 10월 신세계동서울PFV와 동서울터미널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상인들에게 퇴거를 통보한 바 있다. 동서울터미널 부지는 향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오전 한진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이현석기자]

◆"한진重의 30년간 '갑질' 버틴 상인들, 불법점유자 신세로 전락"

40여 명의 상인들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비대위는 "부당한 계약 조건으로 인해 지난해 초 한진중공업이 퇴거를 요청할 당시 '갱신청구 금지' 조항에 대해 저항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한진중공업이 제시한 부당한 계약을 감수하고 30년 동안 동서울터미널을 하나의 상권으로 성장시킨 상인들의 노고를 인정받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고 운을 뗐다.

이와 함께 한진중공업이 과거 상가를 임대해줄 때 아파트 한 채의 가격에 상당하는 보증금을 받고, 재건축시 보상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 위원장은 "30년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금 조로 당시 잠실 아파트 한 채 값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했고, 한진중공업은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보상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다"며 "하지만 막상 퇴거를 통보할 때는 일반 임대차 계약과 마찬가지 절차를 진행해 아무런 보상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진중공업은 서울시에도 인허가가 종료됐다고 거짓 보고했고, 그 결과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올해 1월 1일부로 불법점유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한진중공업이 그동안 동서울터미널을 운영하는 상인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임대차계약상 ▲집단구성·행동 금지 ▲정당한 사유 없이 4일 이상 휴무시 계약 해지 등의 조항을 요구했다. 또 퇴거 전 화해조서 작성자에 한해 2019년 1년 계약을 연장해 주겠다며 상인들의 조직 행동도 방해했다.

고희동 위원장은 한진중공업은 물론 신세계프라퍼티도 상인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현석기자]

◆"한진重·신세계·서울시 모두 상인들과 대화 나서야"

비대위는 동서울터미널 재개발 사업과 관계된 이해관계자 모두가 30년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처지에 몰린 상인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금전적 측면 혹은 지속 영업 보장 등의 조치가 없다면 투쟁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서울터미널의 재개발을 맡게 된 신세계동서울PFV의 대주주인 신세계프라퍼티와도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서울시의 적극적 중재 노력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고 위원장은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보다도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게 된 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받는 것"이라며 "지난달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상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한 만큼 당사자간의 상생 협의에 하루 빨리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한진중공업, 신세계 등과 정식 협상 테이블이 꾸려질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 동서울터미널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투쟁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신세계프라퍼티 본사, 서울시청 등에서도 집회를 개최해 주장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고 위원장은 "상인들의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집단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동서울터미널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의 편의는 해치지 않고 평화 집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앞으로도 투쟁을 확대해 나갈 의사를 밝혔다. [사진=이현석기자]

◆한진重 "매각 과정에 불법 없어"…신세계프라퍼티 "아직 사업 계획도 결정 안돼"

이 같은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한진중공업은 매각 과정에서 법적 문제는 전혀 없었고, 비대위로부터 공식적인 대화 요청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만일 비대위로부터 정식 채널을 통해 협상 요청이 온다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30년전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비대위의 일방적 주장일 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함께 밝혔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동서울터미널은 현재 신세계동서울PFV에 매각된 상태며,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은 전혀 없었다"라며 "지난해 임대차계약 체결시 분명히 1년 후 계약 갱신이 불가능함을 충분히 공지했으며, 비대위 측으로부터 이에 관련된 공식 대화 요청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비대위가 주장하는 '30년 전 아파트 1채' 수준의 보증금 관련 내용 또한 금시초문인 사안"이라며 "정식 대화 요청이 들어오면 협상에 들어갈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 개발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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